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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우리말1] 눈에 뵈는 게 없는 이야기 (+잡담)

분류: 내글홍보, 글쓴이: 뿡아, 3월 10일, 댓글1, 읽음: 65

시각이 차단된(?) 주인공의 시점에서 서술된 이야기입니다. 아이디어는 소일장 개최 초반에 떠올랐는데, 어쩐지 마음이 안 가서 그냥 내려놓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흥미를 잃은 건, 이런 뜻깊은 이벤트에서 우리말의 아름다움 따위를 탐구해 보려는 시도나 노력 없이, 그저 제한된 설정의 이야기로 처음부터 쉬운 길을 택했다는 생각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러다 소일장 마감일이 임박해 오자, ‘쓰려던 거 완성이나 해보자’ 라며 부랴부랴 급하게 써서 올리게 된 겁니다.

결과물을 보자면 분량은 꽤 길어졌고, 제 개인적으로는 좀 실험적인 시도였습니다. 아직 글이 좀 엉성합니다. 투박하고 고쳐야 할 부분도 많아 보이네요. 잔털(?) 좀 뽑아내고 군살(?)도 빼내며 다듬어야 할 듯 싶습니다.

읽기에 매끄럽지 않거나, 집중하기 어려우실 수도 있습니다. (쓴 저도 그랬습니다. ㅜㅜ)
그럼에도, 혹시 읽으실 분들은 글의 분위기상, 어두운 곳에서 다크모드로 보시길 추천드려요.^^


그리고, 순우리말로 글을 쓰면서 느낀 점을 공유해볼까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어떻게든 쓰길 잘한 것 같습니다. 결과물의 완성도를 떠나, 순우리말로 글을 쓰는 과정 자체가 여러모로 유익했어요.

그간 표현을 이렇게까지 고민하며 글을 쓴 적이 없었거든요. 무려 국어사전까지 여러 번 검색해 가면서 말이죠. 무턱대고 쓰는 게 아니라 한번 더 대체가능한 단어가 바꿔쓸 수 있는 낱말이 있는지 살펴보는 버릇이 생긴 것 같습니다. (얼마나 갈진 모르겠지만요) 마치 술자리 같은 데서 ‘영어 말하기 금지 게임’을 한참 하다 보면, 끝난 뒤에도 잠깐이나마 영어를 안 쓰려고 주춤하게 되는, 뭐 그런 효과가 있는 거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말의 생생함에 대해서도 새삼 느끼게 되었는데요. 우리말은 한자어와 비교하자면 뭐랄까, 흙 묻은 단어같단 느낌입니다. 더 동물의 언어 같기도 하고. 정겹고, 또 살아있는 느낌이 있어요. 앞으론 글을 쓸 때, 분위기에 따라 우리말을 골라 씀으로써 표현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도 같아요.

물론(勿論), 한자어 없이 생활하는 건 정(正)말 불편하긴 합니다. 심지어(甚至於) 오메르타 님이 쓰셨 듯, 순(純)우리말조차 순우리말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일정 기간 한자어를 안 쓰는 건 매우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뭔가 정화가 되는 기분이었어요. ‘스마트폰 없이 일주일 살기’ 처럼, 순우리말 디톡스를 한 것 같달까요.

그동안 이런저런 소일장 참여하며 재미있었지만, 이번에는 특히 뜻깊고 배울 점이 많은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소일장 열어주신 제오 님께 감사드리며, 이만 글을 마칩니다.

고맙습니다.

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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