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심 심사위원 최혁곤(소설가)
본심에 올라온 6편 작품 모두 안정적인 서사 구조를 가진 재미있는 작품들이다. 다만 좀비 캐릭터도 로맨스의 주인공으로 등장할 만큼 진화한 시대에 ‘한정된 공간에서 좀비와의 사투’라는 기존의 틀에 갇힌 느낌이고, 전체적으로 참신한 발상이 아쉽다.
장편 <네 가족을 죽여라>는 청년 백수 주인공이 아파트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좀비로 변해버린 가족과의 애틋한 동거 생활을 그리고 있다. 떠날 수도 없고, 지킬 수도 없는 선택의 기로에서 살아남은 자의 고민이 잘 녹아있다. 쉽게 읽히는 장점이 있고 적절한 유머, 청년 실업이라는 한국 사회의 현실까지 잘 담아낸 작품이다. 다만 화자의 사유 중심으로 애잔하게 흘러가다보니 후반부가 극적인 사건 없이 흘러 밋밋한 점이 아쉽다.
장편 <나는 좀비와 함께 걸었다>는 감기 바이러스 때문에 사람들이 좀비로 변해가는 세상과 맞딱드린 세 친구의 하룻밤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익숙한 설정에서 오는 안정감은 있으나 긴 분량을 단선 구조로 끌고 가기에는 서사가 벅차다. 복선이 쉽게 노출되고 불필요한 묘사도 눈에 띈다. 중편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정신병동을 배경으로 자신을 슈퍼맨이라고 믿는 주인공이 좀비와 맞서 싸우는 코믹 활극이다. 자칫 평범해 보일 수 있는 이야기를 캐릭터의 융합과 생생한 장면 묘사로 상쇄시켰다. 결말도 예측 가능하지만 세련되게 처리했다. 단편 <그가 택한 세상>은 좀비 세상에서 신선한 인간의 피를 찾아 도시를 배회하는 흡혈귀의 생존기를 코믹 터치로 그린 작품이다. 발상과 캐릭터가 매력적이고 다음 장면을 궁금하게 만드는 이야기의 힘이 있다. 현대 직장인의 냉소까지 잘 담아냈으나 몇몇 거친 비유가 리듬을 깬다.
단편 < B홀 3층>은 인간 성찰에 대한 깊이가 있다.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소설가가 취업을 위해 들른 컨벤션센터에 고립되면서 겪는 고뇌를 좀비에 빗대 단정하게 풀어냈다. 완성도 있는 작품이지만 구성 자체가 기존 좀비물의 큰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장르적 재미’란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엘리베이터에 갇힌 좀비들>은 강한 메시지가 있지만 설정에 비해 이야기가 빈약하다. 짧은 분량에 시점 교체까지 있어 정돈되지 못한 느낌이다.
본심 심사위원 김준혁(황금가지 편집장)
어느덧 5회를 맞이한 ZA 문학 공모전. 올해는 1년이라는 휴지기가 있음에도 응모작이 예년에 비해 줄어들어 다소 걱정스러운 시작이었다. 본심의 뚜껑을 열어보니 특별히 빼어난 작품이 있는 건 아니나 개성적인 소재와 흡인력으로 관심을 끌게 한 작품들이 있었다. 바로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그가 택한 세상>이었다. 전자는 ‘정신병동’ 후자는 ‘흡혈귀’를 소재로 하고 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중편 분량임에도 시종일관 재미를 유지하며 결말까지 무난하게 풀어냈다. <그가 택한 세상>은 이미 맥스 브룩스의 <세계대전Z 외전>에서도 풀어낸 적이 있는 좀비 세계의 흡혈귀 이야기라 특별히 신선한 소재는 아니나 한국 사회의 단면을 드러내면서도 단편으로서의 미덕을 잘 갖추고 있다. 고심 끝에 올해는 대상 수상작을 선정하긴 어려웠으나 이 두 작품을 우수작으로 선정하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가장 고심을 많이 했던 작품은 <네 가족을 죽여라>이다. 장편소설임에도 전체적인 구성이나 이야기가 마지막까지 안정적인 흐름을 주어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평이한 구조에서 특별한 반전이나 새로운 이야기가 없다는 게 아쉬웠다. 뭔가 터뜨려줄 한 방이 아쉬운 작품이었다. 만일 ZA 문학 공모전이 아닌 일반 문학 공모전이라면 수상 가능성이 있지 않았을까? 이러한 이유로 2회 ZA 문학 공모전의 <광인들> 예를 들어 여러 문제를 보완하면 출판 기회를 제공하는 쪽으로 정리하였다.
<엘리베이터에 갇힌 좀비들>과 < B홀 3층>, <나는 좀비와 함께 걸었다> 은 자체 이야기는 완성되었으나 기존에 ZA 문학에서 보던 틀을 답습하고 있었고, 무엇보다도 마지막까지 흡인력을 줄 만한 요소들이 없다는 게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