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하우스 셔플 <신사의 나라에는 신사가 없다> 감상

대상작품: 신사의 나라에는 신사가 없다 (작가: 1648, 작품정보)
리뷰어: 무강이, 2월 14일, 조회 33

1648님은 정통 판타지와 추리, 미스터리 및 스릴러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신 분입니다. 그 두 장르를 너무나도 사랑하신 나머지, 두 장르를 결합하려고 꾸준히 시도하시기도 하죠. 첫 출간작인 <나는 너를 믿었다>는 화려한 첫 시도셨습니다. 아직 단행본 구매를 하지는 못했지만, 1챕터만 공개일 때 읽어본 결과 저는 좋았습니다. (브릿G 리뷰 게시판에 기재되어 있습니다.)

 

물론 판타지와 추리, 미스터리, 그리고 스릴러를 접합시키고자 하는 시도는 세계적으로 많이 시도되는 편입니다.

일본에서는 시로다이라 쿄의 <허구추리> 시리즈나 신다 마코토의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의 <부러진 용골> 정도가 있겠네요.

그러나 일본의 판타지/미스터리 접합 실험작은 어느 정도 ‘문제점’이 있습니다. 일본에서 센 건 ‘본격 미스터리’입니다. 본격 미스터리 장르는 추리 소설을 ‘작가와 독자의 두뇌 게임’으로 여깁니다. 두뇌 게임에 ‘특이한 규칙’을 접목한 ‘특수 설정 미스터리’인 셈입니다.

이런 ‘특수 설정 미스터리’는 여러가지 문제가 있는데, 첫째는 작가 입장에서 고난이도라는 것입니다. 그냥 밀실 살인 하기도 어려운데 어떻게 마법으로 살인 과정을 추리할까요? 그 규칙을 만드는 게 너무 어렵습니다. 독자도 마찬가집니다. ‘마법? SF? 그게 뭔데?’ 하고 돌아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둘째는 의외의 문제입니다. 복잡한 ‘설정’과 매력적인 ‘탐정’ 캐릭터, 그리고 기묘한 ‘분위기’를 잘못 타면, 어느 순간부터 ‘작가와 독자의 두뇌싸움’은 뒷전이 됩니다.

네, 비슷한 씬으로 신본격 미스터리도 존재했습니다. 신본격 미스터리 씬은 그렇게 침체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니시오 이신 같은 작가들이 <헛소리꾼> 시리즈를 써냈지만, <목매다는 하이스쿨>부터 조짐이 보이더니 한 <카니발로지컬>부터는 그냥 미스터리를 포기합니다

(사회파 하드보일드 등도 존재합니다만, 여기에 판타지가 접합되는 경우는 많이 보지 못했습니다. 제 게으름 탓이겠지요.)

 

그런가 하면 영미 씬은 다릅니다. 네, 물론 영국이야 ‘두뇌싸움’ 미스터리를 좀 하긴 했지요. 하지만 영국은 이미 두뇌게임 굳이 안 해도 스파이 스릴러 등도 강한 데다, 미국은 ‘하드보일드 탐정’이 주류입니다.

이런 비-본격 미스터리 탐정들이 판타지와 접합되면 특수설정 미스터리라기 보다는 ‘오컬트 탐정’이 됩니다. 사실 어반 판타지 주인공들은 대부분 하드보일드식 탐정입니다. <런던의 강들> 주인공은 경찰이고, <드레스덴 파일즈>는 마법사 탐정, <록우드 심령 사무소> 같은 경우엔 유령 퇴마사인데 사실상 소년소녀 탐정단이죠.

 

잡소리가 길었습니다. 심지어 이 잡소리 대부분은 <나는 너를 믿었다> 리뷰때도 했던 말이죠. 이 작품은 그 세계관의 두 번째 작품인 <신사의 나라에는 신사가 없다>입니다.

배경이 런던인 대체역사 판타지인데, 여기에도 스릴러가 섞입니다. 본격 미스터리보다는 영미식 스릴러에 가깝습니다.

사건의 전개들이 굉장히 속도감 있고 캐릭터가 강렬한데요, 저는 <나너믿>보다 이 작품의 전개가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왜냐면 <나너믿>의 경우 캐릭터들이 ‘어리고 순진하다’고 여겨졌다면, <신나신없>의 경우 캐릭터들이 어른스러운 비즈니스적 사회를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훨씬 느와르하죠.

주제의식도 마음에 듭니다. 기업이 자리잡는 시대를 대체역사적으로 빌려와 ‘기업 내 인물 개인에 대한 신용’을 주제로 작품을 펼친다는 내용이, 저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냥 대역이면 저에게는 재미없었을 겁니다만, 재밌는 건 역시 ‘마법’의 존재입니다. 영국 정부에 의해 관리되는 마법과 시대상에 따라 등장한 기업들 위주로 스릴러가 펼쳐집니다. ‘마법이 역사적으로 실존했다면, 과연 17세기의 런던 기업계는 어떤 모습이었을까?’하고 외삽(SF에서 많이 쓰는 단어죠.)의 나래를 펼친 결과입니다.

그 점에서 진짜 딱 아쉬우면서도 의미없는 소리 하나 하지면 역시 마법이랄까요. 확실히 제가 읽었던 <나너믿>의 도입부 때보다는 마법을 서술에 활용하시는 스킬이 확 늘었다는 느낌이 듭니다.

‘보여주되, 말하지 말 것.’

헤밍웨이 이전부터 내려져 온, 소설가들이 품고 살아가야 할 격언입니다. 단순한 설정에서 문장 서술에 이르기까지 이 원리는 적용되어야 합니다. 그 점에서 두루뭉실하면서도 공포스럽게 마법을 활용한 연출은 <나너믿>보다 좋았습니다

하지만 좀 더 디테일하게 속일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은 듭니다. 마법을 이 작품에서는 아직 어떤 식으로 활용하시게 될지 모르겠지만, <나너믿> 잠깐 본 부분은 너무나도 <던전 앤 드래곤>식이었는데, 그게 대체역사적인 세계관과 맞지 않는다는 판단이 섰어서요.

물론 이건 저 혼자만의 아쉬움입니다. 웹소설 환경에서 테크노스릴러적으로 자세한 오컬트 서술 이러기 쉽지 않습니다. 오컬트 광인 아닌 이상 ‘그게 뭔데 쉽덕아’하고 지나가버릴 겁니다. 게다가 이 작품의 등장인물 대다수는 ‘마법사’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마법에 대한 지식을 캐릭터들이 알고 있는 게 더 이상하겠죠. 그냥 제가 오컬트를 좋아해서 푸념(?)해봤습니다.

 

특히 커피하우스 나와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학문, 예술을 넘어 사업에서도 카페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발견해서 좋았습니다. (바리스타 지망생적인 관점 ㅎ)

앞으로의 전개가 기대되고, 다음에 쓰실 글도 기대가 되네요. 잘 읽었습니다.

 

아, 밑은 발렌타인데이니까 간략하게 선물 준비해봤습니다.

 

이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간악한 술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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