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감상입니다.
만델라 효과는 흥미로운 현상입니다. 한 두명도 아니고 단체적으로 잘못된 기억하는 건 드문 일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만델라 효과에서 다양한 음모론이 나오곤 합니다.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건 AVGN에서도 나왔던 평행우주설이겠죠. 저도 모르는 사이에 사소한 차이만 있는 다른 평행우주에 끌려왔다는 겁니다. 하트 투 하트는 이 만델라 효과를 소개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다소 두서없이 전개됩니다. 인천역 명칭을 두고 만델라 효과를 말하나 싶더니, 바로 인천 호프집 사건을 말하고 그 다음에는 학생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세웠던 학생문화교육회관에서 출발하여 제물포 이곳저곳을 말합니다. 그래서 처음 3분의 1정도 읽고 든 생각은 ‘이거 소설인가?’하는 의문이었습니다. 소설 소개에서 나왔던 말처럼 상당히 전위적인 느낌입니다. 주인공은 누군가 싸우고 있지도 않고 문제에 휘말리지도 않습니다. 군상극도 아니고 자아를 성찰하는 내용도 아닙니다. 그저 인천을 돌아다니면서 보고 들었던 이야기를 풀어내고 담담하게 생각을 정리합니다.
이 정도가 되면 소설이라기 보다는 약간 마이너한 인천 답사기처럼 보입니다. 답사기라고 해도 내용은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사회의 아웃사이더들이 모이는 카페, 차이나 타운에서 담력시험장으로 쓰이는 일본식 주택, 처음 오는 사람은 절대로 중앙으로 갈 수 없는 시장 등. 사연을 읽으면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를 떠나 혹합니다. 하지만 글을 읽어나가면서 점점 석연치 않은 부분이 눈에 밟히기 시작합니다.
화자는 자신이 소설가라는 걸 끊임없이 드러냅니다. 다양한 소재를 발견하고 쓰고자 하는 이야기에 반영하거나 쳐내거나 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수정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학생들이 주인공인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게임 페르소나 시리즈를 언급하면서 의식적이고 반복적으로 학생들이 주인공임을 강조하죠. 그러면서도 점차 묘사에서도 현실과 이야기를 조금씩 뒤섞는 모습이 많아집니다.
이야기가 후반부가 되면 지금까지 쌓인 소재를 바탕으로 차곡차곡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지금까지 학생들의 정체(?)에 대해서 두루뭉실하게 언급한 작가는 보다 명확하게 이야기를 엮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제가 눈치가 빨랐다면 초반에 인천 호프 화재사건을 언급할 때부터 일찍 알아챌 수도 있었지만요.
“다만 학생들은 살려야 한다. 제목도 이미 정해 놨다. Heart to Heart 이다.”
“여기서 만델라 이펙트가 필요하다. 우주는, 갈라지고, 왜곡된다.”
이 소설은 죽은 학생들을 위한 글입니다. 그리고 그 학생들을 살리려는 글입니다. 이 현실에서 학생들이 죽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현실이 아니었다면. 아주 조금 다른 평행우주였다면 어땠을까요. 그게 인간의 탐욕이 체화되어 뒷세계에 암약하는 다소 황당한 우주였다고 해도 어른들의 사정으로 죽지 않는 우주였다면. 그들의 삶을 살 수 있는 우주였다면.
Heart to Heart라는 제목은 작가가 구상하고 있는 작품의 제목이고 세대로 이어지는 연대를 드러내기도 하지만, ‘털어 놓고, 숨김 없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작가는 끊임없이 소설이라고 말하지만, 그저 소설이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그런 세계가 존재했으면 하는 안타까움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비극이 반복되고 있는 이 우주에 대한 좌절감도요. 후반으로 갈수록 가슴이 먹먹해지는 소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