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서 만나요

대상작품: <영매 서점> 외 6개 작품
큐레이터: 브리엔, 21년 12월, 조회 57

어릴 때는 동네에 서점이 두세 곳은 있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대형서점 근처에 살지 않는 한 동네에서 책방 찾기가 쉽지 않네요. 서점 주인의 취향과 동네의 정취가 느껴지는 작은 서점, 동네 책방을 그리워하며, 서점 또는 책방에 관한 이야기들을 모아봤습니다.

 

시간을 잘못 계산하는 바람에 모임 약속 시간까지 한참을 기다리게 된 남자가 시간을 때울 겸 가까운 서점에 들른다. 서가에 비치된 책들이 죄다 죽음, 귀신, 유령, 저주 같은 주제의 책들이라 섬뜩한 기분이 들어 나가려는 그에게 서점 주인이 말을 건다. “최근에 중요한 사람을 보내셨군요.” 대체 이 서점 주인의 정체는 무엇일까. 서점 주인의 정체가 알려지면, 이 서점 매출이 크게 늘 듯.

 

전날 밤 술자리에서 사장에게 큰 실수를 저지른 남자가 우연히 들른 동네 서점에서 홀린 듯이 책 한 권을 산다. 잠시 후 서점 밖으로 나온 남자는 팀장에게 전화 한 통을 받고 멍한 기분에 휩싸인다. 전날 밤의 일로 팀장에게 크게 깨질 줄 알았는데, 평소와 다름 없는 태도로 평범한 업무 지시를 내린 것이다. 이렇게 잔잔하게 넘어갈 리가 없는데 무슨 일일까. 서점과 책을 통해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는 상상을 종종 해본 독자에게 추천.

 

 

어릴 때 살았던 동네가 재개발된다는 소식을 듣고 오랜만에 찾아간 ‘나’는 단골이었던 헌책방과 그곳에서 찾은 소설책 한 권에 얽힌 추억을 떠올린다. 헌책방에서 작가의 친필 사인이나 축사가 적힌 책을 발견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귀한 책을 책 주인은 왜 팔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만한 이야기.

 

예비 작가인 주인공이 우연히 한 동네 책방에서 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이야기. 등단을 해도 청탁이 안 들어오는 작가의 괴로움,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기혼 유자녀 여성의 어려움, 책이 팔리기는커녕 책을 보러오는 손님도 드문 책방 직원의 비애 등이 초반에 자세히 나온다. 역시 현실이 픽션보다 훨씬 공포스럽다는 생각이 들 때쯤, 소설의 장르가 미스터리 오컬트 호러물로 바뀌니 주의하시길.

 

마녀의 소개로 청계천의 한 낡은 헌책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나’의 이야기. 주인은 책을 사들이는 일에만 관심이 있고 파는 일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매장은 늘 썰렁하고 장사는 망하기 직전이다. 손님은 없는데 규칙은 쓸데없이 많은 이곳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헌책방 안에 혼자 남은 나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책방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이 책 저 책을 들춰보다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십여 년 다닌 회사를 그만두고 작은 동네 책방을 연 남자의 이야기. 회사를 그만둔 남자를 대신해 취직한 아내는 언제부터인가 얼굴 빛이 안 좋아지고 다크 서클이 진해지더니 익히지 않은 고기를 먹거나 자다가 일어나서 냉장고를 뒤지는 등 기괴한 행동을 한다. 얼마 후 좀비가 되어 달려드는 아내를 피해 정신없이 도망치던 남자는 좀비를 물리치는 ‘비법’을 알게 되는데 이 비법이 재미있다.

 

헌책방에서 절판본을 구하는 것이 삶의 낙인 러시아 해군 제독이 나라의 치안을 어지럽힐 수 있는 책들을 팔고 있다는 이유로 영업 정지 처분을 받은 헌책방을 지키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키는 이야기. 책이 한 국가에서 사상의 자유와 언론, 출판의 자유가 얼마나 수호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매체라는 것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