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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작가를 위한 현대 마법이란 무엇일까?

분류: 내글홍보, 글쓴이: 비티, 4월 25일, 댓글3, 읽음: 111

“아아악! 허락도 307번째 줄 주문에 흑마법 인용한 마법사 누구야!”

-회사 프로젝트 중인 마법사

 

1. 당당하게 들어가기에 앞서

 

1.1. 작가란 무엇인가

언젠가 그리스의 과학자 공자는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작가란 무엇인가.’

들숨 날숨의 본질을 고민하는 사람은 괴짜라 이름 붙입니다. 물에 대해 고민하는 물고기를 물고기라 부르듯, 마법을 쓰는 것이 당연한 세상에서 마법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은 대체로 기인이라 불리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괴짜’나 ‘기인’과 아주 닮은 단어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작가’입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판타지를 적을 가능성도, SF를 적을 가능성도, 의외로 언론사에서 논픽션을 적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예 글을 안 적으실 수도 있죠. 이 모든 걸 긍정합시다. 그리고 필자는 게으르기 때문에, 여러분을 ‘작가’라 뭉뚱그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1.2. 민주 마법의 마법사

바야흐로 마법의 세상입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하늘은 맑고, 바람이 불고, 마법사가 마법을 씁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봅시다. 요리사는 스테이크를 굽기 위해 화염 마법을 씁니다. 누군가는 정신력 강화 마법으로 7시 기상 12시 취침이라는 기적을 일으키며, 카드 회사는 정신 조작 마법으로 제가 쓴 돈을 마치 ‘쓰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게 만듭니다. 당당한 걸음으로 서점에 들어가 판타지 소설칸에 있는 소설을 펼쳐보면… 맙소사. 이곳에도 마법이 있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우리는 위도 마법, 아래도 마법, 너도 마법, 나도 마법인 세계, 지나가던 마법사도 마법을 쓰는 민주 마법의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판타지 작가를 위한 현대 마법』은 이름 없는 바이킹 음유시인 이래로 발전해온 유서 깊은 마법의 역사와 계보에 대해서

안 다룰 겁니다. 이 글의 분류는 내글홍보입니다.
필자의 목표는 마법의 역사를 밝히는 것이 아닙니다. 필자는 현대 판타지에서 어떻게 마법이 어떻게 존재하는 지에 대해 가볍게 이야기하려 합니다. 궁극적으로 글을 홍보할 것이고요.

“대체 누가 글 홍보한다고 이런 거추장스러운 제목을 써요.”

“내가 씁니다.”

 


 

2. 들어가기

 

2.1. 들어가기 1화

 

들어가기에 앞서 간략한 필자 소개를 할 겁니다.

저는 비티라고 합니다. 중요하기 때문에 한번 더 적겠습니다. 저는 비티라고 합니다.

비, 티. 줄여서 비티입니다.

SF와 판타지, 순수문학을 ‘아무도 귀찮아서 하지 않을 방법’으로 적는 사람입니다. 이를테면 마법 주문에 사용되는 단어를 표준주문대사전으로 적는다던지, 기계어나 프로그래밍 언어로 글을 적는다던지, 마도서에 사용된 종이 재질과 제본 방법을 바탕으로 가격을 계산한다던지, 글을 홍보한다고 현대 마법에 대한 고찰을 한다던지…

 

2.2. 들어가기 2화

마법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빠져서는 안될 게 있습니다. 첫번째는 밀크티입니다. 여러분의 옆에는 여러분만의 밀크티가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기에, 두번째로 중요한 것을 다뤄봅시다.

‘마법이란 무엇인가?’

마법의 세상답게 표준국어대사전에도 ‘마법’이 있습니다.

마법[명사]: 마력()으로 불가사의한 일을 행하는 술법.

“온 세상이 마법이야!”

재미난 점은 이 정의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겁니다. 그도 그럴 것이 중세 유럽에는 표준국어대사전이 없었습니다. 모든 마법이 마력으로 작동하는 건 아니고, 모든 마법이 불가사의한 건 더더욱 아닙니다. 정의대로라면 ‘불가사의한 일을 행하는’ 유럽 입자물리 연구소의 연구방법론도 마법일 겁니다. (연구자 지인의 말에 따르면 입자가속기가 한번 돌아갈 때마다 수많은 논문이 이면지가 되는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난다고는 합니다만은)

창작은 현실의 모방, 마법을 논하기 위해선 현실에서 마법이 어떠하였는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만은, 앞서 말씀드렸듯 이 글은 마법의 역사에 대해 다룰 생각은 없기 때문에 현대 마법에 대해 고민 없이 답을 보여드릴 겁니다.

 


 

3. 현대 마법

그래도 중세 마법과 현대 마법의 차이를 다루지 않는 건 섭섭합니다. 그럼 키워드로 가볍게 알아봅시다.

중세 마법은 ‘과학’입니다. 왜 하필 많고 많은 단어 중에 과학일까요?
이유는 어떠한 환경에서 규칙을 발견하려는 것이 중세 마법의 패러다임이었기 때문입니다. 중세인들은 조작할 수 없는 환경에서 규칙을 찾아내려했습니다.

점성술은 특정 요일, 특정 시간에 발생하는 규칙적인 이벤트를 해석하려 했던 것이고, 연금술은 ‘철은 자라난다’는 자연계의 현상을 가속하려고 했었죠. 이러한 시도가 천문학과 화학, 재료공학이 된 것처럼 중세 마법사들은 현상의 규범화 뿐만 아니라 통제된 규모와 변인 아래 동일한 현상이 재현되기를 기대했습니다. 안되면 변인을 바꿔서 다시 시도하죠. 과학적 방법론과 너무나 닮아있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발전했습니다. ‘근거 있던 믿음’이 ‘근거 없는 믿음’으로 전환하면서, 개중 운이 좋았던 것은 규명과 함께 과학이 되었지만, 그러지 못한 것들은 미신이 되었습니다. 때문에 근대 마법사들은 슬퍼하죠.

암흑의 마법 시대…
허나 사람은 답을 찾습니다. 세상에는 위대한 마법사 칼 융이 탄생했습니다. 물리학과 화학을 바탕으로 마법의 설명이 어려워지자 몇몇 마법사들은 새로운 길을 찾습니다. 그 길은 바로, 적어도 1000년 동안은 창작자들에 의해 우려먹어질 심리분석학입니다.

종교학자, 인류학자가 심리분석학을 통해 통찰을 이끌어내었듯 마법사들은 마법을 인간 외부에 존재하던 자연으로부터 인간 내부의 의지로 굴절시킵니다.

현대 학문이 다윈주의, 정신분석학, 유물론 삼연타로 ‘인간은 정말 최고야’에서 ‘인간은 아무것도 아니었어’라는 다소 초탈한 태도를 갖게 되었지만(말은 항상 쉽습니다) 현대 마법은 ‘의지’라는 키워드를 받습니다.

인간의 ‘의지’로 말미암아 세상이 바뀌기 시작한 겁니다.

굿바이 마법신수설. 누구나 의지만 있으면 마법을 쓸 수 있는 민주 마법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죠.

 


 

4. 현대 판타지 마법

 

4.1. 마법스러움

판타지를 이야기하는 데에 반지의 제왕』을 빼놓을 수는 없다지만, 아쉽게도 마법에 있어서는 그렇게 재미난 이야기를…
할 수야 있겠습니다만 마땅히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중간계에서 마법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이고 ‘무시무시한 것’이며 ‘보이지 않는 세계에의 간섭’입니다. 아니면 직관적이게 ‘엄청 쎔’도 마법이죠. 허나 톨킨은 마법을 정의내리지 않았습니다. 구태여 따지면 아서 C. 클라크의 소설을 찾아 읽는 것이 마법을 배우는데엔 더 유효할 수 있습니다. 좋게 말하면 톨킨의 마법은 ‘마법’입니다.

이런 상상을 해봅시다.

비 내리는 하늘, 마른 단 한 점의 구름 아래, 한줄기의 빛이 젖은 내 옷이 마르고 있다.

스팸구이와 김치찌개가 내 입으로 걸어들어온다.

우리는 외칠 겁니다.

“마법이야!”

‘마법’스럽습니다. 이보다 더 마법스러운 상황은 없을 겁니다. 지금 이 순간이 주는 마법스러운 감정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상황이 다수 판타지에서 묘사하는 마법이냐고 물으면 아니라고 말할 겁니다. 현대 판타지에서 마법은 ‘화염구!’를 외치면 지팡이에서 화염구가 나가고, 마나가 부족해 파란 에너지 음료를 마시는 상황이 더욱 익숙합니다.

이런 개념은 현대 마법 뿐만 아니라 던전 앤 드래곤, 위저드리 같은 주옥 같은 작품의 계보를 따져봄으로써 명확히 할 수 있습니다. 이건 꽤 어려운 작업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직관적으로 몇가지 마법의 대분류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4.2. 비로소 마법

판타지에서 볼 수 있는 마법은 몇가지 이름이 있습니다. 몇개 열거해봅시다.

비전 마법, 흑마법, 신성 마법, 초능력, 연금술, 강령술, 예언술, 정령 마법, 소환술…

이 마법들을 몇가지 대분류로 나눠봅시다.

 

1) 체계적이고 이해할 수 있는 마법

2) 이해할 수 없지만 관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마법

3) 계약으로 선사 받는 마법

4) 혈통적인 마법

 

그리고 대부분 공통점을 갖습니다. 크게 두가지를 생각해봅시다.

첫번째로 현대 판타지에서 마법은 그 마법을 쓰기 위한 절차를 요구합니다. 배타적 마법사용권에 동의하거나 계약서에 사인을 할 수도 있고, 마법진을 그릴 수도 있습니다. 주문을 영창할 수도 있죠. 그러면 같은 마법이 나가야합니다.

‘화염구!’를 외쳤는데 번개가 날아가고, ‘화염구!’를 외쳤는데 얼음이 나가고, ‘화염구!’를 외쳤는데 포탈이 열리고, ‘화염구!’를 외쳤는데 드디어 화염구가 날아가선 안됩니다. 이런 마법을 연출했다간 독자들로부터 ‘작가편의주의가 도를 넘었다’라던지 ‘이럴거면 화염구 대신 슈뢰딩거라 외쳐라’ 같은 힐난성 댓글이 달릴 겁니다.

생각한 것과 다른 결과가 발생하더라도 최소한의 예측 여지나 통제 가능성이 존재해야하는 건 인간의 본성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물컵을 놓치거나 무작위 방향으로 날리기 위해 잡는 사람은 없을테니 말입니다.

 

두번째로는 의지가 필요합니다. 혹은 불필요하죠. 중요한 건 ‘의지’에 영향을 받거나 혹은 받지 않음을 명확히 합니다.

앞서 현대 마법이 ‘의지’의 영역으로 진입하였다고 말씀드렸듯, 판타지에서 마법은 상상을 근간으로 합니다.

장안의 화제작, 2기 예정 예정작 장송의 프리렌』엔 이런 언급이 있습니다.

“마법은 상상의 세계”

이런 말처럼 장송의 프리렌』에서 마법은 이미지와 상상이 중요합니다. 무언가를 베기 위해선 베는 상상을 할 수 있어야하고, 마법사를 이기기 위해선 그 마법사를 이기는 모습을 떠올릴 수 있어야하죠. 

해리 포터』도 마찬가지로 마법을 사용할 때 감정이나 의지를 요구하고요.

현대 판타지에서 마법은 무언가를 사용하고자 하는 의지, 혹은 그 마법을 사용하는 자신을 떠올리는 행위가 가장 중요합니다.

물론 마법을 사용할 때 의지가 중요한 이유는 ‘시리, 화염구’라고 혼잣말 했다가 무심코 집을 불태우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함도 있습니다. 의지와 무관한 마법의 위험성은 주술회전』에 등장하는 이누마키 토게란 캐릭터가 잘 보여줍니다. 말이 씨가 되는 능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자칫 발생할 불상사를 막기 위해 주먹밥 재료로만 이야기하죠. 

이러한 분류와 기능으로 판타지 작품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마법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런 마법이 점차 어떤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5. 현대 맥락의 마법

 

5.1. 낭만주의 마법과 구조주의 마법

마법은 낭만적입니다. 고대인의 언어, 신의 말씀… 이것들이 마법의 시발점입니다. 주문이 의미하는 바는 모릅니다. 마법의 원리도 모릅니다. 다만 더욱 정확한 발음으로, 더욱 큰 경외로 주문을 외울 수록 마법의 위력은 강해집니다.

이러한 마법을 필자는 낭만주의 마법이라 부릅니다. 다소 감정적이고 비논리적일 수 있는 자연에게 인간은 감정을 표출하고 신비로움을 ‘간청’합니다.

 

반면 마법은 도구입니다. 구조와 형식을 갖고 원리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주문은 기능적인 부품입니다. 덕분에 결과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구조가 체계를 낳고, 체계가 이론을 낳습니다.

이러한 마법은 마법의 기저를 파악한다는 점에서 구조주의 마법이란 말이 어울릴 것 같습니다. 인간은 언어로써 기술된 자연을 구조로서 인식합니다.

 

5.2. 마법 프로그래밍

필자는 낭만주의 마법과 구조주의 마법이 공존하는 현대에서 점차 프로그램으로 해석되는 마법에 집중합니다.

일본 라이트노벨이 마법을 프로그래밍에서 비유하여왔고, 『알기 쉬운 현대마법』이 마법을 코드 그 자체로서 묘사하였듯, 마법은 점차 프로그램의 영역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마법은 연산이며,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입니다.때문에 마법의 ‘역연산’이나 ‘해킹’이 가능한 작품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까닭으로서 필자는 컴퓨터의 맥락화를 지목합니다.

현대인은 컴퓨터에 익숙합니다. 컴퓨터가 기계어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알고, 프로그래머가 존재함을 알죠. 허나 한 대의 컴퓨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모릅니다. 세상 그 누구도 컴퓨터 한 대에 투입되는 모든 원리를 이해하지는 못 합니다.

하지만 프로그래머라는 마법사가 있습니다. 이들은 알 수 없는 언어를 사용하여 컴퓨터를 조작합니다. 마치 고대 주문이 자연을 조작하듯 말입니다. 컴퓨터는 판타지 내에서 맥락화되었지만, 프로그래밍은 여전히 경외의 영역입니다. 프로그래밍이 논리적이어야하는 사실은 알지만 그 논리의 실체는 모릅니다. 이 경계가 마법과 인간 언어의 경계로 대치되기 시작합니다. 탈신비로 신비를 추구하네요!

때문에 마법이 작동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모르더라도, 작품마다 다른 작동 방식을 갖더라도 주문과 마법진은 기능적입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노트북이 저마다 다른 원리로 존재하여도 기능 부분에서는 맥락을 공유하듯 말입니다.

‘컴퓨터는 안다. 프로그래밍은 모른다’가 현대인의 맥락이고요. 덕분에 마법에서 객체 참조, 제어, 파싱 등을 원리로 언급함으로써 대다수가 이해하지 못하는 ‘신비로운 기계’의 특징이 강조하게 됩니다. (실제로 마법이 작품 상에서 기계적으로 작동하는지와는 별개로 말입니다.)

하지만 많은 작품에서 현대 마법이 ‘이 마법, 라이브러리가 대단하다'(프로그래밍의 맥락에서 작가편의적이란 의미입니다. 아니면 프로그래밍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비난이기도 합니다.)라는 평가되는 원인이기도 합니다.

프로그래머는 계속 늘고 있고, 마법이 기계로 작동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필요한 공학 지식의 역치는 계속하여 증가하고 있으니까요.

 


 

6. 내글홍보

낭만주의에서 구조주의로 변화하는 이 과정이 좋습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수많은 이론이 좋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때가 왔습니다.
수천자의 글을 적은 이유는 지금을 위해서입니다.

자칭 ‘귀찮은 짓을 하는’ 작가가 선을 넘는 소설을 홍보하기 위해 필자는 태어난 것입니다.

 

실존하는 고대 언어로 가장 시적인 마녀술 주문을 적어 정령에게 간청하는 문과 마녀와
수리논리학, 이론 마법학, 언어학, 물리학을 총동원해 마법 주문을 작성하는 이과 마법사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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