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서사 소비 또는 아이돌 팬의 관점에서 정치를 대하는 것.
무언가에 실망을 하려면 그전에 기대가 선결되어야 하겠지요.
영웅서사를 즐기거나 아이돌을 숭배하는데에는 어떤 기호적인 관점의 기준치를 가지고 기대를 가지기도 하고 그것이 충족되지 않으면 실망을 하기도 합니다.
“나 실망해서 더이상 이거 팬질 안해.” 라는 이야기가 충분히 성립되는 영역이지요.
반면에 정치는 기능적이고 실리적이고 무엇보다 생계에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분야입니다.
투표란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거대한 기계가 돌아가는데에 핵심적인 톱니바퀴를 새것으로 교체해 주는 행위라 생각합니다.
대단한 기대 심리를 가지거나, 그 효과의 미비함에 실망하거나, 교체 자체를 포기하거나.. 그 어느쪽도 좀 해괴한 접근 방법입니다. 이건… 그냥 해야 하는거에요.
특히나 지난 몇년간의 대의가 반영된 선택이 이 기계의 구동부에 상처를 입히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원인들을 쌓아 올렸다면 더더욱이 신경써야 겠지요.
내가 지지한 누군가를 영웅시 해서 ‘이 사람이 되기만 한다면 모든게 달라지고 나아질거야!’라는 기대 심리를 가진 다거나 ‘내 한표의 결과가 이런 모양새로 돌아오다니 난 환멸을 느껴서 선택 자체를 안할거야!’ 라고 느낀는건 결국 정치를 일종의 영웅서사 소비나 아이돌 팬질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대하고 있었다는 이야기 밖에 안될겁니다.
선택에 한표를 행사하고, 그 이후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문제점을 보완하고, 간과할수 없는 일이 발생한다면 광장으로 뛰쳐 나오고, 그 일련의 과정을 다 고려해서 다음 주기에 다시 표로 반영하는 행위 자체가 우리가 대의 민주주의란 시스템 안에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이 시스템을 돌리기 위해 필요한 순환이 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