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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걸린 코로나 후기

분류: 수다, 글쓴이: 샘물, 22년 10월, 댓글1, 읽음: 69

회사에서 평일 내내 갈려나가고 집에서 좀 쉬려 했더니만 감기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솔직히 짜증났죠. 인간이 받은 7일 1주 중에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건 그나마 2일인데 회복에 전념하면 제대로 놀지도 못하니까요. 그래도 돈이 궁하면 사람은 누군가의 신발 밑창도 핱을 수 있는 법입니다. 다음주 근무를 위해 회복에 전념했습니다.

 

그렇게 출근을 했는데 당시에도 몸상태가 좋지는 않았습니다. ‘출근은 피할 수 없다. 그럼 아픈 김에 확실하게 아픈 척이나 해서 업무 강도나 줄여야겠다’라고 생각했고,  직장 동료가 코로나 아니냐고 웃으면서 말할 때 아니라고 말했죠. 의심을 안한 건 아닌데 키트도 음성이었거든요. 그래도 같은 공간 쓰는 사람이 걱정하니 한 번 찔러봤습니다.

 

선명한 두 줄이 떴습니다. 이런 망할. 2일 전까지만 해도 그렇지 않았는데? 황급히 병원에 가 제대로 검사를 받았습니다. 제대로 확진이더군요. 2020년부터 피했던 코로나를 결국 저도 걸리고 말았습니다. 아마 저번 주 평일에 회사에서 갈려나간 게 원인이겠지요. 정말로 지쳐서 자도자도 다크서클이 사라지지 않았거든요.

 

그럼 1주일 간 휴가겠네! 라고 제 주변 친구들은 다 생각했습니다. 글쎄요, 휴가를 줄 정도로 심적 여유가 큰 회사였다면 저를 저번 주에 그렇게 갈아넣지 않았겠지요. 재택근무였습니다. 그래도 환자니까 일이 줄지 않았나요? 평소하고 다를 게 없네요.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이거 왜 아직도 안 끝났냐… 정시퇴근을 하고 싶어도 퇴근 안한 남들 눈치가 보이고, 그것보다 제 업무가 끝나지 않으니 집에서 야근까지 하지요. 딱 제 평소 생활에서 교통편 이동만 없어지고 모든 게 같았습니다.

 

글쓰기도 그렇고, 제 업무도 그렇고 단순한 목적이 아니라 ‘하고싶다’는 생각이 강하면 오히려 ‘왜 하고싶은 일이 있는데 몸이 아프지?’라고, 거꾸로 생각하게 됩니다. 지금 저는 아주 똑바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파 죽겠는데 왜 일을 자꾸 시키지?’ 이 일에 남아있던 아주 작은 근성이 사그라든 느낌입니다. 지금 그 흔적을 만지면 아주 차갑죠. 차갑고 검은 잿가루가 된 겁니다.

 

제가 예전에 썼던 글에 많은 분들이 위로를 해주시고, 힘내라고 격려해준 댓글들을 읽고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일일이 답변을 달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정신이 없거든요) 그때만 해도 저는 더 나아가고 싶었고, 큰 시련 앞에 흔들리고 있었죠. 그 사이에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여전히 위기에, 팀 내 갈등은 여전하고, 일정에 맞출 수나 있는지 의심드는 상황… 계속 되물었습니다. ‘너 진짜 여기서 미래를 투자하고 싶어? 이렇게 너만큼 막 사는 집단 속에서?’

 

일을 하면서 더 크게 느꼈습니다. 암만 머리털 빠지는 스트레스를 받아도 나는 글을 쓰던 그때의 스트레스가 정말 좋았다고. 돈만 생기면 매일 컴퓨터 앞에 눌러앉아 글만 쓰고 싶다고. 집 떠나서 집 소중한 걸 깨닫는 원리인가 봅니다. 지금하는 일도… 부족한 부분은 여전히 많지만 그만큼 깨달아가며 채우는 것도 있습니다. 새로운 툴을 배웠을 때 그 뿌듯함은 참 간만에 느낀 감정이었지요.

 

오히려 그 감정을 느끼고 나니 더욱 나가야겠단 생각이 강해졌습니다. 죽이지 못하는 시련은 본인을 강하게 만든다지만 그런 사람에게 늘어나는 건 기술이 아니라 임기응변이죠. 이대로 이 괴로운 위기 속에 파묻혀 있으면 저는 ‘오늘만 지나가라’라고 생각하는 인간으로 끝날 기분입니다. 잠시 나와서, 숨좀 돌리고 내가 부족했던 부분을 채우고 싶습니다.

 

요즘같은 시기에 1년도 못채우고 퇴사를 생각하는 게 참 스스로 우습긴 합니다만, 나중에 돌이켜보면 제 선택이 언제나 막 틀렸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진 않았습니다. 애정도, 가능성도, 건강도 챙길 수 없는 곳이라면 차라리 나와 집에서 숨만 쉬는 게 제 심신에 좋을 겁니다.(단정지은 것처럼 말하지만 아직도 고민입니다)

 

일은… 계속 해야겠지요. 여전히 제가 글로만 먹고살 수 있을 거란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저부터가 책을 사고 쉬이 읽질 않는데 어느 누가 제 구닥다리 글덩어리를 읽고 사주겠습니까? 차라리 한다면 ‘글쓰기’를 써먹을 수 있는 직업의 전문성을 지금부터라도 계속 올려야겠지요. 블로그 광고글부터 해야 할까요(웃음)

 

막상 다 쓰고보니 코로나 얘기로 하다 회사 욕하고 글쓰고 싶다는 소리만 하고 있군요. 제 글이 원래 이렇습니다. 주인처럼 목적없이 그냥 흘러가지요. 코로나 유행이 다시 시작하는데 여러분도 조심하십시오. 걸려서 좋을 거 없습니다. 체력 관리 잘 하시고요.

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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