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를 왜 하냐고요?
정치혐오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나 흔히 있는 현상입니다. 예, 정치 더러운 일 맞아요. 누구나 정치인이라면 이기기 위해 신념을 꺾고, 악의와 타협하며 자신과 국민을 기만합니다. 그러다 종국엔 권력의 맛에 종속되기도 하죠. 저도 언젠가 정치에도 도덕이 제 1원칙으로 바로 서는 날이 올 거라 믿습니다만, 적어도 지금은 아닙니다.
그래서 많은 분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정치를 멀리하고, 종례엔 투표를 거부하기도 합니다. 이유야 붙이면 그만이고요.
이놈이나 저놈이나 다 똑같다. 어차피 다 세금 도둑들 아니냐?
나 하나가 투표한다고 뭐가 달라지겠냐?
심지어, 그냥 귀찮다.
정말로 정치의 일말의 관심도 없고 귀찮아서 투표를 거부하는 것이라면, 예, 좋습니다. 그것도 자유지요. 물론 그런 분들은 정치를 욕할 이유도 없겠지요. 관심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적어도 정치인을 ‘세금도둑’이라 욕할 정도의 관심이라도 있다면 다릅니다.
다 변명일 뿐입니다.
어떤 정치인을 지지하고, 투표한다는 행위에는 자신의 신념을 표출한다는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투표는 동시에 자신의 신념을 꺾는 행위입니다. 어떤 정치인도 우리의 마음에 꼭 맞는 정책과 사상과 인품을 가질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언제나 차선이나 차악을 선택하며, 그 와중에 그 정치인이 가진 오류도 받아들이게 되지요. 때로는 신념을 꺾어가면서 까지요.
제가 보기에 정치가 혐오스러워서 투표를 안하겠다는 분들은 그게 두려운 것 뿐입니다. 자기 마음에 안드는 것을 선택한다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이니까요. 제가 이제부터 찍으려는 후보도 제 마음에 안드는 오류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 오류가 정말 ‘오류’일까요? 과연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이죠? 지금 정치가 싫어서 투표를 안하겠다는 당신은, 과연 그걸 명확히 구분할 정도의 명안을 가지고 있나요? 아니, 애초에 그런 게 존재하기는 하나요?
민주주의에서 투표는 당신의 미래를 완전히 보장하지 않습니다. 마치 빗물과 같죠. 하나하나의 물방울은 어떤 의미도 만들지 못합니다. 하지만 모이면 강의 흐름을 만듭니다. 그 흐름은 수천만 물방울의 총체이기에 당연히 당신의 의지를 온전히 반영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방향성은 가지고 있지요.
과연 전임 박근혜 정부가, 그리고 지금의 진보, 보수 양 진영 정치인들 모두가 자신의 ‘신념’에 입각해서 앞다투어 복지 공약을 쏟아내고 있을까요? 아니요. 민의의 흐름을 반영한 것뿐입니다.
당신은 폭포를 거스를 수 없지만, 적어도 흐를 수는 있습니다. 투표란 그런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