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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의 좋은 제목이란 뭘까

분류: 수다, 글쓴이: 드리민, 23년 5월, 댓글4, 읽음: 84

리메이크 하다말고 또 이야기를 갈아엎고 있습니다. 연재 계획 및 세부 과정 자체를 년 단위로 잡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절대로 중간에 엎지 않을 겁니다. 이와 관련해서도 주기적인 근황 보고도 브릿G에 올릴 예정입니다.

시간 내서 단편이나 리뷰 공모도 쓸 겁니다. 꼭이요.

(사실 새해 시작하면서 내세운 계획이 주에 한 번 단편이나 리뷰 올리기였는데 대차게 말아먹은지 오래입니다.)

 

 

아무튼, 오늘의 본론인 ‘웹소설의 좋은 제목이란 뭘까’입니다. 사실 제가 답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고, 고민이자 푸념입니다. 좋은 제목의 정답을 알고 있었다면 이러고 있지는 않았겠죠.

 

몇년째 붙잡고는 또 몇년을 붙잡을 계획인 소설 <검은 양은 여동생의 꿈을 꾸는가>입니다.

이 작품을 쓰는 데 착안한 이야기는 크게 두 개입니다.

내용적으로는 아르고 호 이야기로 잘 알려진 아폴로니오스 로디오스의 <아르고나우티카>,

그리고 제목은 필립 K. 딕의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를 비틀어서 지었습니다.

사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의 내용도 어느정도 참고하긴 했는데, 배를 타고 모험을 떠난다는 점에서 <아르고나우티카>의 참고 비중이 압도적인 편입니다.

 

아무튼 나름 쓰고 싶은 이야기가 명확했고, <검은양은 여동생의 꿈을 꾸는가>라는 제목이 그 이야기를 드러내면서 두 작품의 오마주로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최근까지는 그렇게 생각해왔습니다.

 

네, 이 고민은 꽤 최근에 생겼습니다. 이야기를 다듬으면서요. 이야기의 큰 줄기는 바뀌지 않았지만, 그 미묘한 차이 때문에 제목이 이야기의 전체 내용을 정확하게 담아내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게다가 외적인 문제도 있었습니다. “주인공 아이젤은 남자야?” 같은 평은 제가 의도한 부분이었지만, 제목에 들어간 “여동생”이라는 표현 자체가 장르를 남성향 로맨스/로맨스코미디로 미스리딩시키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부분을 피하려고 일부러 “언니가 여동생을 구한다.”로 설정한 건데 말이죠!

(물론 원안 중에는 아이젤이 남자인 케이스도 있었습니다. 구해지는 쪽을 남동생으로 할 계획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빠&여동생은 제가 쓰기 싫었고, 나머지는 자칫 제가 쓰면서 장르를 이탈할 거 같아서(…) 기각.)

 

그래서, 여기서부터 비극이 시작됩니다. 제목은 갈아엎어야겠는데, 더 좋은 제목은 떠오르지 않는 겁니다.

뭐,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제목에 들어가면 좋은 것’과 ‘제목에 넣고 싶은 것’이 다르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웹소설 중 많은 수의 작품이 가진 특징들… 로그라인, 주인공의 능력이나 직업 같은 것을 명시하는 문장형 제목을 사용하는 것에 거부감이 있는 것이죠.

그런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를 오마주할 생각을 한 게 제게 있어서 큰 도전이었던 셈입니다. 보기 좋게 실패했지만요.

 

아무튼 요즘은 제목을 어떻게 하는 게 좋을 지 고민이 됩니다. 여러 후보는 있는데, 이것들을 내보이고 누군가에게 선택해달라고 할 수는 없는 법이니 꺼내기도 힘드네요.

웹소설의 좋은 제목이란 진짜로, 뭘까요.

드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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