자기만의 뒷방 (호러영화 백룸 후기)
“난 아무래도 변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아.”
주인공의 핵심 대사입니다. 어쩌다 이런 말이 나왔나 하니…
우선 주인공이 왜 이렇게 되었나부터 살펴봐야겠군요.
스포가 되니 구구절절 말할 순 없겠지만 커리어에서나 인간관계에서 모두 실패한 인물입니다.
그리고 그는 우연히 자기 가게 지하에 있는 백룸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 안엔 뭔가가 살고 있어요.
뭔지는 알 수 없지만 그것에게 위협 당하고 쫓겨요.
그 압박감과 몰입감이 대단한 영화입니다.
그것만으로도 괴롭고 자잘한 일상다반사를 잊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그 외의 세부적인 이야기는 음… 뭐랄까 요즘 꽂힌 개념인 움벨트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어요.
움벨트란 이른바 환경세계로 기호학에서 나오는 용어인데요…
이걸 <이토록 굉장한 세계>를 쓴 에드 용이 차용하면서, 모든 동물에게는 저마다의 움벨트가 있다는 표현으로
널리 알렸어요. 쉽게 말하면 동물들마다 저마다 다른 지각으로 세계를 감각한다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새는 큐엘이디 같은 화질로 적외선을 보는 시야를 가졌고
뱀은 혀를 날름거리며 냄새로 세상을 지각하고, 먹이를 먹을 땐 심장이 40배로 팽창하는 등
저마다 다르게 느끼고 저마다 다르게 살아간다는 것이에요.
그래서 요즘 이 움벨트 개념에 꽂혀 있는데요..
백룸도 어쩌면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자기만의 기억 공간, 감각 공간, 저장 공간이요..
거기를 구성하는 것도 위협하는 것도 안심하게 하는 것도 모두 다르고요..
보이는 것도 느껴지는 것도 다르겠지요..
그게 타인이 보기엔 무섭기도 한데 더 무서운 점은 본인에게는 아늑하다고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이 점에서 현대적인 감각과 동시에 빈티지 호러스러운 감각이 느껴졌어요. 배경도 옛날이기도 하고요.
더불어 요즘 <반야심경>도 읽고 있는데 핵심이 모든 것은 끝없이 변한다라는 것이고 이게 만물의 진리라 합니다.
즉 인간도 환경도 세계도 계속 변해가는데 나는 변하기 싫다, 그대로 있고 싶다 하면
아마도 백룸에 갇히게 되는 게 아닌가 하는 그런 해석도 해보게 됐어요.
영화는 이걸 다 설명해주지 않고 그냥 보여줍니다.
그래서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었어요.
영화 배경을 보니 실제 백룸을 발견했다는 옛날 인터넷 게시글에서 시작된 발상이라고도 하네요.
요즘은 이런 실화기반 호러물들이 많은 거 같고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추천 드립니다^^
남은 주말 평안히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