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소리 vol.3
제 헛소리도 벌써 세 번째로군요. 사실, 자유게시판에 쏟아내는 제 모든 소리가 헛소리같습니다만, 그건 논외로 하도록 하죠.
대부분의 글쟁이가 어떤 목표를 가지고 글을 쓰는지는 제 알 바가 아닙니다만, 그래도 무언가 목표라는 것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런 건 알기 싫어도 알게되는 종류의 지식이죠. 근데 저는 딱히 무슨 목표를 두고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제가 왜 소설을 쓰는 지, 저는 잘 모르겠어요.
1. 가끔 취미로 소설을 쓰는 건지 아니면 상업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는 건지 묻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저는 그 질문의 기저에 깔린 의도를 이해하지만, 의도를 이해할 뿐이지 질문 자체는 뭔 X소린지 모르겠습니다. 취미로 쓰다가 존나 잘 쓰면 상업적으로 팔리는 거고, 상업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어도 못쓰면 취미 꼴인 건데 왜 굳이 그걸 구분하고 있는 걸까요. 구분하는 것이 인류의 DNA에 새겨진 병신짓 중 하나인 걸까요. 하여간 이상합니다.
2. 그야 모든 소설은 독자를 필요로 합니다. 독자를 상정하지 않은 소설은 아마도 소설이라고 보기 어렵겠죠. 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 글쟁이들은 소설에 많은 공을 들입니다. 주제 의식이 그러하겠고, 캐릭터성이 그러하겠고, 그 외 기타등등 여러가지 수고로운 작업이 이어집니다. 그런데 저는 제가 쓰는 소설이 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제 머릿속에서 떠오른 한 줄기의 이야기를 따라갈 뿐이고, 그게 재미있는지 무슨 주제의식을 담고 있는지 그런거 별로 신경쓰지 않아요. 머릿속에 존재하는 세상의 이야기를 지껄일 뿐이죠. 그래서 제 소설이 쓰레기인가봅니다.
3. 가끔 제 단편을 좋아해주시는 분이 계십니다. 모래사장에서 김서방 찾는 수준이죠. 저는 생각합니다. 훌륭한 작가는 그의 모든 작품으로 독자를 만족시키지만, 제 글은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을. 저는 머릿속에 떠오른 이야기를 그저 지껄일 뿐이라서, 단편이면 단편 장편이면 장편 이야기의 편차가 심합니다. 어떤 글이 취향을 저격하더라도, 비슷한 색채를 가진 소설을 (적어도 제 작품활동 안에서는) 찾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실력이 들쑥날쑥해보인달까요.
4. 저는 10년을 잉여롭게 글을 써왔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병신이라는 사실을 잘 압니다. 저보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우주의 별 만큼 많고, 제 글은 볼품없습니다.
근데 고작 몇 달 쓰고 자기가 도스토옙스키 수준의 천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 동네방네 망신을 주고 싶을 정도네요. 겸손이 제일가는 미덕은 아니지만, 실력도 없는데 겸손하지도 않은 사람은 없애버리고 싶음.
5. 제 글이 참으로 볼품없기는 해도, 제가 글 쓰는 걸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차라리 제 마지막 호흡을 포기하죠. 저는 아무도 봐주지 않는 노잼 세계관과 함께 침몰하겠습니다. 선장이 배를 포기하는 일 없듯이, 제 끔찍한 세계는 저와 함께 갈 것입니다.
오늘도 헛소리는 장황하군요. 다음 술취한 시간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