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독자의 개인적인 소감이 궁금하실 수도 있을 연재 작가 분들을 위해

분류: 수다, 글쓴이: rambler, 21년 2월, 댓글6, 읽음: 179

안녕하세요. 자게에 글을 올리는 건 오랜만이네요.

12월쯤엔가 사람들두 적어지고 작품수도 적어지던 것 같았는데,

연초 들어 사람들과 작품들이 부쩍 늘어났다는 게 체감됩니다. (2월 경에 접어들면서 살짝 줄어드는 느낌이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저도 연재작을 쓰는 입장에서 독자분들은 어떤 생각을 하실까 종종 궁금해하던 차에

한번쯤 이런 개인적인 생각들을 공유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몇 자 남겨봅니다.

우선 저는 편당 분량이 상대적으로 긴 단편작보다는, 전체적으로는 긴 분량이지만 편당 분량이 상대적으로 짧은 연재작을 선호하는 편이고,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에서 이런 독자들도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기 위해 쓴 글이다 보니, 반드시 옳지는 않다는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

* 초스피드 효율러분들을 위해 제 개인적인 생각의 핵심들은 밑줄을 쳐두었습니다.

 

1. 분량에 대해서

브릿G는 매일 응원 기능을 통해 끊임없이 로그인을 하도록 동기부여를 해주고 있습니다.

다독을 하시는 분이거나 정말 마음에 드는 작품이 아니라면(잘 썼다와는 다른 개념입니다. 독자와 취향이 맞을 경우) 하루에 볼 수 있는 양이 어느 정도 제한 되어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너무 바쁠 땐 어떤 경우 아예 대놓고 짤막한 글을 볼까 하는 유혹이 생기기도 하는데(짧은 괴담 시리즈 등이 유행하는 이유 중 하나에 이 이유도 있지 않나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

평상시 기준으로, 너무 짧지도, 길지도 않게 적당히 관심을 유지하고 부담없이 보게 해줄 수 있는 분량은

브릿G 업로드 기준 대략 25~30쪽 내외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40쪽 넘어가기 시작하면 좀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하고(필력이 좋고 취향이 맞으면 커버가 되기도 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10쪽 내외 정도 같은 경우는(엽편이나 시 같은 경우 제외) 왠지 성의가 없어 보이는 듯한 느낌이 들더라구요.

 

2. 문단에 대해서

우선 지나친 엔터는 오히려 가독성을 해친다고 느꼈습니다.

한 문단에 세네 줄 내외 정도가 있는 게, 비교적 깔끔하게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이건 구체적으로 작품에 따라 다릅니다. 작품을 잘 쓰시는 분들은 문단에 몇 문장이 담겨있든 간에, 이질감 없이 상당히 유려하게 잘 쓰시더라구요. 가독성을 신경쓰지만 정작 가독성에 대해 감이 안 잡히시는 분들에 대한 일종의 제안 정도로 받아들여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나치게 문단이 길어도 보기가 어려웠습니다. 예전 인터넷에서 유행하던 캠릿브지 연구 글(캠릿브지 식으로 써도 머릿속에서는 캠브릿지로 입력된다는 내용의 글)을 보셨는지 모르겠는데, 인간은 글자 하나하나를 입력해 해석하기 보다는 의미의 단위로 묶어 머릿속에 입력한다고 하더라구요.

문단이 길어지고 내용이 조금 지지부진해지게 되면, 으레 해당 내용을 블록처럼 하나로 묶어 머릿속에 입력하게 되기에, 세세한 내용들을 잘 확인 안 하게 되고, 스킵하게 되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한데, 만약 그 문단 안에 중요한 힌트 등을 넣어둔 경우라면, 정작 작가의 의도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는 불상사를 겪게 되겠죠.

그래서 문단 나누기는 단순히 예쁘게 보이기의 문제가 아니라, 의미를 확실히 전달하기 위한 차원에서도 중요한 형식상 문제라 생각합니다.

 

3. 한자나 영어에 대해서

가령

‘주님, 오늘도 정의로운 도둑이 되게 해주세요’의 유명한 문장을,

주님, 오늘도 正義로운 thief이 되게 해주세요. 식으로 불필요하게 한자나 영어를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건 다들 잘 아실 텐데,

전문용어 등 다소 일반인들에 익숙하지 않은 용어라거나, 혹은 의미가 중첩되어 쉽게 분간이 되지 않는 경우엔 해당 한자나 영어를 곁들여서 설명해주는 것도 좋아보였습니다.

덩달아, 동양적 분위기의 소설에 서양식 이름을 쓴다거나, 서양적 분위기의 소설에 동양식의 이름을 쓰는 것 또한 초반부터 그렇게 분위기를 잡고 공을 들이지 않는 이상은, 갑자기 등장할 경우 상당한 이질감을 얻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4. 작품 소개에 대해서

재미없다, 별로다 이런 말들, 독자가 할 수 있어도, 작가들이 하면 절대 안되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단계에서 작품은 비록 엉망일 수 있어도, 작가 자신만은 자신감을 가져야 해요.

작품은 오랜 노력을 들여 거듭 수정하고 개선하면 좋아지지만, 작가가 처음 작품 소개에서부터 저런 비하 말들을 쓰면, 흥미가 일던 작품도 단번에 보기 싫어집니다.

설명이 편하도록 60점을 독자가 작품을 읽게 되는 최소 문턱 점수라 가정해볼 때, 1점짜리를 자신감만으로 60점짜리로 둔갑시킬 수는 없지만(전혀 다른 방법을 차용하는 봉이김선달 클라스 제외), 50점짜리를 60점짜리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작가의 작품에 대한 진정한 열정과 사랑, 그리고 자신감이라 생각합니다.

세일즈의 법칙 중 하나가 스스로 먼저 열광해서 그 열정을 주위에 전염시키는 것이거든요.

(저도 아직 대작을 써보지 않아 조언을 드리기 어려운 입장이긴 하지만, 적어도 독자의 입장에서 관찰해볼 때, 꾸준히 계속 독자의 의견에 귀기울이면서도 소신을 가지고 부단히 개선의 노력을 해가던 작가분들은 처음 작품과 나중의 작품의 질이 확연히 다르더라구요. 재미없었던 작품도 재미있어진 경우도 꽤 봤구)

 

5. 맞춤법에 대해서

이건 기본이라 생각합니다. 한글 프로그램이나 N블로그, D브런치 등에서 맞춤법 기능을 활용해 먼저 어느 정도는 맞춤법을 맞춰주시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읽는 데 크게 지장 없는 경우면 상관없지만, “않이 구런 궈 가꼬 웨그레” 정도 수준이면 성의 문제라고 생각이 들거든요.

 

6. 설정에 대해서

첫 작품 도입부에서 설정은 작가의 자유입니다. (법에 저촉되거나 심하게 공공정서를 건드리는 내용이 아니라면)

하지만 중반부에 들어서면(아직 내공이 얕아 정확히 언제쯤부터는 잘 모르겠습니다. 한 편당 30쪽 내외 기준의 작품을 예로 들때, 초반 대략 10~30여 편 정도를 지나면 정도쯤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때부터 설정은 작가의 완전 자율 범위에서 통제를 벗어나게 됩니다.

작품 중반부터는 설정은 작가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지금까지 자신이 써온 작품에 통제를 받습니다.

가령 칼과 마법이 횡행하는 스토리였는데 갑자기 총을 꺼낸다거나 식으로 개연성을 파괴하거나, 차별적인 세계관을 무분별하게 차용하며 아무런 비판 의식 없이 초반을 이끌어와놓고, 중반에 이르러서야 정치적 또는 도덕적 올바름을 들이대어 이질감을 주는 경우, 그간 아무런 복선 없이 예고조차 없었는데 문득 사건을 해결해주는 새로운 구세주 등장 등은 오히려 작가의 작품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없었음을 증명해줄 뿐, 기발함이나 정의로움 등을 보여주지는 않는다고 생각됩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 작품의 일관성 문제라 생각합니다)

 

7. 성행위에 대해서

간혹 성행위에 대해(19금 수준까지는 안 가지만 선을 거치는 느낌의 아슬아슬한 정도. 상상을 통해 자극하는 수준.) 너무 집중하시는 작가분들이 계시는 것 같습니다.

이것에 대해 옳고 그름을 떠나 작품 자체만으로 본다면, 성행위는 독자의 시선을 끌어당길 수 있는 절묘한 비법이라기보다는, 상당히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소재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해당 소재를 작품 구조상 부득이 꼭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라 사용하는 게 아니라 의도적인 목적에 의해 사용하려는 것이거든, 초반부에만 어느 정도 사용하거나, 이후 간혹 조금씩 등장시킴으로써 해당 내용들을 좋아하는 독자들의 관심을 유지하는 게 좋지(아예 대놓고 그것에만 열중하면 19금 소설로 등급을 높여야 하므로), 좋은 작품성으로 이어지던 글에 뜬금없이 성행위를 등장시키는 건 독자로 하여금 하차를 고민케 하는 악수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고로 넣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경우라면, 않는 쪽이 좀 더 낫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다른 취향적인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문제들도, 일부러 의도가 그쪽을 겨냥한 목적이 아니라면, 개인 습관이나 유행에 따라 쓴 장면들도 다시금 한번 생각해보는 쪽이 좋은 것 같습니다.

 

8. 소통

웹소설의 장점은 아무래도 즉각성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품 한 편 한 편마다 피드백을 받아볼 수 있는 것. 그게 아무래도 종이출판과는 다른 큰 특징일 테니까요.

서로의 의견이 갈릴 수 있는 취향 문제 등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옳고 그름이 명확한 것들(현실성을 중시하는 소설에서 개연성 문제 등)에 대해 몇차례 건의를 드렸음에도 불구하고(가령 현실적이고 심도 깊은 과학적인 이론에 기반해 흥미를 이끌어 온 sf소설인데 갑자기 천문학자들이 별자리 예측에 따라 기상예보를 한다 등), 작가가 생각하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의도적으로 고집으로만 일관한다면, 아무리 작품이 잘 써졌다 해도 하차의 고민을 하게 됩니다.

작가분마다 다르긴 하지만, 독자의 입장에서는 소통을 잘해주시는 작가분 같은 경우엔 똑같은 작품도 한번 더 세심히 들여다보게 되는 게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아무래도 우리 작가님 좀 더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 들어 속에만 담아뒀던 조언들도 조심스레 얘기해드리기도 하고, 어떤 부분이 좋았다 어떤 부분은 별로였다 하는 내용도 차츰 솔직하게 말해드릴 수 있게 됩니다.

단, 작품을 통해 작품을 대상으로 소통을 하는 구조가 아니라(건전한 피드백 주고받기 등), 독자와 작가가 서로라는 개인을 목적으로 소통을 한다면(적절한 친분을 넘어선 경우), 자칫 친목만을 위한 교류로 변질되어 작품에 대한 정확한 피드백을 받아볼 수 없게 되고, 그외에도 작품에 대한 열중보다 친목에 집중하는 등 여러 부작용이 일 수 있으니, 이 부분은 주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개인적으로 브릿G에서 작품 댓글을 다는 이들은 크게 세 부류로 구분된다고 생각합니다.

1) 내 작품의 독자 2) 친목이 형성된 지인 또는 친구 3) 댓글 이벤에 참석하기 위해 댓글 단 경우

내 작품의 독자라고 해서, 추후 지인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고, 그분께서 댓글 이벤에 참석하기 위해 댓글을 단 경우가 없으리란 법도 없습니다.

이처럼 위 3가지가 둘 또는 모두 중첩되는 경우도 있고, 상황에 따라 다른 목적이었던 경우도 있는 등 명확히 구분이 안되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시간이 지날수록 해당 독자가 어떤 목적의 사람인지 구분되기 시작할 겁니다.

그리고 우리 작가들에게 필요한 건, 두말할 필요 없이 독자구요.

작품을 쓰느라 겪을 수도 있는 외로움으로 인해, 우리가 진정 필요로 하는 게 누구인지를 혼동해서는 안됩니다.

 

9. 작품.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게.

간혹 자신의 작품인데도 너무 거리를 두거나(마치 자신이 쓴 글이 아닌듯한 태도), 본인만 너무 몰입해서(독자는 아직 그만큼 공감을 느끼지 못했는데도)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야기는 작가와 독자가 삶에 대한 비유를 놓고 서로 소통하는 매개체라고 생각합니다. 삶에 대한 새로운 세계를 제시해주는 것이죠.

따라서 독자가 충분히 작품에 녹아들고 새로 만들어진 비유의 세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열정을 가지되 어느 정도 여유를 두고 거리를 띄우는 게 좋아보입니다.

작가가 인식하고 느끼는 삶에 대한 가치관과 철학 등이 작품으로 반영되다 보니, 자연스레 작품과 작가 본인을 무의식적으로 동일시하는 경향이 생길 수 있는데, 이런 경우 건전한 비평을 받기 어려워지고(비평=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인식될 수 있음. 결과적으로 자신감 및 자존감 하락), 이야기가 충분히 공감을 얻기 전 작가만이 먼저 흠뻑 취해 독자를 끌어들일 수 없을 수도 있다 보니, 우선은 작품과 자신을 분리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마치 작품이라는 아이를 낳기는 했지만, 아이가 부모인 것은 아니듯이요. 서로를 분리해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삭막한 추위로 고통을 받는 현실에, 따뜻한 온기를 전해주는 이야기라는 불을 접했을 때,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타 죽게 되고, 너무 멀어지면 추위에 고통받게 되듯.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그런 이미지로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애초에 뭘 계획하고 쓴 게 아니다 보니, 좀 두서가 없어지고 장황해진 경향이 없지 않은데..

아무쪼록 읽느라 들인 시간과 데이터가 무의미한 낭비가 되지 않고, 조금이나마 참고에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무튼… 모두들 화이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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