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서로에게 나눌 수 있는 게 많은 계절, 12월의 달을 향해 시간이 또 흘러가고 있습니다.
연인의 사랑, 부성애와 모성애, 사제간의 사랑.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울타리를 지으면 이웃을 넘어 인류애와 생태계 전반에까지 한 두름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말로만 하는 사랑의 허식을 벗긴 실체는 너무 보잘것 없는 데다 처참한 현실을 계속 가리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랑이란 이름으로 행해지는 폭력은 민낯을 가리지 않고 뉴스 화면의 카메라 세례를 받습니다.
그래서 <폭력을 고발하는 주제>로 다룬 소설을 세 편 묶었습니다.
첫 번째 소설은 개꿈님의 [지푸라기조차 없더라고요]입니다.
이 소설은 호러와 기타 장르로, 어린 화자가 자신의 현실을 제대로 재현해내지 못하는 데서 작품의 날카로운 주제의식을 은근슬쩍 감추며 전개되고 있습니다. 야야라는 아이의 의식 속에서 대화를 나누는 닭은 누구이고 야야의 비밀은 무엇인지 알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두 번째 소설은 환상괴담님의 [바위앵무]입니다.
역시 호러 장르로, 바닷가 어촌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재현해 나가는 가운데 바위앵무의 비밀과 비극적인 결말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괴담을 민간의 생활과 엮어내는 솜씨가 뛰어난 작품으로, 쉽게 읽히면서 문제의식이 뒷덜미를 내리치는 재미를 환영하시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세 번째 소설은 달콤바닐라님의 [기괴한 단막극 – 7. 수업시간]입니다.
호러와 추리스릴러 장르로 소개되어 있는 이 작품은 의외로 교사의 손에 의해 저질러지는 폭력을 다루고 있습니다. 교사의 의도가 무엇인지 밝혀나가는 전개로 구성되어 있으면서 막장드라마의 세 요소인 불륜과 배신과 복수를 보고 싶으신 분께 추천합니다.
어쩔 수 없이 민감해질 수 밖에 없는 생활의 문제인 폭력은 근절되길 다 함께 바란다는 면에서 일상의 화두이면서도 동시에 끊임없이 이야기를 양산해내는 문학의 소재이자 동기입니다. 파충류의 뇌에서 영장류의 뇌로 진화한 인간답게, 윤동주 시인처럼 정말 사람다운 사람이 되길 스스로도 반성해 봅니다. 소설을 읽는 소소한 행위가, 마음까지 따뜻한 12월이 되어 이런 기사들이 눈에 띄는 일이 사라지는 획기적인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