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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아가사’ 개막! 크리스티 작가님 tmi 썰 풀어주실 분!

분류: 책, 글쓴이: 한켠, 23년 12월, 댓글8, 읽음: 66

1926.12.03. 추리소설의 여왕 아가사 크리스티가 실종된다.

아가사의 자동차는 훼손된 채 발견되고 아가사의 행방은 알 수 없다.

(참고로 19xx년 12월 3일은 제 생일입니다.)

열흘 후, 아가사는 호텔에서 ‘테레사 닐’이란 이름으로 머물고 있었다가 나타나고 그 열흘 간의 기억이 없다고 진술한다. 그 열흘 동안 아가사가 누구와 있었는지, 무엇을 했는지, 왜 ‘실종’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는 실화를 기반으로 한 뮤지컬 <아가사>가 2023.03.03까지 링크아트센터에서 공연중입니다. 극 중에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들이 언급되는데, 배경지식이 있으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민음사TV혜화로운 공연생활이 합동방송을 하면서 독자에겐 공연티켓을, 관객에겐 책을 주는 이벤트하면 어떨까 살포시 건의드려 봅니다. 그리고…제가 궁금하니까 브릿G 관계자님이나 독자님 중에 뭔가 아시는 게 있으면 댓글 등으로 마구 알려 주세요!

https://tickets.interpark.com/goods/23016151

ㄴ 예매는 여기서…

 

‘미궁’을 연상케하는 무대에서 공연은 시작됩니다. (아마 에셔의 그림에서도 영향을 받은 듯 한데요.) 추리소설에서 트릭보다 살인 동기가 중요하다고 하는 아가사의 말을 무시하고(?) ‘기발한 트릭’에만 흥미있는 가면 쓴 대중들. 아가사는 묘한 표정으로 “당신들은 살인이 재미있습니까?”라고 묻습니다. 아가사의 최신작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은 ‘추리소설의 룰을 깼다’는 호평을 받지만 (결말이 충격적이죠…) 동시에 혹평도 받습니다.(극 중에 정확하겐 안 나오지만 판매실적이 안 좋은 듯 ㅠ) 그 무렵 아가사의 엄마는 죽고 아가사의 남편은 바람을 피우고 있죠. 아가사는 (그녀의 가십을 팔아먹는)기자, (작품을 독촉하면서 은근히 까내리는) 편집자, (숨이 막힌다면서) 바람을 피우는 남편, 남편의 내연녀, 아가사를 엄마’처럼’ 길러준 하녀를 두고 사라져 버립니다. 아가사의 조수인 ‘꼬마 탐정’ 레이몬드 라는 소년이 ‘누가 아가사 실종의 범인인지’를 추적하기 시작합니다.

ㄴ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의 문학사적 의의를 알려주실 분…

 

아가사는 어느 호텔에서 깨어납니다. ‘로이’라는 벨기에에서 온 잘생긴(중요!)남자가 아가사를 호텔로 데려왔다고 합니다. 로이는 아가사가 막힌 글을 쓸 수 있게 해 주고, 아가사는 로이의 독약 리스트 정리를 도와주기로 합니다. 그리고 둘 사이의 미묘한 기류…실제로 아가사 크리스티는 약국에서 일해서 독을 잘 알았다고 합니다. 조제실에서 일하다가 자신이 잘 아는 독으로 살인하는 추리소설을 쓰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아가사의 장편 66편에서 독살이 나오는 작품은 34편(52%)으로 절반이 넘으며, 독살 희생자는 62명으로 거의 40%라고 합니다. (관련 기사)

극 중 가사에서 “독은 약자의 칼”이라고 하는데…예를 들면 여자가 완력으로 남자를 제압하고 칼로 찔러 죽이기는 어렵지만 음식에 몰래 독을 잘 타면 손쉽게 죽일 수 있죠. 로이는 아가사에게 내면에 있는 독약으로 살인하고 싶은 욕망을 불러내려 하지만 아가사는 이전까지의 소설과는 다른 ‘살인의 동기가 복수가 아니라 정의구현이고, 살인자가 여러 명인’ 소설을 씁니다. 극중에선 정확하게 언급되지 않지만 아마 <오리엔트 특급살인>인 듯 합니다. (영화로도 나왔죠. 넷플릭스에 있습니다.) 아가사는 이 소설의 탐정 캐릭터가 꼬마탐정 레이몬드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네? 에르퀼 푸아로가요? 로이가 벨기에에서 왔다고 언급된 걸 보면 로이의 영향도 있는 듯 하고…(레이몬드가 자기 소설 주인공의 이름이 ‘테레사’라고 하는 대사가 있는데 아가사가 호텔 숙박부에 쓴 ‘테레사’는 여기서 왔고, ‘닐’은 실제 아가사의 남편의 불륜상대의 성이라고 합니다.)

ㄴ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 중에 독으로 살인하는 작품들 알려주실 분…기발한 독살도 소개해 주세요…

ㄴ<오리엔트 특급살인> TMI 아무거나요!

 

로이와 헤어져 현실로, 집으로 돌아온 아가사는 계속 추리소설을 쓰고, 남편과 이혼하고 재혼하고, 여왕의 축전을 받는 우리가 잘 아는 그 아가사 크리스티가 됩니다. 극 중에서 아가사는 소설을 쓰는 것을 ‘테세우스의 미궁’이라고 비유합니다. 인물의 동기는 아리아드네의 붉은 실이고요. 붉은 실을 끝까지 잡고 있어야 미궁을 빠져나올 수 있는데, 극은 아가사가 미궁을 빠져나오는 여정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관객에게도 당신의 미궁은 무엇이며, 붉은 실은 무엇인지를 묻네요.

 

그러니 <아가사>와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 전집 속에서 헤매고 있는 제게 붉은 실 한 가닥씩을 던져 주세요!

한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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