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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문 10답] 자유게시판에 인사 올릴 겸 해서…!

분류: 수다, 글쓴이: 유난비, 23년 5월, 댓글4, 읽음: 74

 안녕하세요, 브릿G 게시판에는 처음 인사드려 보네요. 사실 이전부터 종종 눈팅은 했었는데, 그래도 뭔가 스스로 내보일 만한 걸 만들어 올리기 전까지는 글을 올리기 애매할 것 같았어요. 지금도 아직 올린 작품은 하나밖에(그것도 아직 극초반인) 없지만, 재미있는 기획을 발견해 스스로 생각을 정리해볼 겸 올려 봅니다. 어쩌면 이곳에서 활동하시는 다른 작가님들께 드리는 인사말을 겸하는 느낌이 될 수도 있겠네요.

 

1. 글을 쓰게 된 계기

예전에 어떤 게임(지금은 서비스 종료된 지 오래인)을 열심히 했던 적이 있어요. 게임이랑 정말 연 없이 살았다가 그게 거의 처음으로 제대로 해 본 게임인지라 정말 놀랍도록 빠져들었던 것 같네요. 함께하던 다른 사람들은 전부 그 게임성을 좋아했지만 저는 스토리까지도 함께 좋아하곤 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특별한 고민 없이, 혹은 마감에 쫓기어 노골적인 공백들을 남기고 간 허점 많은 플롯이었지만 그 간극과 공백이 오히려 제 마음에 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 공백을 채울 만한 것들을 스스로 상상하기 시작했어요. 이 시간 동안 이런 일들이 일어났다면 어떨까? 앞으로 어떤 사건을 암시하고 싶어서 이런 말들을 한 걸까? 같이요.

그렇게 계속하다 보니 결국 그런 욕구가 이야기 자체에 대한 욕망으로 진화? 하게 되어버린 것 같네요. 어찌 보면 지금의 글도 거기에서 연쇄적으로 구상하며 뻗어나오다가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가 되어 버린 이야기라서요.

 

2. 내가 쓰고 싶은 글에 관하여

이야기 그 자체와, 이야기 이면으로 정말로 하고 싶었던 말(그런 것이 있는 글이라면)이 함께 잘 전달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물론 당연하게도 읽는 사람이 재미있어야 하는 게 가장 우선이겠지만요. 간단하면서도 정말 어려운 목표로 느껴질 때가 많네요.

 

3. 내가 자주 쓰는 장르나, 이야기. 작품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사실 장르를 널뛰기하는 글을 좋아하는 편이라 예전에도 글 쓸 때 지인들에게 ‘이거 이 장르 맞아요?’ 같은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어요. 그렇지만 장르들 사이의 경계는 결국 모호하다고 생각해서… 한 장르에 통용되는 아이디어를 다른 장르로 가져와서 써 보면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하게 되네요.

요즘 들어서는 플롯 그 자체보단 좀더 인물 중심으로 생각하게 되다 보니, 이야기를 쓸 때도 그 한 사람이 그렇게 자라나게/나아가게 되는 배경이나 이유 같은 것들을 스스로도 탐구하는 기분으로 쓰고 있는 것 같아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특성 말고도, 일반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면도 한 면씩 넣어보면서 스스로 퍼즐을 맞춰가는 기분으로 ‘그럼 이 사람은 어쩌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걸까?’ 같이 자신에게 질문하고, 나름대로 답해가는 과정에서 이야기의 뼈대가 짜여지는 것 같아요.

 

4. 가장 좋아하는 책과 그 이유

정말 많아서 하나를 꼽기가 쉽지 않네요. ‘근래’ 로 한정해 보면, 요즘은 뒤늦게 남세오 작가님의 「중력의 노래를 들어라」를 굉장히 즐겁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요.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그럴 법하게 녹여낸 글은 언제나 재미있지 않을 수가 없는 것 같아요.

 

5. 최근 글을 쓸 때 들었던 생각

제가 경험해 보지 못한 부분이나 당사자성을 지니지 않은 부분을 건드릴 때에 이러저러한 고민을 계속해서 하게 돼요. 스스로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되레 제 무지를 드러내는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닐까 하고요. 그러나 동시에 스스로 경계하더라도 완벽하게 케어할 수는 없는 만큼 계속 쓰고 실수에는 매를 맞아가며 배워가는 방법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6. 글쓰기에 대한 고민, 혹은 글을 쓸 때 이것만은 지키겠다는 나만의 철칙

‘내 글 사실 나 자신에게만 재미있는 게 아닐까?’ 혹은 ‘내가 봐도 뭔가 아쉬운 글인데 이거 정말 괜찮은 거 맞나?’ 하는 고민은… 사실 모든 작가분들이 가지고 계신 고민이기도 할 것 같아요. 그렇지만 동시에 그걸 생각하지 않기도 정말 어려운 일이네요.

문체가 전반적으로 정적이라는 평을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런 계통의 묘사를 스스로도 더 좋아하기 때문에 감사히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그래서인지 역동적이거나 뭔가 쉴새없이 지나가는 긴박한 글 같은 걸 보다 잘 써 보고 싶다는 생각도 종종 하게 되네요.

 

7. 내 글을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

하고 싶은 건 정말 많은데도…….

 

8. 다른 작가님들과 독자님들께 하고 싶은 말

브릿G는 조금만 찾아보면 색다른 작품이 정말 많은 보물창고 같은 곳이라고 생각해요. 거기에 약소하게나마 빛나지 않을지라도 무언가를 더 얹어보려고 해요. 잘 부탁드립니다.

 

9. 내가 쓴 글을 통틀어 가장 마음에 드는 한 문장 (어디에 나온 문장인지까지)

10.내가 쓴 글 중 가장 잘 썼다고 생각하는 장편, 중단편 각각 하나씩. (장편 없으면 중단편 2개도 괜찮음. 선정 이유까지.)

현재 브릿G에 올린─그리고 브릿G에 내보일 수 있을 법한─글이 「칼라빈카의 해피엔딩」 단 하나뿐이라 (그것도 지금 열다섯 편밖에 안 올라왔네요) 부끄럽지만 두 질문을 그냥 통합해서 해도 별 차이가 없을 것 같네요.

 

「칼라빈카의 해피엔딩」은 이세계에서 깨어난 주인공 ‘세희’가 영영 잃어버린 줄만 알았던 자신의 옛 인연을 만나 모험하는 동안, 세희를 기억하는 여러 사람들이 사라진 세희를 찾아헤매는 이야기에요. 흔히 이야기되는 이세계 빙의물에서 언급되지 않거나 배경 설정으로 지나가곤 하는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해 보고 싶었어요. 이 세상에 남을 것이냐 본래 세계로 돌아갈 것이냐에 대한 고전적인… 갈등도 함께요.

황도의 낮 속에서, 어떤 햇빛도 닿지 않는 그 방은 언제나 밤이었다. 그 밤 속의 황후는 연기로 안개를 끊임없이 빚어 방 속에 피워올렸다.

 나와 있는 분량 중에서 개인적으로 문장 단위로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글은 9회에 등장하는 이 문장 정도겠네요. 인물의 특성을 요약한 듯한 문장을 참 좋아하는데 개인적으로 쓰고 상당히 마음에 들었던 문단이라 이 곳에 옮겨 옵니다.

 

아직 올린 글도 많지 않고 작가라는 표현을 스스로 사용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많이 미숙한 사람이지만, 열심히 써 보며 보다 더 많고 다양한 글을 차차 내보일 수 있도록 해 볼게요. 좋은 기획을 올려 주신 담장 작가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유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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