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일장 개최 안내 (2025/05/11 ~ 2025/05/24)
벌써 5월이네요! 초입부터 연휴가 있었는데, 다들 즐겁게 보내셨나요? 저는 쉬면서 책을 잔뜩 읽고 싶었지만 어째 여전히 쌓여 있는 책이 한가득이네요.
얼마 전 허버트 조지 웰스의 <모로 박사의 섬>이 개정판으로 새로 출간되었어요. 19세기에 쓰여 당시 영국 사회에서 생체 해부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는 작품이에요. 영화로도 몇 번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저는 이번 개정판으로 처음 읽었어요. 다른 한 권의 책과 함께 읽고 싶었거든요. 실비아 모레노-가르시아의 <모로 박사의 딸>이랍니다.
내가 만든 이 녀석들을 당신이 처음 대했을 때는 괴상하고 괴기스럽게 보였을 거요. 하지만 나에겐, 그들을 만들고 난 직후에는 두말할 필요 없는 인간으로 보였소. 나중에 그들을 다시 들여다보면 확신이 사라지오. 동물적 특성을 한 놈 두 놈 슬금슬금 드러내다가 나중에는 염치없이 노골화하오. 하지만 나는 굴하지 않소! 동물들을 격심한 고통의 도가니로 밀어 넣을 때마다 나는 ‘이번에는 동물들을 깡그리 불태우겠다. 이번에는 이성적 개체를 만들고야 말겠다!’하고 다짐합니다. 그까짓 10년이 대수겠소. 인류가 만들어지는 데 10만 년이 걸리지 않았소? (허버트 조지 웰스, <모로 박사의 섬>, 118쪽)
모로 박사는 남태평양의 어느 작은 섬에서 생체실험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동물들을 인간처럼 걷게 하고 이성적으로 사고하는 존재로 만들겠다는 건데요. 바다에서 조난당한 에드워드 프렌딕이 그의 행적과 실체를 바로 옆에서 목격해요. 신의 대리인을 자처하며 ‘완벽한’ 피조물을 만드려는 오만과 잔인함은 프렌딕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었어요.
실비아 모레노-가르시아의 책은 <모로 박사의 섬>을 모티브로 삼아 새롭게 펼쳐낸 이야기입니다. 멕시코의 유카탄반도를 배경으로 원작에 없던 ‘모로 박사의 딸’의 이야기가 그려져요.
카를로타는 자기가 친구로 생각하는 동물인간을 에두아르도가 ‘무시무시한 것’이라고 부르는 걸 듣자 기분이 무척 이상했다. 어렸을 때는 아흐 카브가 공중에 번쩍 들어 올려 줘서 기쁨에 겨워 꺄악 소리를 질렀다. 또한 카치토, 루페와 함께 숨바꼭질을 했으며 다른 동물인간들에게 책에서 읽은 운율을 가르쳐 주기도 했다. 동물인간들은 턱이 툭 튀어나왔고 눈은 이상한 곳에 달렸으며 손이 기형적으로 생겼지만 카를로타는 이를 보고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 (실비아 모레노-가르시아, <모로 박사의 딸>, 224쪽)
새로운 배경, 새로운 맥락 속에서 재해석된 이야기는 원작의 문제의식을 보존하는 동시에 더 많은 질문들을 던져요. 조수에 불과했던 몽고메리가 카를로타와 함께 이야기의 주축이 되고, 원작에 없던 인물들이 등장하며 인간성에 대한 다각적인 질문을 끌어내기도 하지요.
무엇보다도 원작이 외부자인 프렌딕의 시선에서 진행되었다면, <모로 박사의 딸>은 내부자인 카를로타의 시선에서 숨겨진 비밀과 모순을 밝혀내며 흘러갑니다. 한때 아름다운 꿈 같았던 야샥툰의 저택은 기만과 고통을 감춘 공간으로 변모했어요. 모로 박사에게는 야심으로 가득한 실험실이었지만, 카를로타와 동물 인간들에게는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닌 공간이었으니까요. 이에 따라 모로 박사와 카를로타의 관계도 달라질 수밖에 없었지요.
원작은 예스러운 문체와 고전의 매력이 생생히 살아있는 책이었어요. <모로 박사의 딸>을 읽으면서 원작의 요소들을 발견할 때마다 즐거웠고, 달라지거나 추가된 내용들을 찾아내는 게 재밌었어요. 고전의 상징성을 후대의 작가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다면 얼마나 풍성한 이야기가 탄생하는지, 두 권의 책을 함께 읽으며 경험할 수 있어 좋았어요.
이번 소일장의 제시어는 ‘낙원의 이면’입니다. 제시어를 보고 떠올린 이야기를 자유롭게 들려주세요.
“저는 야샥툰에 있는 게 아름다운 꿈을 꾸는 것 같고 영원히 이 꿈을 꾸고 싶어요.” (실비아 모레노-가르시아, <모로 박사의 딸>, 227쪽)
한때 카를로타에게 야샥툰의 저택은 세상 어느 곳보다 아름답고 안전한 곳이었어요. 여러분의 인물이 꿈꾸는 낙원은 어떤 모습일까요? 이미 낙원에 살고 있던 인물이라면, 낙원에서 어떤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까요?
<모로 박사의 딸>처럼 재밌게 읽었던 고전을 재해석하는 것도 멋진 접근이겠네요. ‘숨겨진 면’을 찾아내는 일이 될 테니까요.
기간은 5월 11일부터 5월 24일이 끝나는 밤 12시까지 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시어: 낙원의 이면
분량: 5매 이상
기간: 5월 11일 ~ 5월 24일 밤 12시
장르 및 형식 자유
*참여해주신 분들께 소정의 골드코인을 드립니다.
*참여 후 댓글로 작품 숏코드를 달아주세요.
*참여 리워드는 소일장 종료 후 일괄적으로 전달할 예정입니다.
*다른 소일장과 중복 참여가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