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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문 10답] 참여합니다.

분류: 수다, 글쓴이: 이소플라본, 23년 5월, 읽음: 50

1. 글을 쓰게 된 계기

어려서의 꿈이 작가이기도 했지만, 사실 본격적으로 활동한 계기는 단순히 상금이 걸려있던 대회의 참여. 엄청나게 속물적이네요.

2. 내가 쓰고 싶은 글에 관하여

개인적으로는 쉽게 읽히는, 아름다운 글이네요. 한 문장을 세 번 네 번 읽어야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종류의 글은 되도록 피하고 싶어요. 하지만 묘사에 욕심껏 사치를 부리다보면 싸이코닥터의 수기인가 싶게 어지러워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중해야겠지요.

3. 내가 자주 쓰는 장르나, 이야기. 작품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첫 글인 역마살은 체험담처럼 쓰인 현대적 괴담이었는데, 뜻밖에도 갈 수록 포크로어/민담류로 흘러들어가게 되었습니다. SF장르 특유의 분위기를 몹시 사랑하여 가끔 흉내내고는 하지만, 학창시절에 소홀했던 인과응보로 늘 부스러기 같은 결과 뿐이네요.

늘 곱씹고 또 표현하고 싶은 주제는 ‘진짜와 가짜/살아가야하는 이유’ 이 두 종류입니다. 여러 졸문들을 통해 표현하고 있긴 하지만, 어쩌면 저 두 가지가 제 화두인가 싶습니다.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정의는 무엇인 지, 구차하고 비력한 삶이라도 살아가야하는 것인 지.

4. 가장 좋아하는 책과 그 이유

좀 소녀취향인가 싶은데, 기욤 뮈소 작가의 ‘종이여자’라는 책을 대단히 좋아합니다. 질박하지만 읽기 쉬운 문체와 매력적인 캐릭터, 훌륭한 서사가 잘 버무려진 수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나 작가 편의주의적 설정이 아니냔 얘기가 오가는 글입니다만, 장점을 덮어버릴 정도로 아쉽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5. 최근 글을 쓸 때 들었던 생각

사실 최근 뿐 아니라 줄곧 드는 생각인데, 너무 자가복제적인 글쓰기를 하고 있진 않은가 하는 고민을 하는 편입니다. 플롯이던 전개던 익숙하고 편한 방식을 고수하는 점이 늘 마음에 걸리거든요. 좋게 봐주시는 분들은 제 장점이라고 여겨주십니다만은, 언젠가 한 번 쯤은 확 다른 글을 쓰고픈 욕망의 발로일 지도 모르겠네요.

6. 글쓰기에 대한 고민, 혹은 글을 쓸 때 이것만은 지키겠다는 나만의 철칙

글쓰기에 대해 제대로 배워본 적도 없는 사람이라 철칙같은 것을 논하는 것이 부끄럽지만, 개인적으로는 ‘체홉의 총’을 늘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제가 독자라도 반전적인 요소를 넣기 위해 문맥에 없던 것을 등장시키면 팍 식을 것 같거든요. 그렇잖아도 나쁜 머리를 혹사시키더라도 그 점만은 지키기 위해 노력중이에요.

7. 내 글을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

여러 곳에서 들은 말이지만, ‘전설의 고향 같다’라고 표현할 수 있겠네요. 어쩌면 여기저기서 들어봤음직한 민담류를 자주 쓰다보니 그런 평가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8. 다른 작가님들과 독자님들께 하고 싶은 말

음… 하고싶은 말이라기보단 댓글이나 비평, 평가를 남겨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요. 자존감이 낮고 쉽게 고민하는 종류의 인간이라 누군가가 여기로 가라, 라고 말해주지 않으면 한 걸음 내딛는 것도 두렵거든요. 물론 괜히 댓글을 남기면 젠체하는 것 처럼 보일까봐 마음에 드는 글도 좋아요만 남기고 마는 제가 할 소린 아니겠지만요.

9. 내가 쓴 글을 통틀어 가장 마음에 드는 한 문장 (어디에 나온 문장인지까지)

너희를 이토록, 사랑하기에. <기이담 29. 이토록 너희를(하)>

저 스스로도 함부로 결말을 내지 못하고 있던, 그만큼 주제넘게 크고 난해한 주제였던 기이담에서 유일하게 마음에 걸리는 부분 없이 사랑하는 문장이네요. 정말로 신이 있다면 저런 말을 듣고 싶어요.

10.내가 쓴 글 중 가장 잘 썼다고 생각하는 장편, 중단편 각각 하나씩. (장편 없으면 중단편 2개도 괜찮음. 선정 이유까지.)

장편은 기이담, 단편은 왈강달강이네요.

기이담은 처음엔 소일거리 삼아 올리던 옴니버스 단편이던 것이 어쩌다보니 책으로까지 나가게 된 친구입니다. 별 생각없이 써내리던 글이었어서 장편화가 되고 큰 플롯을 잡느라 고생도 많이 했지만, 그만큼 마침내 완결을 내고 나서는 많이 뿌듯했던 것 같아요.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과분하게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고요. 저로서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글입니다.

왈강달강은 지금까지 쓴 글 중에 제가 추구하는 공포에 대해서 가장 잘 표현해낸 글이라고 생각해요. 너무 어렵지 않게, 너무 난해하지 않게, 그렇다고 너무 쉽고 뻔하지 않게 잘 매듭지었다 생각합니다.

 

쓰고보니 이것마저 마음에 들지 않아 지우거나 고치고픈 마음이 한가득이네요. 더 미련남기 전에 글 읽으러 가겠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이소플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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