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理學) 판타지

대상작품: <무한한 미래들의 작은 조각> 외 8개 작품
큐레이터: 녹음익, 20년 12월, 조회 139

제가 주로 읽는 장르는 호러지만 편식은 나쁜 것이기 때문에 가능한 다른 장르도 읽으려 노력하고 있는데요, 개중에 SF는 호러와 접목되었을 때 시너지 효과가 상당히 잘 나오는 장르인 것 같아서 자연히 SF를 많이 읽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처럼 호러 독자의 입장에서 SF를 읽다 보니 하드한 SF보다는 어느 정도 판타지 요소가 섞인 SF를 선호하게 되더라고요.

큐레이션을 써야 하니까 제 나름대로 이학(理學) 판타지라고 이름을 붙여보았는데, 외계인이나 과학기술, 그리고 그것들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보다는 과학의 렌즈로 판타지적 현상을 들여다보는 느낌의 작품들이라고 하면 설명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거기에 겨울은 춥고…, 시간은 자비 없이 흐르고…, 마침 큐레이션 이벤트도 하고 있어서 [자기 PR도 좀 겸해서ㅠㅠ] 제 취향의 이학 판타지 작품들을 선별해보았습니다!

 

[01]. 언어편 – 언어와 관련된 세 개의 이야기들

별고양이 – 무한한 미래들의 작은 조각

날이 추우니까 따뜻한 작품을 제일 앞에 두었습니다. 미래를 보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인데, 주인공이 미래를 보는 방식이 언어적으로꽤나 독특한 것이 재미있습니다.  

 

아밀언어의 화석

듣기로는 언어학도 과학에 가깝다고 하더라고요. 요즘은 코퍼스 언어학이라고 어려운 수학을 써서 이해하기 힘든 연구들을 많이 하던데…, 하지만 이 작품이 다루는 언어학은 무려 고생물학의 영역 안에 있기에 수포자인 저도 안심입니다!

 

위래기계와 번역기

D의 일족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만물의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해주는 번역기가 있다면? 상큼한 분위기가 인상적인 짤막한 이야기입니다.

 

[02]. 실험실편 –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세 개의 이야기들

위래모기와 가설

인류의 영원한 적인 모기를 효과적으로 잡는 방법을 연구하던 과학자가 결국 큰 사고를 치고 맙니다. 한반도 땅에서 모기에 안 시달려본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시대와 세대를 아우를 과학개그물입니다.

 

녹차빙수필하율 학생의 직업체험 보고서

이 아저씨는 자꾸 매니악한 작품만 쓰는데, 이 글도 좀 매니악합니다. 화학자가 장래희망인 중학생 한 명이 무시무시한 존재들로 가득 찬 화학과 대학원을 견학하면서 점차 자신의 꿈을 수정해나간다는 이야기입니다.

 

유상한국진흥대학 생명학부 대학원기숙사 지침서

규칙괴담의 형식을 차용한 이학 판타지입니다. 다시 말해 이 작품에 등장하는 대학원에 관한 내용들은 전부 다 괴담임에 틀림이 없다는 것입니다!

 

[03]. 신화편 – 과학의 세계 바깥을 바라보는 세 개의 이야기들

박해수인터뷰, 신과 함께

천지창조의 내력을 신에게서 직접 듣는 경험은 얼마나 경이로울까요? 이 작품을 통해 한번 느껴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녹차빙수과학무당과 많은 커피

제목처럼 커피가 많이 나오는 소설인데, 주인공이 커피와 관련된 무시무시한 시련을 겪으며 과학무당이라는 차세대 직업인으로 각성한다는 내용이랍니다.

 

조나단신이 태어났다

엘리아데라는 유명한 아저씨가 사람은 종교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존재라고 말했다는데 정말일까요? 과학기술이 극한으로 발달한 사회에서도 과연 종교는 사라지지 않을까요? 과학시대의 신을 이야기하는 경이적인 분위기의 작품입니다.

 

p.s. 너무 멀게 느껴지지도, 너무 가깝게 느껴지지도 않는 적절한 거리감을 가진 환상을 구현한다는 것이 제가 이런 작품들을 좋아하는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날이 춥네요다들 건강 유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