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심위원1
ZA 공모전은 무려 8회째를 맞이했다. 이 덕인지 좀비 사태 이후를 다루거나 좀비 사태를 어찌어찌 방어하고 있는 사회를 그린 내용 등 기존의 도식을 벗어나 새로운 상상력을 펼친 작품의 투고가 많아졌다. 덕분에 신선한 이야기를 볼 수 있었다는 즐거움과는 별개로, 좀비와 아포칼립스를 모두 아우르는 작품의 수가 부족했다는 것은 크게 아쉽다.
「안노 테이아」는 하드SF에 가까운 작품으로 좀비물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탄탄한 설정이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피아니스트ZA」는 유려한 문체로 작중 인물의 심리를 탁월하게 묘사했지만, 이야기가 한 인물에게 갇혀 확장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었다. 「영생 바이러스」는 좀비 아포칼립스라는 세계관에 충실하였지만, 작중 인물들의 과거 설정과 이야기가 유리되어 있었다. 「좀비 랜드」는 매력적이고 코믹한 설정을 가졌고 초반부의 흡인력이 매우 높았지만, 후반부의 미스터리가 풀리는 과정에서 다소 설득력이 떨어졌다. 「좀비 낭군가」는 진주 민요를 소재로 과거 여인들의 삶을 매혹적으로 풀어 내었으며 탄탄한 문장으로 구성된 완성도 높은 작품이었으나 좀비와 그에 관련된 수수께끼를 조금 더 비중있게 다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본선에는 독특한 도입부와 재기발랄한 문체가 매력적이었던 「좀비 랜드」와 완성도 높은 여성 서사 조선 좀비물 「좀비 낭군가」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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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ZA 문학 공모전에서는 좀비 아포칼립스 이후의 세계를 그린 작품이 많았다. 특히 아포칼립스의 쓸쓸한 풍광을 팬데믹 시대의 일상에 녹여낸 작품이 많았다. 다만, 아포칼립스 분위기에만 집중해 사건이나 캐릭터의 매력이 부족한 작품들이 두드러져 아쉬움이 크다.
「마멋」은 복수물과 활극을 섞으려는 시도가 엿보였으나 잘 어우러지지 않았고 캐릭터와 결말에 공감하기 어려웠다. 「생생곱창으로부터」는 좀비를 위한 간편식을 개발한다는 설정이 눈길을 끌었으나 긴장감 없는 전개와 예정된 결말이 아쉬웠다. 「무주지의 김 씨」는 지각이 있는 좀비가 등장하지만, 예상 가능한 전개와 전투 장면에서 차별화된 매력을 찾을 수 없었다. 「우리 좀비는 안 물어요」는 좀비가 사는 집을 의심하는 이웃의 이야기가 충분히 풀리지 않은 채 끝나 아쉬웠다.
본심에 올리는 작품은 「천만 좀비영화의 비밀」과 『봉쇄도시』다. 「천만 좀비영화의 비밀」은 평이한 스토리에도 사후 세계라는 판타지 배경에 좀비 인권 문제를 유머 있게 풀어내려고 했다. 『봉쇄도시』는 작품을 관통하는 큰 사건은 없으나 언제 좀비가 될지 모르는 노인과 손녀 그리고 이웃 사람들 사이의 긴장감과 인간성을 잘 그려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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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아포칼립스라는 문학적 설정이 팬데믹이라는 상황과 잘 호환이 되었던 덕에 제8회 ZA 문학 공모전에서는 현시대의 풍경이 작품 속에 녹아난 경향성이 두루 엿보였다. 단순히 풍경의 유사성을 묘사하는 것뿐만 아니라 각자가 체험한 구체적인 정보나 과정이 소재와 자연스레 맞물리는 경우들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팬데믹의 현상을 묘사하는 데 머무르는 한계성도 분명히 있었다. 더불어 ‘멸망한 김에 다 해보자’와 같은 식으로 파괴적 욕망 해소의 대상으로서만 종말을 묘사하는 획일적 시선 일변도의 이야기는 여전히 피로하게 느껴졌다.
「꽃잎에 이는 바람」은 안정적인 필력으로 묘사하는 팬데믹 시대의 절묘한 좀비물이었으나 인물 간의 감정선이 제대로 정리되지 못한 인상이었다. 「사는 얘기」 역시 시대의 풍경을 착실히 따라가는 이야기였는데, 1번 좀비가 나타난 이후 역학조사 과정에서 밝혀지는 감염자들의 일상을 따라가다 확장되는 구성 자체는 인상적이었으나 다양한 군상의 에피소드를 볼 수 있다는 장점만큼이나 중심 서사가 부재한다는 단점도 분명했던 작품이었다.
다음은 본심에 올린 작품들이다. 「첫사랑은 아포칼립스」 역시 팬데믹 시대의 풍경과 맞물린 학원 좀비물로서, 불필요해 보이는 에피소드도 있었지만 오락가락 애타는 인물의 감정선과 좀비들과의 사투를 오가는 발랄한 이야기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밤이 깊어 범이 우나니」는 다소 이야기가 장황했으나 창귀와 좀비를 결합한 독특한 시대물에서 시작해 현대 배경의 환생물로 치환되는 시도가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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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일의 좀비 아포칼립스 소재 문학상인 ZA 문학 공모전이 8회를 맞이했다. 올해의 공모작 중에선 유독 좀비 아포칼립스 이후의 세계를 무대로 한 작품이 많았던 점이 흥미로웠다. 그러나 여전히 ‘왜 좀비 아포칼립스인가’라는 물음에 답을 하는 작품은 많지 않아 아쉬웠다.
「사냥주간」은 이야기 자체의 완성도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한 듯했지만, 흡인력이 많이 아쉬웠다. 또한 ‘좀비 아포칼립스’가 이야기의 핵심 요소로 작용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세비지」는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흥미로운 설정이 매력이었으나, 사건의 발단 이후 이야기로 갈수록 디테일이 아쉬웠다. 「미백」은 좀비란 소재에 대한 접근 방식이 흥미로우나 이야기의 전체 완성도가 다소 아쉽게 느껴졌다. 「미련이 남는다면 고철의 심장을」은 전반부의 재미를 끝까지 끌고 가지 못했다. 「맹목」은 수험생과 약이라는 조합을 흥미롭게 다루지만, 결말까지 끌고 가는 힘이 부족해 보인다. 「웃으면 복이와요」는 차분하게 스토리를 잘 풀어나갔지만 좀비 아포칼립스란 설정과 긴밀하다는 인상을 받지 못했다. 「달이 머무는 바다」는 제주도와 해녀라는 소재가 흔치 않아 흥미로웠는데, 흡인력이 다소 아쉬웠다.
「희망은 없다」와 「지속 가능한 죽음으로부터」를 본심에 올린다. 「희망은 없다」는 캐릭터의 매력이 돋보이는 작품이었고, 좀비 아포칼립스의 세계관을 잘 담아냈다고 생각되었다. 「지속 가능한 죽음으로부터」는 좀비 아포칼립스 설정을 잘 활용한 컨셉이 매력적인데다, 흡인력이 뛰어났다.
예심위원5
코로나 시대 이후 처음으로 맞이한 ZA 문학 공모전이었고, 감염병으로 인한 비상사태를 어느 정도 체감해서 그런지 심사하는 작품 속의 현실 묘사들이 좀 더 피부에 와 닿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본심에 올린 작품 중에서 「메탈의 시대」는 유일하게 이성을 유지하고 있는 좀비라는, 전형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지만 아수라장 속에서도 록 스피릿을 실현한다는 올곧은 목표로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점이 눈에 띄었다. 속도에 대한 설정으로 좀비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집는「제발 조금만 천천히」는 아이디어가 흥미로웠고 결말의 임팩트 역시 좋았다. 고립된 공간을 무대로 한 「내 신랑」은 전반부 인물의 등장이나 복선을 좀 더 다듬을 수도 있었겠다는 아쉬움이 있기는 하나, 특유의 설화적 분위기와 파국적인 결말이 잘 어우러져 여운을 주었다.
「재이」는 배후의 사정이 있을 듯한 궁금증을 주는 도입부와 아포칼립스 속에서 ‘복수’라는 인물 개인의 목표를 녹여낸 점이 좋았으나 본격적인 사건 전개 부분의 흡인력이 아쉬웠다. 각기 좀비 사태가 일상화되었을 때와 막 시작되었을 때를 다루고 있는 「Z코스에 도전하시겠습니까?」와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을 때」는 경쾌한 상황 묘사와 읽는 재미가 있었지만 개연성과 완성도 면에서는 좀 더 보완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본심 진출작
좀비 랜드
좀비낭군가
메탈의 시대
제발 조금만 천천히
내 신랑
첫사랑은 아포칼립스
밤이 깊어 범이 우나니
봉쇄도시
천만 좀비영화의 비밀
희망은 없다
지속 가능한 죽음으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