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심 심사위원 영화감독 오영두(‘이웃집 좀비’, ‘에일리언 비키니’의 감독)
좀비에 대한 기본 개념은 이미 모두가 인식하고 있다. 때문에 결국 우리는 그 인식을 어떻게 이용하고 또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좀비 장르에서 중요한 출발점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또 하나, 장르문학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재미’ 또한 결코 빼놓아서는 안 되겠다. 이런 부분을 고려해서 본심에 올라온 작품을 심사하면서 안타깝게도 뒷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짜릿한 충격을 받은 작품을 발견하지 못한 게 아쉽다고 할 수 있다. 모든 이의 시선이 좀비라는 이름 안에 너무 갇혀 있는 건 아닐까? 다만, 그 안에서 읽는 즐거움을 주는 작품을 당선작과 우수작으로 선정하였다.
당선작으로는 장르적으로 가장 재미있는 캐릭터와 공간을 잘 활용한 ‘옥상으로 가는길’이 되었다.
우수작으로는 좀비라는 이름이 가진 집단광기를 도시가 아닌 시골에 풀어놓고 젊은 이장이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그 가운데다 던져버린 ‘나에게 묻지마’, 엘리트들의 광기와 인간의 이중성을 충돌시킨 ‘연구소B의 침묵’, 한정된 공간과 인물을 잘 활용한 ‘별이 빛나는 밤에’를 선정하였다.
그리고 특별히 한편을 따로 언급하면 ‘광인들’은 초반 긴박감이 좋았으나 마무리가 아쉬웠다. 한국적 좀비들의 발견이라는 점은 좋았으나 좀비라는 장르안에서도 다른 장르들을 더 녹여낼수 있는 상상력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이는 나에게도 다시 던지는 질문이다.
본심 심사위원 황금가지 편집장 김준혁
올해 ZA 문학 공모전은 작년에 비해 ‘재미’면에서는 전반적으로 작년에 비해 나아지긴 했으나 완성도의 부족은 여전했다. 본선 진출작 중에서 ‘옥상으로 가는 길’은 당선작으로 선정하는 데 이견의 여지가 없었는데, 잘짜여진 구성과 뛰어난 흡인력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우수작으로 뽑힌 세 작품은 나름의 단점을 안고 있긴 했으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선정되었다. ‘나에게 묻지마’는 농촌을 끌어들이고 다소 개성적인 내용이긴 했으나 흡인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었으며, ‘연구소 B의 침묵’은 전체적인 구성이 좋으나 대화체의 어색함은 물론이고 인물이나 상황을 억지로 끼워맞추는 듯하여 감점을 받았다. ‘별이 빛나는 밤에’는 마지막 논의에서 추가된 작품인데 이야기가 나름 다듬어지긴 했으나 지나치게 상투적인 결말과 흐름이 단점이었다.
아쉽게도 선정작에 들지 못한 작품 중 가장 아쉬운 작품은 ‘광인들’이었다. 중반까지 읽었을 때에는 더 볼 것도 없이 ‘이 작품이 올해의 당선작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편소설에서 당선작이 나온다는 건 매우 유쾌한 일이기도 하고, 작품의 흡인력이나 설정, 전개 등 무엇 하나 나무랄 데 없었다. 하지만 중반 이후부터 너무나 갑자기 힘이 빠져버렸다. 아마도 마감일 때문에 급히 마무리하다 이런 일이 생긴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들었기에, 당선은 아니지만 후반부를 손을 보는 조건으로 출판 기회를 부여하기로 하였다. ‘꽃이지다’는 ‘별이 빛나는 밤에’와 함께 마지막까지 논의되었지만, 흡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 때문에 선정되지 못했다. ‘약탈자가 산다’는 스피드 있는 전개가 매력이었으나 구성이 빈약하고 문장력이 취약했다. ‘사전답사’는 이야기 소재가 참신하고 재미있으나 다소 구성이 밑밑하고 얼개가 허술했다. ‘네 번째 물결’은 근 장편의 분량이었으며 현실적인 이야기를 파고드는 매력이 있었으나 아직 습작이 더 필요한 작품으로 판단되었다. ‘동정남 마리아’는 초반의 통통 튀는 아이디어가 후반까지 유지되지 못했으며, ‘검은 구름’은 흡인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어 최종 선정되지 못했다.
당선작과 우수작 3편, 그리고 광인들의 응모자분들에게는 다음주 중 이메일을 통해 연락을 드릴 예정이다. 비록 아직까지 마이너한 장르이지만 이렇듯 예비 작가분들의 끊임없는 도전이 있는 한, ZA는 그 어느 장르 공모전보다도 오랫동안 유지되며 좋은 작품과 작가를 발굴하는 문학상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공모전에 참여해 주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2012년 공모전에서 다시 뵙길 바라 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