쭈글쭈글 쭈구리, 소외된 사람 – 송장벌레 외 2편

대상작품: <송장벌레에게> 외 2개 작품
큐레이터: 환상괴담, 20년 11월, 조회 68

너그러운 말 듣기 힘든 세상입니다.

누가 결혼을 한대, 하면 결혼은 현실이라며 왁자지껄,

누가 비혼을 한대, 하면 늙어서 후회한다며 야단법석.

대졸한들 별볼일없다고,

고졸이면 너 큰일난다고,

정작 대졸은 대졸대로 고졸은 고졸대로 먹고 살 길 찾아 같은 하늘 아래

발에 땀나도록 뛸 뿐인데 관중들은 더 세게 채찍을 때립니다.

남 욕 실컷 하다가도 본인 생각하면 정작 내 걱정하기도 바쁠텐데요.

 

… 그런 부담스러운 자리조차 누리기 힘든 요즘을 살고 있습니다.

명절에도 모이지 말라, 수능 앞두고 모이지 말라,

‘소통’이란 키워드가 지배하던 세상이 어느 때부터 ‘비대면’, ‘언택트’

같은 말들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소통하지 말라는 명령까지도 내려집니다.

근데 그게 맞는 말입니다.

야속하지만 고개는 끄덕여집니다.

이 기막힌 요지경 속 어떻게들 지내고 있으신지요.

 

인간사회라는 거대한 연극 속, 주연은 커녕 단역조차 맡지 못 하고

객석에조차 앉지 못 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박수갈채를 받지도, 그렇다고 박수를 보내지도 못하는 사람들.

쭈글쭈글, 카메라에 잡힐까,

쭈글쭈글, 아는 사람에게 보일까봐,

쭈그러들다 못해 한순간 연기처럼 사라져버릴 것 같은.

세상 어느 구석탱이 소외되어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불길한 공기가 세상을 맴돌고,

마스크 뒤에 우리는 표정을 숨긴 채 연극을 계속해나갑니다.

소통하라던 그 시절에도 무대에서 멀리,

언택트하라는 지금은 무대 아득히 멀리,

멀어져 보이지 않는 이들을 다룬 단편을 소개합니다.

 

엄성용 – 송장벌레

아포칼립스 – 향초인형

조나단 – 쥐를 잡아

 

– 내 삶의 주인공은 나? –

그러나 시나리오가 해피엔딩이란 보장은 없겠죠.

그들의 모노드라마를 엿보며.

우리의 무대, 우리 사회, 우리 삶은 제대로 가고 있는건지 짚어보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