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연휴 즐겁게 보내셨나요? 저는 이번에 네드 보먼의 <독쑤기미>라는 책을 읽었는데요. 표지를 보신 적 있는지 모르겠지만 상당히 특이해요. 저는 사실 표지만 보고는 인간을 향한 독쑤기미의 잔혹한 복수극 같은 걸 상상했답니다. 그런데 읽어보니 전혀 다른 내용이었던 거 있죠. 올해 들어 읽은 책 가운데 가장 웃긴 책이 아닌가 싶을 만큼 재밌었어요. 이거 진짜 웃기다는 감상이 들게 하는 책은 정말 귀하거든요, 제 개인적으로는요. 황금가지에서 책을 보내주신 덕분에 연휴에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독쑤기미: 멸종을 사고 팝니다>에는 핼야드와 카린이라는 두 명의 주요 인물이 등장하는데요. 핼야드는 어느 광업 회사에서 채굴 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카린은 이 회사에 고용된 ‘생물종 지능 평가사’이고요. 회사가 개발하고자 하는 구역에 멸종위기 생물이 있다면 반드시 지능 평가사가 해당 생물종의 지능을 평가해야 합니다. 높은 수준의 지능을 가진 것으로 확인된다면 더더욱 멸종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게 국제사회의 방침이거든요. 

그런데 놀라운 점은, 독쑤기미가 높은 지능을 가졌다고 확인되어도 멸종으로부터 안전하진 않다는 겁니다. 핼야드의 회사가 ‘멸종크레딧’을 지불하면 되거든요. 멸종위기에 처했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면 한번 정도는 서식지를 파괴하고 그 종을 멸종시키더라도 봐주겠다는 거죠. 안타깝긴 하지만 충분히 그에 상응하는 값을 지불했으니까요. 멸종마저도 일종의 산업이 된 셈이에요. 

독쑤기미는 지능이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는데, 공교롭게도 자동채굴선이 오류를 일으켜 회사의 지시 없이 독쑤기미 서식지를 파괴했습니다. 당혹스럽긴 해도 회사 입장에선 멸종크레딧을 지불하면 끝날 일이었어요. 바로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멸종크레딧을 관리하던 핼야드가 몰래 공매도에 투자해 버렸거든요. 사실상 도박이나 다름없었지요. 이미 독쑤기미는 세상에서 사라져 버렸는데 지불해야 할 멸종크레딧이 없다니, 핼야드는 머지 않아 감옥에 끌려갈 상황입니다. 

상승은 유한하고, 하강은 무한하다. (…) 핼야드는 자신이 전에 있던 어떤 사람보다 무한한 하강이라는 기괴한 차원에 깊이 빠져든 느낌이었고, 잘못된 도박이 급기야 숫자의 영역에서 벗어나 현실 그 자체를 녹이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 그저 잘 먹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이렇게 되어 버렸다. (네드 보먼, <독쑤기미>, 369쪽)

카린은 살아남은 독쑤기미가 있다는 걸 반드시 확인해야 하고, 핼야드는 감옥에 가지 않기 위해 마찬가지로 독쑤기미를 찾아야 해요. 이들의 아슬아슬한 모험이 이렇게 시작되지요. 전세계를 누비며 신기하면서도 어딘지 오싹한 미래 사회의 일면을 가감없이 보여주었어요. 자본주의가 모든 가치를 뛰어넘는 제일 원리가 된 세상입니다. 카린은 이런 이유로 수많은 종이 멸종된다는 사실을 가만히 지켜볼 수 없었던 인물이에요. 극단적으로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두 사람의 상호작용을 지켜보는 게 재밌었어요. 

카린은 멸종을 블랙홀이라 불렀는데, 너무 많은 것들이 회복할 수 없이 사라지는 거대한 구멍 같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도덕적 측면에서 무한한 공포의 영역이면서 우주적 특이점 같았기 때문이었다. (네드 보먼, <독쑤기미>, 154쪽) 

재밌는 책을 읽었더니 얘기가 길어졌네요. 이번 소일장의 주제는 “무한한 하강”입니다. 본문에서 발견하고 감탄했던 표현이에요. 자본과 도덕적 책임, 한 인간의 운명과 지구 공동체 등 책에 등장하는 모든 것을 아우르는 말이었으니까요. 늘 그랬듯 제시어가 본문에 들어가지 않아도 괜찮아요. 떠오르는 이야기를 자유롭게 들려주세요.  

기간은 10월 13일부터 10월 26일이 끝나는 밤 12시까지 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시어: 무한한 하강

분량: 5매 이상 

기간: 10월 13일 ~ 10월 26일 밤 12시  

장르 및 형식 자유 

 

*참여해주신 분들께 소정의 골드코인을 드립니다.

*참여 후 댓글로 작품 숏코드를 달아주세요. 

*참여 리워드는 소일장 종료 후 일괄적으로 전달할 예정입니다. 

*다른 소일장과 중복 참여가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