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임 단편 앤솔로지 ‘내 이웃의 살인마’ 8인 저자 인터뷰

2020.1.2

 

살인마에 관한 색다르고 흥미로운 크라임 단편 앤솔러지 『내 이웃의 살인마』 출간을 기념해 8인의 저자와 함께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각 저자 분들께 서면으로 질의서를 보내드리며 응답을 요청했는데요, 질문들에 대한 진솔하고 다채로운 이야기를 보내 왔습니다. 수록된 여덟 편의 작품에 보다 폭넓게 유영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라며, 지금부터 그 이야기들을 한데 소개합니다!

 

‘혼자 온 손님’ 김태민 작가가 답하다

Q.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된 이유가 있는지요? 있다면 독자분들께 얘기해 주세요.

저는 공포물에는 고립된 공간과 두 사람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직 많이 어설프지만 앞으로도 이런 분위기의 이야기를 계속 시도해 볼 생각입니다.

 

Q. 살인마에 관한 작품집인데, 혹시 기억에 남는 실제 뉴스에 오른 사건이나 관련된 이야기가 있으신지요.

초등학교 5학년으로 기억되는데, 죽음을 목격한 적이 있습니다. 친구네 집에서 놀다가 맞은편 아파트에서 여자아이가 추락사하는 사건이 있었지요. 다행히 저는 그 장면을 직접 보지는 못 했습니다만, 친구는 과정을 모두 지켜봤다고 하더군요. 제 기억에는 아이가 떨어진 창가에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던 한 여성(아니면 장발의 남성)의 얼굴만이 기억에 남았지요. 거리가 멀었지만 저를 보고있는 것 같은 그 건조한 두 눈이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았습니다.

 

Q. 본작을 구상하고 완성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구상 후 완성까지 걸린 시간은 9년이라고 해야겠군요. 몇년 전에 잠시 쉬던 중 노트에 끄적거리던 습작을 블로그로 옮겨적었다가 다시 묵혀두었던 글을 브릿G 덕분에 꺼내보게 되었으니까요. 다른 곳에서는 꺼내 볼 생각을 하지 못 했는데, 브릿G의 독자분들은 차갑게 비평하면서도 배려 또한 잊지 않는 분들이라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전 혼자 공상 또는 망상을 즐기는 편이라 글의 내용을 머리속에서 이리저리 짜집기하는 걸 좋아합니다. ‘혼자 온 손님’도 그런 식으로 머리속에서 굴러다니던 조각이 어느 날, 우연찮게 제법 모양을 갖추어서 나와준 덕에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을 완성할 당시엔 야간근무를 하고 있어서 혼자 조용히 작업할 시간은 충분했는데, 잠을 잘 못 잔 탓에 한동안 불면증으로 고생을 좀 했습니다.

 

Q. 주인공이 홀로 펜션에서 살게 된 과정이 매우 디테일한데요, 혹시 실제 주변에서 누군가로부터 영감을 얻으신 걸까요?

‘혁진’은 오래 알고지낸 형님에게서 떠올린 이미지입니다. 성격은 약간 다르지만, 살아온 과정과 분위기가 비슷하네요. 그 분도 인생을 가볍게 즐겁게 살고 계신 멋쟁이지만, 가끔씩 전화 음성에 묻어나오는 외로움이 느껴지는 섬세한 감성의 소유자거든요. 성격은 제 고등학교 친구를 참고했습니다. 공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근무하고 있으며 시간관리에 철저한 것까지 그 친구의 지분이 크네요. 언제 술이라도 한 잔 사야할 것 같습니다.

 

Q. 혼자 온 손님의 외모가 영화 <매직 아워>의 킬러를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현실에서는 흔치 않은 복장 같은데요, 중절모에 바바리코트, 검은색 뿔테안경과 콧수염. 어떻게 이런 묘사를 하시게 되었을까요?

어린 시절부터 미스테리와 호러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을 잡겠다고 친구 둘이랑 탐정단을 만들기도 했지요. 그 중에서도 제 관심을 끈 것은 ‘잭 더 리퍼’입니다. 음산한 뒷골목에서 잔인한 살인을 저지르고 수백명의 경관들 사이를 유유히 빠져나가는 이미지를 항상 머리 속에 떠올렸는데,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킬러의 모습이 바로 제가 생각하는 잭 더 리퍼의 모습입니다. 당시 영국 남자들의 복장과 외모를 토대로 만든 이미지라 요즘 펜션에 혼자 찾아오는 남자의 외모로 보기엔 눈에 띌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는 이 살인자의 모습을 주인공 혁진과 대비되는 이미지로 보여지길 바랬습니다. 지극히 실용적인 혁진의 의상과 멋부림이 지나칠 정도인 킬러의 의상, 분 단위로 시간을 체크하는 혁진과 살인을 저지르고서도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킬러. 이런 식의 대비가 등장인물의 색깔을 더 분명하게 해줄 거라 생각했습니다.

 

Q. 새로 구상하시는 작품이 있으시다면 살짝 들려주실 수 있을런지요.

호러 단편을 세 편 준비중입니다. 해를 넘기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다른 작가님들의 글이 너무 재미있어서 하루 이틀 보내다보니 결국 해를 넘기게 되었군요. 아주 오래전 들었던 친구의 경험담을 각색한 이야기와 제가 구상한 오컬트 호러물을 곧 완성할 생각… 이었는데 A형 독감에 걸려서 조금 더 늦어질 것 같네요. 최근 퇴고의 중요성을 여러번 깊게 느낀 지라 꼼꼼하게 살펴보고 만족할 만한 글이 나왔을 때 조심스럽게 보여드릴 생각입니다.

 

김태민

호러와 미스터리를 좋아하고 글쓰기를 사랑하는 평범한 아버지. 명지대학교를 졸업했고 90년대 말, IMF의 태풍을 정면으로 맞은 시대의 증인. 지금은 태풍보다 무서운 야근과 육아에 휩쓸려 글쓰기는 뒷전이 되었지만, 하이텔 시절부터 공포소설을 써온 나름 경력 20년의 무명인이다. 지금 쓰는 작품이 내 대표작이라는 생각으로 오늘도 열심히 글을 쓰는 영원한 작가 지망생.

 

‘악마의 장난’ 박부용 작가가 답하다 

Q.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된 이유가 있는지요? 있다면 독자분들께 얘기해 주세요.

예전에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활동하다가 스무고개를 즐기는 이용자들을 봤습니다. 며칠에 걸쳐 여러 사람이 돌아가며 자기만의 문제를 냈고, 저도 참가해서 이것저것 추리하며 놀았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실은 스무 번만에 답을 찾아내는 건 아니고, 어떤 상황의 결과를 밝혀놓고 (반전이 숨겨진) 그 전모를 알아맞힐 때까지 질문을 던지게 하는 문제였습니다. 그러니까 스무고개라기보다 오히려 최근 브릿G에서 유행했던 ‘나폴리탄 괴담’의 일종입니다. 그때 워낙 재밌게 즐겨서, 또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겼기에, 이 소재로 소설을 써도 재밌겠다고 생각했습니다.

 

Q. 살인마에 관한 작품집인데, 혹시 기억에 남는 실제 뉴스에 오른 사건이나 관련된 이야기가 있으신지요.

현실에서 살인마와 지능적인 게임을 펼치는 일은 없겠지요. 실제 사건보다는 픽션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것도 특별히 어떤 픽션에 영감을 받았다기보다는, ‘살인마와의 지능적인 두뇌 싸움’이라는 흔한 픽션적 소재에 막연한 상상을 가해본 결과입니다.

 

Q. 본작을 구상하고 완성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전개의 중심이 될 20개 가량의 질문과 쓰고 싶은 장면들을 배열하는 작업에 1~2주 정도 걸렸을 겁니다. 초고는 1개월 걸렸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 뒤로 개연성을 고민하고 보충하면서 1개월 정도를 더 썼습니다. 한참 나중에 브릿G와 계약까지 마치고 다시 생각하며 혼자 아쉬워하던 뒷부분을 수정했는데, 그 수정이 오히려 작품의 호흡을 망치는 것 같더군요. 아무래도 기억에 의존해 퇴고하다 보니, 전체적인 흐름에서 이해될 요소가 그 장면의 기억만으로는 큰 단점으로 보였던 탓입니다. 후반부라서 뭘 어떻게 바꿨는지 직접 언급할 순 없네요. 아무튼 지금은 이미 되돌리고 없앤 설정입니다.

한편 처음 전개를 구상하면서 어려웠던 것이, 같은 상황을 두고 여러 가지 다른 해석이 적용되게끔 설정하는 일이었습니다. 후반부에는 지금까지의 대화를 놓고 세 가지 해석이 전부 말이 돼야 해서 힘들었지요.

 

Q. 비디오방이라는 다소 옛 소재가 배경이라는 게 독특합니다. 이곳을 배경으로 한 이유가 있을까요?

원하는 상황을 먼저 만들어놓고 배경은 나중에 구상해 넣는 편입니다. 비디오방은 일면식도 없는 살인마와 내가 밀폐된 방에서 맞닥뜨리게 하는 데 적합한 배경이었습니다. 더욱이 작품 속에서 얘기되는 과거의 ‘도끼 살인마’를, ‘영화’를 매개로 자연스럽게 설명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었죠.

 

Q. 공소시효와 미제사건에 대한 소재를 다루고 있는데요, 혹시 미제 사건 중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사건이 있으신가요? 그 사건이 이 작품에 영향을 주었나요?

작품과 직접 연관은 없지만, 글의 배경을 설정할 때 화성 연쇄 살인 사건과 그를 소재로 한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살인에 대한 공소시효 제도가 폐지된 지금에도, 우리나라에서 이들의 두 이미지가 함께 미치는 영향력이 여전히 대단합니다. 아마도 그러한 이미지 덕분에 지금의 글이 나올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밝혔다시피,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살인의 공소시효가 폐지되었으므로, 기존의 공감대가 짙게 남아 있지 않았더라면 저는 이런 형태로는 글을 쓰지 않았을 겁니다.

다만 어디까지나 저는 이러한 공감대를 작품의 도구로 활용했을 뿐이고, 실제 사건과는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공소시효와 미제 사건이 이 작품의 본질은 아니라는 점을 오해를 막는 차원에서 밝힙니다.

 

Q. 새로 구상하시는 작품이 있으시다면 살짝 들려주실 수 있을런지요.

인어들의 도시를 다루는 예전의 판타지 장편을 고치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야심을 갖고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만, 일전에 브릿G에 업로드하였다가 마음에 들지 않아 삭제한 전과가 있어서 확신은 없네요. 이번에는 부디 여러분께 공개할 만한 결과가 나오길 바랍니다.

 

박부용

주로 환상 소설을 쓴다. 온라인 소설 플랫폼 브릿G에서 「유령열차」로 제1회 어반 판타지 문학상을 수상했다.

 

‘앞뜰과 뒷동산에’ 정예진 작가가 답하다 

Q.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된 이유가 있는지요? 있다면 독자분들께 얘기해 주세요.

예전부터 영화 <이창>, <디스터비아>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살인자가 누군가의 이웃이라면 늘 동네를 쑤시고 다니는 또 다른 이상한 이웃은 반드시 그 살인자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라는 이야기 구조에 끌렸습니다. 지금은 범인이 잡혔지만 화성 연쇄 살인 사건 역시 영향을 미쳤습니다. 범인이 잡히기 전까지 늘 그 살인자가 내 이웃에 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으니까요. 그러다가 브릿G 작가프로젝트 공모전의 테마를 보고 이야기를 구체화하게 되었습니다. 매일 동네를 누비고 다닐 수밖에 없다면 동네에서 가장 수상한 자가 누구인지 가장 먼저 눈치 챌 것이라고. 그렇게 이야기를 쓰게 되었습니다.

 

Q. 살인마에 관한 작품집인데, 혹시 기억에 남는 실제 뉴스에 오른 사건이나 관련된 이야기가 있으신지요.

2017년 충남에서 아내를 교통사고로 위장해 살해하고 95억의 보험금을 받으려고 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보험금이 지급되기 전 보험사로 제보 전화가 걸려왔는데요. 그 뒤로 살인자가 덜컥 체포된 것이 아니라 진실공방이 이어지고 재판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기도 했었습니다. 심증은 가지만 물증이 없는 상태라면 살인으로 보험금을 탈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뜰과 뒷동산에> 속 박씨 아줌마도 주인공이 없었다면, 아마 그대로 사고사 처리 되었겠죠. 알아보니 실제로 사망 보험금 때문에 살인한 뉴스가 드물지 않더라고요. 대부분 사고로 위장되어 있었고요.

 

Q. 본작을 구상하고 완성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작가 프로젝트의 테마를 알게 되고 마감까지 두 달이 남아 있었는데요. 첫 한 달은 거의 구상의 시간이었습니다. 낮에는 돌 지난 둘째 아이가 있어서 쓰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고 저녁 이후에는 입시생들을 가르치고 있어서 늘 자정이 다되어야 시간을 낼 수 있었어요. 마감 시간은 다가오는데 집중은커녕 카페인 음료를 마셔가며 앉아 있어도 내가 소설을 쓰는 건지 꿈을 꾸는 건지도 모르겠고. 그러다 남은 3주 주말 동안 남편이 아이들을 데리고 시댁에 가주었던 덕분에 쓸 시간을 냈고요. 마감 당일 역시 잊을 수가 없습니다. 아직 결말을 못 쓴 상태였는데 낮에는 죽어도 시간이 안나고 밤에는 수업이 있고. 마무리할 상황이 아니었는데 도저히 포기가 안되더라고요. 어떻게 쓴지도 모르게 자정 10분 전에 다행히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습니다. 잘가요, 아줌마. 그 문장의 마침표를 찍던 순간,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Q. 쌍둥이 육아와 전원의 폐쇄적 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상세히 담겨있는데요, 실제 경험담에서 우러나온 부분도 작품에 묘사된 게 있는지요?

쌍둥이는 아니지만 아이가 둘 있고요. 지난 5년은 육아가 생활의 거의 전부였습니다. 주인공과는 달리 전원적 생활과는 거리가 먼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 살고 있습니다. 시체를 찾으러 다닌 게 아닐 뿐 하염없이 유아차를 몰고 동네를 돌아다닌 것만큼은 똑같아요. 육아를 하기 전까지는 낮에 단지 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 턱이 없었습니다. 늘 아침에 나가 해가 져야 들어왔으니까요. 집에 있는 날은 집에 있으니 나가지 않았고요. 그런데 육아를 시작하고 나니 매일 낮에 동네를 한두 시간씩 걷고 서너 번도 넘게 동네 외출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면 늘 같은 공간에 주차하는 차, 늘 같은 시간에 외출하는 사람들이 눈에 익게 되요. 문득 할머니 한 분이 며칠을 안보이면 혹시 이제 걷기가 힘드신가, 라고 혼자 생각하죠. 가끔은 애가 춥네 산모가 양말을 안신었네 해도요, 궁금해요, 그 할머니가. 그 경험은 소설에 고스란히 드러나게 되었어요.

 

Q. 새로 구상하시는 작품이 있으시다면 살짝 들려주실 수 있을런지요.

아이들이 커가면서 2020년에는 규칙적으로 집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구상 중인데요. 우선 보통 사람들이 귀신을 만나는 단편 연작계획이 있습니다. 「앞뜰과 뒷동산에」도 귀신이 나오고 전작인 「데세르 오마카세, 플리즈」에도 귀신이 나오는데요. 그 연장선에서 몇 가지를 추가해 보면 어떨까 싶어요. 또 특별한 학생들이 다니는 고등학교에 수상한 선생님들이 등장하는 연재물도 생각하고 있어요. 정말 매일 써도 모자라겠지만 이야기들이 꼭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열심히 구상하고 기획 중입니다.

 

정예진

2005년부터 남성지, 자동차 전문지, 대기업 사외보에서 에디터로 일했다. 현재는 프리랜서 에디터이다. 2019년 브릿G에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브릿G ‘작가 프로젝트’와 ‘ZA 문학상’에 당선된 이후 범죄물과 호러물 등 장르 소설 단편과 연재를 구상 중이다.

 

‘손가락 트렁크’ 이마음 작가가 답하다 

Q.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된 이유가 있는지요? 있다면 독자분들께 얘기해 주세요.

브릿G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저도 이곳에 소설을 올리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가지고 있던 소재가 장편소설밖에 없었고, 과거에 써둔 단편소설은 차마 올릴 수 없을 만큼 형편없는 것들이라 만족스러운 단편소설을 새로 하나 쓰자고 마음먹었어요. 그러다 우연한 기회로 영감을 얻어 재빨리 쓴 이야기입니다.

 

Q. 살인마에 관한 작품집인데, 혹시 기억에 남는 실제 뉴스에 오른 사건이나 관련된 이야기가 있으신지요.

사실 모든 사건은 뜯어보면 다 충격적이잖아요. 사람이 사람을 해치고 죽인다는 것 자체가 끔찍하니까요. 떠오르는 것만 해도 무수히 많지만 역시 제 고향에서도 살인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제일 놀랐습니다. 한적하고 평화로운 동네라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탓일까요. 사람이 죽었다는 곳을 지나다 보면 괜스레 으스스해지곤 합니다.

 

Q. 본작을 구상하고 완성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완성하기까진 2주 가량 걸렸습니다. 첫 번째 질문에서 설명했다시피 이 작품의 영감을 얻은 건 정말 우연한 기회였어요. 휴일에 영화를 보고 있는데, 그 영화에서 귀신인 줄 알았던 게 사람이었다는 반전이 나오거든요. 그걸 보고 문득 떠올렸죠. 사람인지 귀신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의 이야기를 쓰면 재밌겠다고. 그리하여 트렁크 안에 있는 것의 정체를 계속 의심하는 이 이야기가 탄생했습니다. 영화 제목은 제가 이미 스포일러를 해버렸으니 밝히지 않겠습니다.

 

Q. 중간에 나타나는 개의 존재가 의문인데요. 갑자기 개가 나타나서 짖는 건 어떤 이유인가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겠죠. 표면적으로는 남자의 성격을 보여주는 장치입니다. 개가 길을 가로막고 짖자 스패너를 들고 호전적으로 상대하잖아요. 동물에게 폭력을 휘두를 수 있는 자가 다른 사람에게는 친절하고 점잖게 대할까요?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개는 분기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거기서 남자가 그냥 개를 무시하고 다른 길을 찾아본다거나 하면 이야기의 방향이 바뀔 테니까요. 계속 반복되는 이야기니만큼 누군가의 선택에 따라 전개가 틀어질 수 있는 구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단순히 개가 짖는 게 더는 나아가지 말라는 경고로 보셔도 되고요. 아무튼 읽는 분 취향에 맞게 해석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Q. 이야기의 후반부를 보면 모든 게 다시 시작되는 느낌인데요. 그렇다면 남자조차 다시 활용되는 건가요? 일종의 살인에 대한 형벌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작품 내 모든 등장인물은 피해자이자 가해자입니다. 모두가 다른 이에게 고통을 받았고 고통을 주는 관계죠. 복수가 맞물려 연달아 이어지는 상태라 남자를 포함한 모두가 이 끔찍한 밤을 계속 반복하게 됩니다. 한 사람이라도 빠지면 이야기는 이어질 수 없거든요. 가해자에겐 살인의 형벌, 피해자에겐 마음껏 복수할 수 있는 시간이 될 테지만 이 둘이 섞여버렸네요? 앞으로 모두가 어떻게 될 건지 상상해보는 것도 재밌으리라 생각합니다.

 

Q. 새로 구상하시는 작품이 있으시다면 살짝 들려주실 수 있을런지요.

장편 좀비물 하나, 단편 호러물 두 개 구상 중입니다. 언젠가 또 기회가 닿아 제 작품이 다시 여러분과 만났으면 좋겠네요.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마음

1999년생 풋내기 소설가. 마이스터고 졸업 후 곧장 취직하여 모 반도체 회사에 재직 중. 장편소설 출간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회사에 다니면서 열심히 글 쓰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미영’ 묵독 작가가 답하다

Q.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된 이유가 있는지요? 있다면 독자분들께 얘기해 주세요.

미영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우스울 수도 있는데요. 제가 꿈을 심하게 많이 꾸는데, 그런 꿈들 중에 때로는 글로 쓰면 재미있겠다는 꿈이 있으면 깨자마자 괴발개발 적어두고는 하거든요. 미영도 그런 글들 중 하나였습니다. 꿈에서 저는 ‘진희’가 되어서 제 친구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살인마가 찾아오는 꿈속의 꿈을 꿨고, 그 꿈을 소설로 쓰면 재미있겠다 싶어서 쓴 이야기가 살이 붙어서 미영이 된 거죠.

 

Q. 살인마에 관한 작품집인데, 혹시 기억에 남는 실제 뉴스에 오른 사건이나 관련된 이야기가 있으신지요.

이 작품과는 전혀 관련이 없지만, 제가 한때 공포물을 보는 데에 빠져서 로어나 괴담 같은 걸 찾아보는 걸 즐겼는데, 그때 본 ‘사가와 잇세이’란 살인마가 기억에 남네요. 유학 중 여인을 살해하고 그 여인을 먹기까지 한 엽기적인 살인마인데, 특이하게도 그런 짓을 저지르고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고 오히려 유명세를 얻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사람이었거든요. 저는 그 사람의 일화를 읽으면서 세상에는 정말 이렇게 미치광이란 말이 어울리는 사람이 있구나 느낀 한편, 동시에 사랑하는 사람을 죽인 뒤 먹은 이 사람의 감정과 생각은 도대체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어서 살인마라고 하면 이 사람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Q. 본작을 구상하고 완성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미영은 제가 제대로 글을 써보자고 생각하고 썼던 초창기 작품인데 최근에 다시 고친 시간까지 합해도 삼 개월이 채 걸리지 않은 작품입니다. 하지만 처음 쓸 때와 고쳐 쓸 때의 간극까지 합치면 일 년을 훌쩍 넘긴 걸린 작품이기도 합니다.

미영과 관련된 에피소드라면 앞서 말했듯이 이 이야기가 꿈에 기반을 두고 있던 터라,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거든요. 주인공도 확실치 않았고, 사건에도 말도 안 되는 부분 투성이었고요. 근데 소재 자체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이대로 그냥 버리기에는 찜찜하다는 생각에 한참 뒤에 말도 안 되는 부분은 잘라내고, 글에 살을 붙이며 나름대로 다시 글을 썼는데 그 글이 의외로 좋은 반응을 얻어 작가 프로젝트에 당선되고 곧 책으로 나온다는 게 에피소드라면 에피소드겠네요.

 

Q. 심리적인 부분이 중요한 작품인데, 어느 부분에 특별히 신경을 많이 쓰셨는지요?

가장 많이 신경 쓴 부분이라면, 읽는 분들이 진희의 행동을 어떻게 하면 납득할 수 있을까를 가장 신경 썼습니다. 가장 친한 친구라면서 왜 오랫동안 보지 않았는지, 그리고 그 이후의 모든 행동에 납득할 만한 이유가 필요했는데, 저는 그 이유를 애정 어린 열등감에서 찾았습니다. 진희는 친구인 미영에게 열등감을 가졌지만, 동시에 자신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미영에게 동경과 애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실 사람 간의 관계는 단순히 일직선으로 흐르지 않고 무수히 많은 감정들이 여러 갈래로 갈라져 흐르잖아요? 그 복합적인 감정선을 보다 잘 드러내려고 노력했습니다.

 

Q. 분명히 드러나는 살인사건이나 특별한 결말 없이 정황만으로 이야기를 긴장감있게 풀어가는데요, 혹시 좀더 구체적인 사건의 전개 등을 놓고 고민한 부분이 있으신지요.

사실 처음에는 미영(2)을 선명히 드러내려고 했었습니다. 미영(1)처럼 산후우울증을 가지고 있었다가 실수로 아이를 죽게 만들고 이혼당한 뒤, 우연히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미영(1)을 보고 동일시해 자신을 미영(1)의 자리에 마치 퍼즐처럼 조각을 뺀 뒤 다시 맞추려고 하는 사람으로요. 그리고 그에 맞춰 상황을 이끌어가려고 했는데, 이야기가 쓸데없이 부푸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썩 매끄럽지도 않고요. 무엇보다 ‘미영’이라는 이름에서 오는 이중적이면서도 모호한 느낌이 사라지더라고요. 그래서 독자 분들께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주면서 최대한 은근히 드러나도록, 그리고 진희의 생각과 이야기의 흐름을 통해 이 이야기 아래 숨겨진 내용을 추측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써보았습니다.

 

Q. 새로 구상하시는 작품이 있으시다면 살짝 들려주실 수 있을런지요.

저는 주로 우연히 떠오르는 이야기를 쓰거나, 아니면 여러 공모전에서 던져주는 주제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야기를 쓰는 스타일인데요. 최근 브릿G에서 ‘아스트랄’이란 주제로 프로젝트를 내셔서, 이야기로만 전해지던 이종족들이 더는 숨어 있기 힘들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현대 서울을 배경으로 자신이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고 고백하는 드래곤과 자신들이 드래곤과 사귀었다는 걸 알아버린 오크와 엘프 간에 펼쳐지는 이야기를 쓰면 재미있겠다 싶어서 쓰고 있었는데, 일정을 맞추기가 힘들어 포기하고 있었거든요. 일단 그걸 마무리하면서 예전에 썼지만, 여러모로 아쉬웠던 글들을 다시 손볼 생각입니다.

 

묵독

「월타숲의 감시자들」과 「미영」으로 스토리움 추천스토리에 선정되었으며, 「미영」이 작가프로젝트에 선정되었다.

 

‘귀매’ 배명은 작가가 답하다

Q.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된 이유가 있는지요? 있다면 독자분들께 얘기해 주세요.

처음엔 민속신앙스터디 때 공부한 살과 살풀이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려고 했었는데 그때 같이 배운 귀매로 이야기 방향이 바뀌었습니다. 사극으로 할까, 현대물로 할까 무척 고민이 많았어요. 대통 대신 배낭 속에 머리를 두고 아파트를 다니는 살인마의 모습도 괜찮겠다 싶었거든요. 그런데 산신 이야기도 쓰고 싶은 욕심에 판타지 사극으로 나왔습니다. 아직 현대물에 미련이 있어서 내년에 써볼 생각입니다.

 

Q. 살인마에 관한 작품집인데, 혹시 기억에 남는 실제 뉴스에 오른 사건이나 관련된 이야기가 있으신지요.

저도 전해들은 얘기인데 아내가 심부름센터 사람들에게 부탁해 남편을 자살로 죽이고 심부름센터 사람들을 보낸 뒤 스스로도 자살을 택했는데 그 이유를 알 수 없다고 했거든요. 호러로 풀면 여러 각도로 풀어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Q. 본작을 구상하고 완성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이것이 애매한 게 산신이야기 따로, 호인 전설에 대한 이야기 따로, 귀매와 살과 살풀이에 대한 이야기를 따로 생각해둔 거였거든요. 그래서 정확한 구상은 시간은 모르겠습니다. 다만 쓰는 데는 일주일 걸렸어요. 처음 쓰는 사극이라 앓는 소리 많이 내며 썼던 것 같아요. 다시는 안 쓰겠다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Q. 호와 설원의 이야기가 아주 흥미롭습니다. 설원은 원래 신령이라고 했는데, 그러면 원래는 긴 수염을 기른 할아버지인가요? 그리고 설원의 몸체는 원래 살아 있는 누군가인가요?

대게 산신은 남성으로 많이 묘사가 됩니다. 여성 산신은 별로 없다고 해서 산신은 여성으로! 라는 생각이 작용했던 것 같아요. 산신도를 보면 산신 할아버지가 호랑이를 타고 있거나 거느리고 있어서 호라는 캐릭터가 나왔습니다.
설원은 젊은 여자 산신으로 놀기 좋아하고 사고만 치며 호는 그런 설원을 떠받듭니다. 단편엔 나오지 않았지만 설원은 계략에 휘말려 봉인될 위기에 처합니다. 하늘의 감시에서 벗어나기 위해 산신의 몸을 벗고 잠시 그 고을의 죽은 여인의 몸을 빌립니다. 그래서 산신의 능력이 없어 호가 금이야 옥이야 애지중지 하는 거죠. 이들의 후일담을 쓰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Q. 종사관과 설원의 관계도 궁금합니다. 종사관이 매우 강직하고 영리한 인물로 보이는데, 특별히 역사적인 인물 중에서 참고한 부분이 있는지요. 시대 배경도 궁금합니다.

시대배경은 조선시대로 정했지만 중기인지 후기인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과거 설원은 인간세상으로 나와 소년 윤 철을 만나게 되었는데 훗날 관직에 오를 인물임을 알고 프리패스권인 서류를 하나 받아냅니다. 언젠간 써먹을 요량으로요. 마침내 써먹게 되었을 때 자신을 윤 철의 조카로 소개하죠. 그 서류를 받은 종사관이 그의 손주인 것도 모르고요. 그렇게 그들은 가족으로 얽혀 사건을 함께 풀어가죠. 딱히 종사관을 역사적 인물을 참고하지는 않았지만 이 뒷이야길 훗날 쓰게 된다면 쓰고 싶은 대사가 있습니다. 로망 같은 건데, 다친 종사관에게 설원이 말하죠. “아프냐. 나도 아프다.”

 

Q. 새로 구상하시는 작품이 있으시다면 살짝 들려주실 수 있을런지요.

내년에는 ‘수상한 한의원’이라고. 뇌물죄로 한방병원에서 잘리고 빚에 쫓겨 시골에 한의원을 개원한 한의사가 귀신을 보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쓸 예정입니다. 그리고 당연히 귀매를 장편으로 만들고자 전체 구상중입니다. 이런 글을 쓸 수 있게 늘 힘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배명은

YAH 문학상에서 「홍수」로 우수상을 수상했다. 교보문고 스토리업 MT 공포 테마 공모전에서 「울타리」로 최종 수상했다. 이 외에 단편 「허수아비」, 「마중」, 「미드나잇 서커스」, 「결계의 방」을 발표하였다.

 

‘세탁기가 있는 반지하’ 엄성용 작가가 답하다

Q.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된 이유가 있는지요? 있다면 독자분들께 얘기해 주세요.

고시원과 반지하는 그 환경이나 위치상 어둡고 불안한 이미지를 줍니다. 실제로 지내본 적도 있었고 당시 받았던 느낌이 꽤 무거웠거든요. 당시 하우스 호러에 관심이 있던 상황이라 진지하게 이 느낌을 토대로 작품을 써볼까 생각했습니다.

 

Q. 살인마에 관한 작품집인데, 혹시 기억에 남는 실제 뉴스에 오른 사건이나 관련된 이야기가 있으신지요.

미국의 연쇄살인마인 H.H.홈즈의 사건을 참고 했습니다!

 

Q. 본작을 구상하고 완성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불운한 운명을 비관한 자녀를 죽이고 자살한 어머니의 원한이 붙어 있는 반지하에 이사 온 주인공의 이야기였어요.

기본적인 플롯을 다 완성하고 진행하려 했는데, 뭔가 잘 안 되는 거예요. 과연 이 이야기가 내가 잘 할 수 있는 게 맞나? 하고 고민하다가 지인에게 조언을 구해봤는데 이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고 남들에게 보여주려 쓰는 이야기였더라고요.

그래서 전체 플롯을 다 엎고 다시 구상했습니다. 결국, 힘을 뺀 것이 중요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Q. 세탁기에 집착하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초반에 나오긴 하지만, 지나칠 정도로 집착하는 듯한데요. 그렇게 설정한 연유라도 있을까요?

제 경험입니다. 하하. 고시원에서 6개월 정도 지냈어요. 욕실과 세탁기 모두 공동이었고 밤에는 소음 때문에 못 돌렸어요. 눈치 싸움에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만 집중하던 때도 있었고요. 기회 놓치면 또 빨래를 못 돌리니까.

고시원은 엄청 작고 좁은 공간이에요. 빨래가 쌓인다면 더 좁아지고 더 불쾌하고 정말 최악이거든요. 작품에서 세탁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중요해서 포인트를 강조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Q. 반지하에서 일어나는 일치고는 매우 호러적인 요소가 강한데요, 혹시 경험담에서 나온 부분이 있을까요?

반지하라는 공간 다수는 어둡고 습기가 심해요. 또 밖에서 쉽게 내부를 살펴볼 수 있는 창 구조라, 사생활 참해 부분도 있죠. 그래서 창을 항상 가려요. 되게 답답하거든요 이게. 영화 기생충 보신 분들은 이해가 쉬우실 거에요.

반지하에서 지내는 사람의 심리상태나 혹은 밖에서의 침입 같은 걱정이 기본적으로 계속 불안감을 키워요. 주거 공간은 안정을 줘야 하는데 계속 답답한 거죠.

아마도 그런 부분이 기괴한 상상을 만들어주지 않았나 합니다.

 

Q. 새로 구상하시는 작품이 있으시다면 살짝 들려주실 수 있을런지요.

지하철을 소재로 한 호러 스릴러 장편 준비 중이고, 고독사로 생긴 원혼이 빙의하여 대상을 똑같이 모사하는 모사귀와 그에 맞서는 이들을 그린 오컬트 스릴러도 구상 중입니다.

물론 단편들도 틈틈이 브릿G에 공개하니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엄성용

2004년 글을 시작해, 현재 십 년 넘게 공포 소설을 쓰고 있다. 주요 참여 작으로 「한국 공포문학 단편선 시리즈」, 『괴이, 서울』 등이 있으며, YAH 공모전 가작, 제7회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 단편 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연출자 X’ 해도연 작가가 답하다

Q.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된 이유가 있는지요? 있다면 독자분들께 얘기해 주세요.

명탐정의 날카로운 추리와 숙적의 잔혹한 범죄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은 스릴 넘치고 매력적이기 그지 없습니다. 이런 이야기에서 탐정은 대개 좋은 사람이죠. 성격이 괴팍하더라도 말이에요. 그리고 숙적인 범인은 은근히 극장형 범죄자입니다. 자기가 범죄를 저지른 걸 탐정이나 주변에 보여줘 주목 받고 싶어 안달이 난 것처럼 보일 때가 많아요. 그런데 만약 탐정도 숙적처럼 주변의 관심을 끌고 주목을 받고 싶어하는 극장형 탐정이라면 어떻게 될까요? 이야기 속 범인들이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범죄보다는 있는 굳이 복잡하고 어려운 트릭을 써가며 아름답거나 멋진 범죄를 이루려고 하는 것처럼, 극장형 탐정도 사건을 빠르고 효과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자신의 천재성이 돋보이는 멋지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고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런 극장형 인물들이 연출하는 게임판 위에서 갖가지 수가 오갈 수록 거기에 휘말려 무언가를 잃는 사람이 있겠죠.
말이 조금 길어졌는데, 여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극장형 탐정과 극장형 범인, 그리고 거기에 휘말린 사람들.

 

Q. 살인마에 관한 작품집인데, 혹시 기억에 남는 실제 뉴스에 오른 사건이나 관련된 이야기가 있으신지요.

끔찍한 뉴스는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피해자에 대한 추모만 남기고 가급적 기억하지 않으려고 해요.

 

Q. 본작을 구상하고 완성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2주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아래 질문에서 성미의 모델로 삼은 유튜버 이야기가 있는데, 덕분에 딸이 그 유튜버의 영상을 볼 때마다 묘하게 성미의 이미지가 겹쳐져서 예전처럼 생각 없이 보게 되는데 시간이 좀 걸렸어요.

 

Q.  작중 성미의 팜므파탈적 모습이 눈에 띄는데요, 특별히 참고한 기존 매체의 캐릭터나 인물이 있는지요?

성미의 내면은 딱히 특정할 만한 참고가 없어요. 아마 지금까지 봐온 다양한 인물들의 필요한 부분이 조금씩 섞여 있지 않을까요. 대신 성미의 외적 모습은 참고로 한 인물이 있어요. 바다 건너 어딘가에 아이들 대상으로 동요/율동 영상을 업로드하는 2인조 유튜버가 있어요. 당시 18개월 정도의 딸이 즐겨보던 영상 중 하나였다보니 저도 자주 봤고요. 그 중 한 사람의 모습(직업, 외양)을 성미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며 썼어요. 외국인인데 이름도 조금만 바꾸면 한국인처럼 보여서 성미라는 이름이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Q. 코인이나 유튜버 등 최근 트렌드를 반영한 듯 보입니다. 기이하게도 두 소재 모두 작중에서 악용되고 있는데요, 일종의 비판적 요소로 활용했다고도 볼 수 있을런지요.

딱히 비판적 요소로 이용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니고요. 코인에 대해서는 제가 비판을 할 수 있을 만큼 배경지식이 있지 않았어요. 다만 범죄에 악용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일거라 생각했습니다. 유튜버는 너무나 다양한 측면이 존재하기에 생각을 정리하기는 게 쉽지 않네요. 정보전달의 주요매개체가 글에서 영상으로 이동하면서 일어나는 다양한 불편함에 대해서는 불만이 가득하기는 하지만, 그게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었어요. 하지만 독자가 무언가에 대한 비판적 요소를 읽어낸다면, 그건 저도 모르게 묻어난 거겠죠. 작가의 의도와는 상관 없이 전달되는 것도 분명 존재하니까요.

 

Q.  새로 구상하시는 작품이 있으시다면 살짝 들려주실 수 있을런지요.

타임리프로 인해 파국에 이르는 어느 부부의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사실 작년에 3분의 2 정도 쓰다가 마무리가 안되어서 묵혀둔 거였는데 어떻게든 매듭 지을 방법이 떠올라서 다시 손 보고 있어요.

 

해도연

물리학을 공부하고 천문학으로 박사를 받았다. 글을 쓸 생각은 조금도 없었는데 어쩌다보니 소설을 쓰게 되었고 또 어쩌다보니 과학글도 쓰게 되었다. 주로 SF를 쓴다. 개인소설집 『위대한 침묵』과 과학교양서 『외계행성:EXOPLANET』을 출간했다. 다양한 장르의 앤솔로지에 단편을 수록했다. 웹진 《거울》의 필진이며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의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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