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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저 또한 그렇습니다.

분류: 수다, 글쓴이: WATERS, 20년 6월, 댓글4, 읽음: 199

브릿G에서 오랜 기간 ⌜겨울불꽃의 시대⌟를 공개해왔습니다. 사실 지금의 저는 이것저것 다른 필명으로 겨울불꽃과는 결과 갈래가 많이 다른, 좀 더 그나마 ‘웹소설’의 대중적 정의와 부합하는 작품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겨울불꽃으로 선보였던, 그나마 제가 정교하고 독창적으로 짜맞추려 노력한 표현과 묘사와 문장은 거진 8할 이상이 들어내졌습니다. 그럼에도 마이너 장르로 저는 고생하고 있었지요.

 

저 또한 브릿G를 사랑합니다. 브릿G에서 순위에 올랐던 모든 순간을 저는 모두 캡쳐해서 갖고 있었고, 한때는 맥북 배경화면으로 박아놓기도 했습니다. 제 키보드를 가장 많이 닳게 만든 작품 역시 아직도 겨울불꽃입니다. 완결내고 컨택받아 출간예정인 작품이 좀 더 회차수가 많긴 하나, 겨울불꽃은 제가 새벽 6시까지 퇴고해서 두 시간 자고 아침 8시에 올리던, 하루 하루를 갈아넣은 제 영혼의 탁본과도 같은 작품이었으니까요.

 

사흘 전부터 브릿G에서 겨울불꽃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아마 눈치가 굉장히 좋으신 분이라면 알고 계시리라고 저는 기대해봅니다. 사실 연재도 중단한지 오래되었고, 그동안 순위도 많이 떨어졌고, 이제 읽어주시는 분도 거의 없다시피하니까요.

 

사실 그래서, 그런 작품이라서, 어차피 내친김에 어딜 내보아도 손해가 없는 작품이라서, 공모전 예심기간 내내 58화 비축만 풀어도 되는 작품이라서 내던지듯 다른 작가님의 권유에 겨울불꽃을 이름만 바꾸어 출푼했습니다.

 

⌜겨울의 용과 은총의 소녀⌟라는, 원래는 사실 중세 그 시절의 시대정신에 대해 담아보려고 했던 고찰이 담긴 제목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제목이지요. 하지만 이 겨울불꽃은 ‘고치라는 대로 다 고치겠다’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출판사에서 여러번 까인 원고인걸요. 이름 바꾸는 건 어렵지 않았습니다.

 

작품 소개도 바꾸었습니다. 사실 저는 원래 겨울불꽃의 작품소개가 더 마음에 들었었습니다. 당연히 그건 2주 넘게 고치고 고쳐 가며 확정한 소개글이니까요. 하지만 역시 제가 여기서 더 이상 무엇을 못 바꿀까요.

 

내던지듯 연재를 다시 시작한지 이제 사흘차. 판타지 장르 작품이라는 고집도 접고 대중의 장르 정의에 따라 로판으로 집어넣었습니다. 그리고 공모전 순위 5위 이내에 올라와있습니다. 저는 아직도 실감이 되질 않고, 아직도 불안합니다. 이 희망이…마치 브릿G 연재 순위 기록만 가지고 출판사에 부딪히던 시절처럼 곧 부서질 희미한 희망이 아닐까 너무 불안합니다.

 

하지만 작가는 과연 성적과 관심을 먹고 사는 존재라서, 반 년 동안 마무리하지 못했던 58화가 2시간만에 마무리되고, 오늘 하루에만 59화를 집필했고, 이제 60화의 절반에 이르렀습니다. 60화가 1부의 완결이니, 이제 드디어 2부인 ‘섭리의 손아귀’를 쓸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겨울불꽃은 정말 괜찮은 작품일까요? 괜찮은 작품이란 뭘까요. 겨울불꽃은 언제나 제 인생과 제 영혼의 탁본과도 같은 작품인데, 녹아버린 에다말레이아의 밀랍초 촛불처럼 흔들리던 제 인생의 관점이 담긴 이 글이 과연 썩 괜찮은 가치를 지니고 있을까요? 저는 아직도 두렵습니다. 간사한 마음은 사흘만에 꿈을 다시 꾸게 해주었고, 간악한 머리는 사흘 내내 저를 찬란한 불안에 시달리게 만들었습니다.

 

여러분들이 읽어주었고 여러분들이 사랑해주었기에 겨울불꽃은 57화까지나마 연재될 수 있었습니다. 비록 공모전의 참가를 위해 잠시 작품을 비공개로 돌렸지만, 만약 이 공모전에서 또다시 처참한 성적을 받아들고 영혼 담긴 글을 쓰는 것을 접게 된다면 브릿G에 겨울불꽃은 돌아오게 될 겁니다.

 

하지만 만약에 겨울불꽃이 돌아오지 못하게 된다면… 제가 하루 두 시간을 겨우 자며 있는 힘껏 갈고 닦아 욱여넣은 인생의 탁본이 좀 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된다면… 저는 반드시 브릿G에 더 좋은 작품의 연재로 찾아오겠습니다. 자아실현을 이룬 작가로서요. 기쁨과 환희를 안은 작가로서요. 써야 하는 글이 아닌, 쓰고 싶은 글로 돈을 버는 작가로서요.

 

제 금의환향을 기원해주세요.

 

https://novel.naver.com/challenge/list.nhn?novelId=884986&contest=109

 

추신 : 사실 이래놓고 밑에 링크 올리면 되게 없어보인다는 걸 저는 알지만, 저에게 겨울불꽃은 더 없어보일 바닥도 없는 아픈 손가락인걸요. 모쪼록 이해를 부탁드릴게요.

WA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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