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1.
성가시게 왜 자꾸 배는 고픈 걸까요
아 정말 성가시게
2.
단단한 껍질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이왕이면 분홍빛의 반짝반짝한.
3.
이처럼 미숙한 세계를 너그럽게 포용할 만한
성숙한 인간이 될 것인가
나처럼 미숙한 인간을 너그럽게 포용할 만큼
이 세계가 성숙해지기를 요구할 것인가
4.
미치는 건 잠깐이고 우리는 다시 자기 자신으로 돌아오지요
남은 과제는
내가 나인 채로 괴로울 것인가
내가 아닌 채로 괴로울 것인가
미치는 건 잠깐이고
맨 정신엔 미쳤던 기억도 쓰디 쓸텐데
5.
왜 우리는 서로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지 못하는 걸까
6.
숨는다고 숨겨질 것인가
그 선심들, 독을 품은 호의들,, 어떤 기대 혹은 작은 희망으로부터
그 폭압적인 선의로부터
7.
타락하지 않은 가난의 결정체를 얻기 위해서는
어느 산골로 들어가 돌밭을 일구는 수밖에 없을까요
우리의 가난한 마음이 우리를 경멸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8.
공짜에 속으면 안 돼요. 공짜가 제일 비싼 겁니다.
9.
인생이란 그런 것.
짧은 환희의 순간들은 지워지지 않는 슬픔 속에 잠식된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그 사실을 미리 말해줄 필요는 없다.
– 마르셀의 추억 중
10.
좋은 아침이다, 아픈 마음아
이제는 익숙하도록 우울한 풍경아
좋은 아침이구나, 마음의 상처야
지난밤 우리 작별인사를 나눈 줄 알았는데
네가 떠난 줄로만 알고 난
간밤에 비로소 뒤척임을 멈췄는데
날이 밝고 보니 넌 그 자리에 돌아와 있구나
그만 널 잊고 싶지만
넌 날 떠날 생각이 없는 거지
사랑을 잃고 너를 만난 후 매일
나의 하루는 너에게 안부를 묻는 것으로 시작된단다
잘잤니, 아픈 마음아, 오늘은 또 무슨 일이니
더이상 날 쫓아오지 말아다오
어떻게 해도 널 떨쳐낼 수가 없어
이제 그만 나를 놓아줘
월요일의 우울은 일요일까지
단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되는데
좋은 아침이다, 아픈 마음아
우리 다시 또 시작인 거니
좋은 아침이야, 마음의 상처야
너만큼 날 잘 아는 상대도 없을 거다 이제
차라리 너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지도 모르겠어
좋은 아침이지, 아픈 마음아
여기 앉았다 가렴
좋은 아침, 상심이여 / 빌리 홀리데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