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황금의 서사 리뷰 질문에 대한 답변

글쓴이: 창궁, 9시간 전, 읽음: 61
슬픈거북이

 

죄송합니다. 본의 아니게 댓글 알람을 폭발시켰네요. 브릿G 댓글이 연속으로 6개까지만 달 수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지금 댓글이 더 안 달려서 자유게시판으로 쓰고 호출하게 됐습니다.

 


 

질문에 하나씩 답을 드리자면, 소설은 논설문이 아닙니다. 소설은 엄연히 ‘이야기’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고, 그 이야기를 전달하는 형식에서 웹소설과 출판소설에 지대한 차이가 있다고 말씀 드린 것이며, 이는 바꿔말해서 형식의 차이가 ‘독법’의 차이를 유발한다는 것입니다. 시와 소설을 똑같은 방식으로 읽고 사유할 수 없고, 소설과 논설문을 똑같은 방식으로 읽어선 안 되듯이요.

그러니 저는 근본적으로 소설의 구조에 대해 논하기 이전에 그 소설의 이야기 자체가 전달이 안 된다고 얘기한 것이며, 독자에게 있어서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라는 답을 소설이 형식적으로 보여야 한다는 것을 얘기한 겁니다. 웹소설로 읽히게 할 것인지, 출판소설로 읽히게 할 것인지.

제가 리뷰에서 주제에 대해 일언반구하지 않음은 그걸 논할 단계가 아니기 때문도 있지만(일단 소설이 읽히고 전달돼야 소설의 메시지나 구조를 뜯어볼 수 있는 거죠), 1부 서사가 갖춰진 초점은 복수 일대기지 작가님께서 장황하게 얘기하신 그 무엇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소설은 이야기를 통해서 주제가 전달됩니다. 이야기가 주로 떠드는 게 무엇이냐가 곧 주제입니다. 이야기로 전해져야 합니다. 작중 설명이나 고증 자료나 인터루드의 해설이 아니라요. 판타지가 곁들어진 역사소설에서 궁극적으로 ‘믿음이 현실을 만든다’라는 메시지를 추출해낼 수 있으려면, 마땅히 그러한 주제가 서사적으로 은유돼야 합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1부의 이야기는 루카의 복수죠. 은행은 철저한 수단이었습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결말부에 취한 건 은행을 통한 얘기가 아니라 복수를 통한 얘기였으니까요. 작품이 먼저 본인의 주제의식을 수단으로 취급했는데 제가 주제의식에 대해 성립을 논할 수 있을 리 없죠. 그건 복수를 위한 수단이잖아요? 별로 중요하지 않단 얘기입니다.

정말로 자본주의를 통한 메시지 전달이 중요했다면 루카의 복수가 오히려 사이드로 빠졌어야 합니다. 루카가 복수를 위해 벌인 일들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인터루드로 지루하고 현학적으로 설명하기보다, 작중에서 작가가 직접 목소리 내어서 설명하기보다, “이야기”로서 전달되어야 했었단 말입니다.

외피가 아닌 뼈대를 읽어주길 바라셨겠지만, 독자가 읽는 건 외피입니다. 뼈대가 아니라. 뼈대는 드러나지 않아야 하는 겁니다. 왜냐면 뼈대(작가의 생각)를 읽을 거면 산문집을 읽거나 논설문을 읽거나 칼럼을 읽지 왜 귀찮게 외피 따로 뼈대 따로 읽겠습니까?

그러니 소설은 외피를 통해서 뼈대를 짐작하게 하는 것이죠. 외피를 통해서 뼈대를 읽어내게 해야 하는 겁니다. 작가가 직접 뼈대를 드러낸다면, 그건 상당히 기괴한 모습이 되는 거죠. 누가 대화하는데 자기 살갗을 찢어서 갈비뼈를 드러내고 그 심장을 드러내겠습니까.

그리고 작가님께서 인터루드로 스스로 해설을 다 해버리셔서, 독자로선 이게 성립하고 자시고를 고민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작가가 그렇다는데 그걸 굳이 부정할 이유가 없죠. 성공과 실패를 논하시려면, 적어도 작중에서 스스로 해설하는 일은 전부 피하셨어야 합니다.

문제지와 답안지를 동시에 내밀고 “답이 잘 도출됐어?”라고 묻는 건 별로 의미가 없단 거죠. 독자 입장에선 문제지에 답을 쓰면 끝나는 일이니까요. 그리고 답안이 제시된 시점에서, 독자가 주체적으로 문제를 풀어야 할 이유는 없는 겁니다. 그리고 주체적으로 풀 수도 없고요. 지식의 저주가 있으니까요.

리뷰에도 언급했듯이 작가님께선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강조돼야 하는지” 스스로 연구하셔야 합니다. 스스로 물어보세요. 믿음이 현실을 만든다는 주제의식을 전달함에 있어서 “복수 서사”가 꼭 필요한 것인지. 복수에 초점을 지속적으로 맞췄어야 하는 것인지. 일단 저는 아니라고 답하겠습니다. 최소한 복수를 수단으로 은행 설립에 더 초점을 맞췄어야 했다는 게 제 의견입니다.

지금처럼 불분명한 형식에 초점이 어긋난 서사로는 작가님께서 전달하고자 한 무엇도 전달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전달은 작가님께서 인터루드로든 공지로든 직접 설명한다고 해서 완성되는 것도 아니고요. 독자는 이야기를 읽고 감명을 받음으로써 그 메시지를 곱씹지, 메시지를 전달받음으로써 감명 받아 곱씹지 않으니까요.

중심 논리와 구조가 정녕 논리적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전달되는 것이 논리적인가는 유효한 질문이 될 수 있지만요. 왜냐면 주제의식이란 건 결국 논리가 아닌 이야기로 전달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 자체의 논리적 정합성은 “정녕 아무래도 좋은 것”이 됩니다. 저는 별로 생각이 없어요.

작가님의 생각이 그러한 것에 딱히 반박하거나 구조적인 결함을 지적하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그게 이야기 속에서 어떻게 성립하는지 관심은 있어도(그리고 그것이 실패했음을 반복해서 얘기하고 있고요), 그것 자체는 정말로 저는 아무런 생각도 입장도 없습니다. 그건 작가님 생각일 뿐이니까요.


창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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