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악취’의 계보

대상작품: <레몬 카라멜 타임슬립> 외 1개 작품
큐레이터: 뿡아, 1일전, 조회 30

* 루주아 님께서 주최하신, ‘내 작품을 테마로 한 큐레이션’에 참가하는 글입니다.

 

영향 받은 작품

 

 

제가 쓴 글

 

 

이 큐레이션은 제 글의 홍보보다는, 제가 영향을 받은 작품 <레몬 카라멜 타임슬립>을 소개해 드리려는 목적이 큰 글입니다. 그러지 않아도 며칠 전부터 이 작품에 대한 리뷰를 써볼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요, 때마침 루주아 님께서 멋진 이벤트를 열어 주셨기에 참가해 봐도 좋겠다 싶어서 몇 자 적어 봅니다.

 


 

제가 브릿G에서 <레몬 카라멜 타임슬립>을 처음 읽었던 때는 지난해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사실 처음에 읽을 때는 그다지 큰 감명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작가님께 죄송하지만 공감 표시나 댓글 작성을 하지 않은 채 그냥 지나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몇 달이 흘러도 소설의 풍경과 참혹한 장면이 문득문득 생각 났고, 작품을 읽고 난 후 어떤 것들이 제 마음속에 남아서 계속 부유하고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다가 저는 지난 3월, 오메르타 님의 주최로 매해 열리는 총알탄 소일장에 참가했습니다. 그중 5일차 주제 ‘악취’에 대해 <죽음의 악취>라는 제목의 글을 썼습니다. 당시에 용복 님의 작품을 딱히 염두에 둔 것은 아니지만 (하루 만에 많은 분량을 급히 쓰느라 뭘 생각할 여유도 사실 없긴 했습니다.), 쓰고 난 후에 천천히 다시 읽어보니 제가 쓴 글이 <레몬 카라멜 타임슬립>의 영향을 받았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겠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제 글의 분위기가 <레몬 카라멜 타임슬립>과 비슷해 보인다는 점을 용복 작가님께 말씀드렸고, 그 후 작가님께서 한동안 비공개로 되어 있던 <레몬 카라멜 타임슬립>을 새롭게 올려주셔서 다시 읽어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런데 다시 읽어보니 처음 읽었을 때와는 느낌이 조금 달랐습니다. 어쩌면 (제가 생각하기에) 유사한 정서를 지닌 작품을 손수 써내는 과정 속에서 뭔가가 제 몸을 통과하고 난 다음이라, 작품의 의미가 좀 더 깊게 다가왔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죽음의 악취>와 <레몬 카라멜 타임슬립>, 두 작품의 세부적인 내용은 다르지만, 큰 틀에서 보면 ‘여성 화자의 입장에서 오래 전의 학창 시절을 회상하며, 그때 만났던 폭력의 희생양에 대해 서술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처음 <레몬 카라멜 타임슬립>을 읽을 때는 몰랐지만 읽은 후의 어떤 감정이 제 안에 새겨졌고. 그 유산은 <죽음의 악취>를 쓸 때 어느 정도 녹아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레몬 카라멜 타임슬립>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 작품은 아래와 같은 문구로 시작합니다.

이것은 지나간 시절, 사라진 공간 이야기다.

첫 문장은 이 작품이 ‘기록과 기억에 대한 이야기’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레몬 카라멜 타임슬립(이전의 제목은 ‘300번지’였습니다. 이는 이야기가 펼쳐지는 배경이 되는 지명으로, 저는 사라진 공간을 가리키는 이전의 제목도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은 미군 부대 근처에 사는 어떤 학생이 타임슬립을 통해 예전에 있었던 어떤 사건을 마주하게 되고, 나중에 그 사건이 지니는 의미를 역사적인 맥락에서 돌아보도록 하게 만드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 소설을 읽으며 타임슬립이란 것이 단지 신비하고 기묘한 현상이 아니라, 잊지 말고 기억해야할 것들을 반추하도록 만드는 초자연적인 의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레몬 카라멜이나 불꽃놀이와 같은, 우선 보기에 달콤하고 화려한 것들 이면에 무엇이 있으며, 그것들이 기록 혹은 기억의 형태를 띄고 우리에게 무엇을 시사하는지를 살펴보도록 만드는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직접 작품을 읽으면서 확인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목록
이전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