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점: ★★★★☆ (다만 이 별들은 전부 강바다가 직접 손으로 접어준 것 같다)
별점 하나가 빠진 이유- 이 작품의 단점은, 단편 분량을 연재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소설을 읽고 나면 확신하게 된다. 지옥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는 악마가 아니라, “다 이유가 있어서 그러시는 거예요”를 시전하는 편의점 알바생이라는 것을.
강바다라는 인물은 사실상 이 작품의 진짜 최종보스다. 아스모데우스가 700년을 갈고닦은 정신지배술, 진상 손님, 심지어 지옥 대공작 말파스 부장의 지옥화(地獄火)까지, 이 모든 지옥의 화력이 그의 앞에서는 그냥 ‘호빵 하나로 해결되는 오해’로 강등된다. 악마들이 인간의 나약함을 파고드는 동안, 바다는 오히려 상대의 트라우마를 역으로 찾아내 위로해버린다.
이쯤 되면 묻고 싶다. 지옥 명부 시스템 ‘루시퍼-X’는 이 인간을 ‘상위 0.001% 선량함’이 아니라 ‘분류 불가 재난급 위험 개체’로 등록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가장 ‘소오오름 돋는 지점’은, 바다의 선량함에는 어떠한 계산이나 방어 기제도 없다는 것이다. 보통의 ‘천사 같은 인간’ 서사라면 최소한 그 선함이 상처나 결핍에서 나온 보상심리 정도로는 설명이 된다. 그런데 바다는 그냥 순수하게, 별다른 이유 없이, 아주 능동적으로 세상을 향해 선의를 흩뿌린다. 이것이야말로 무섭다. 동기가 없는 선의는 협상이 불가능하다. 미움, 욕망, 결핍, 질투, 뭐 기타등등 악마가 잡을 손잡이가 하나도 없는 상대라는 뜻이다. 안사성이 그를 두고 ‘초긍정 방사능 빌런’이라 명명한 것은 이 작품에서 가장 정확한 비유였다. 천사 ‘같은’ 이 아니라 진짜 천사라도 이렇게는 못할 것 같다.
그리고 이 작품이 진짜 잔인(?)한 건, 결국 승자가 바다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자신이 무슨 일을 해냈는지조차 끝까지 모른다. 지옥의 대공작을 감화시켜 조기 은퇴를 시키고, 700년 묵은 악마를 갱생시켜 인간으로 만들어놓고도, 정작 본인은 “제가 뭘 해드렸다고요”라며 오히려 미안해한다. 악의 없이, 자각 없이, 그냥 존재하는 것만으로 지옥의 질서 자체를 무너뜨리는 인간, 이것은 선함의 서사가 아니라 재난 서사(…)에 가깝다. 다만 이 재난 뒤에는 아무도 다치지 않고 다들 호빵을 먹으며 운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
지옥 인사팀에게 한 가지 조언을 하고 싶다. 다음엔 부디 ‘순수도 상위 0.001%’ 인간의 배정지에 청파동 편의점 야간 타임은 넣지 말길. 그리고 안사성에게도 한마디. 자네는 악마 인생에서 실패한 게 아니라, 그냥 지옥에서 가장 완벽하게 ‘전역’한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