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의 경중을 재는 자를 위한 희극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머리 달린 여자 (작가: , 작품정보)
리뷰어: NahrDijla, 22년 2월, 조회 63

<머리 달린 여자>는 불법 촬영물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느 날 진성은 모든 생명체의 머리가 잘린 채로 돌아다니는 광경을 보게 된다. 당황스러움에 반려견 ‘두부’를 걷어차고, 엄마를 야구방망이로 폭행하려 하는 등, 난동을 피우게 되나, 아빠에게 전화를 거는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진정한다.

그 후부터 진성은 ‘약에 절어 잠든 여자’가 나오는 포르노 영상만을 제외하고는 모든 영상을 멀리하고 텍스트를 가까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격적인 광경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워 자살을 고민하던 진성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을 찾는다고 글을 올린다. 그러자 총 세 명의 사람이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공감을 눌러주었고, 이들과 오픈채팅과 함께, 오프라인 만남을 주선한다. 만남은 성공적이었고, 네 사람은 진성의 영상을 공유 받으며 음담패설을 나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오픈채팅의 일원이던 유찬과 경현의 반응이 사라진다. 경현은 여친이 생긴 이후로 감감 무소식이었고, 유찬은 증발했던 것이었다. 진성은 두 사람이 여친이 생겨서 그럴 것이라고 지레짐작하며 마지막 일원인 강민에게 서로는 여자 친구를 소개시켜 줄 것을 약속한다. 그 이후 룸카페를 가려다 돈이 없어 카페를 방문한 진성은 머리가 보이는 여자, 하늘을 만나게 된다. 진성은 하늘에게 바보 같은 멘트로 대시하고 둘은 사귀게 된다.

여친 소식은 강민 또한 생겼다. 그렇게 네 사람은 만나게 되고, 강민은 자신들의 만남이 운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진성에게 핀잔을 듣는다. 그렇게 네 사람의 대화는 원활하게 마무리된다. 단지 진성의 핸드폰으로 이상한 남자 두 명의 사진이 온 것 빼면은.

그리고 눈을 뜬 진성은 하늘이 자신을 묶은 채 죽이려는 것을 목도한다. 하늘은 자신이 클럽에서 물뽕으로 성폭행을 당했고, 포르노 영상으로 만들어져 유포되었으며, 신상까지 모조리 털렸음을 말해준다. 그리고 그 모든 가해자를 찾아 죽일 것이며, 단지 너는 처음으로 골라진 사람이라는 것을 이야기하며 마무리된다.

 

이 스토리가 범죄 소설이 아닌 호러 소설인 이유는 분명하다.

얼핏 이 소설의 얼개는 범죄 소설로 보이기도 한다. 단지 일상 속의 인물이 얼마나 죄에 둔감한지에 집중함과 동시에 가해자를 단죄하는, 가해자 중심의 스토리이기 때문이다.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피해 사실을 짚어주는 것에 그쳐, 피해자의 상처를 최소화하려 한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호러는 인간이 지배하지 못한 불확실한 세계에 대한 불안과 위협을 통해 경험된다. 비록 불법촬영물이라는 지극히 끔찍한 현실을 조망한다고 하더라도, 그 것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지배할 수 없는 세계이자, 불안과 위협으로 현현하는 구도이기에 호러 장르를 취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 사건이 무겁게 다가오는 이유는, 하늘을 위시한 피해자들이 심판을 이루기 이전에는, 누구도 그 죄의 무게를 알아채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가해자인 진성은 이야기한다. 정말로 잘못한 자는 물뽕을 타고, 성폭행을 한 사람이 아니냐고. 하지만 정말로 죄가 그러할까.

 

그 것은 가해자들의 유대이다. 

목 위로 잘려나간 사람들의 풍광은 광기에 가득 차 있으면서도 공포스럽다. 그 것들을 공유한다는 것은, 정상성으로부터 유리된, 비틀린 비이성의 현실 속에 소속되어 있다는 상징이기도 하다. 진성, 유찬, 경현, 강민은 그 소속감으로 말미암아 불법 촬영물을 공유한다. 그들의 ‘이미 봤다’라는 고백은, 작가가 이 광기의 풍경이 이들에게만 국한되기를 바라는 소망임과 동시에, 그들이 이미 지옥에 들어섰음을 증명하는 상징이다.

그렇게 결말을 이끌어가는 인물인 하늘이 유령이되, 유령이 아닌 인물로 그려진 까닭은 그 자체가 타자성 속에 속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 것은 죄의 경중을 재는 모든 이에 대한 경종이자 유죄 선언이다. 삶과 죽음의 접경 지역에서 생명을 얻는 것은 유령이다. 그렇기에 유령인 이 타자이자 심판자가 유효할 수 있는 까닭은, 역설적으로 ‘복수라는 이 접경 지역에서야만’ 그들이 생존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복수라는 맥락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타자성을 등지고 주체로서 발돋움하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그 유대에 동조하는 것은 과연 가해자들 뿐일까.

소설에서 다뤄지는 남성성은 가부장제에서 다뤄지는 맨박스와는 대조되어 보인다. 전통석 성 역할은 남성에게 강할것(육체적으로 강력하고 정신적으로 금욕적인)을 명령한다. 진성은 ‘울기도 잘울며, 콧물도 흘리고, 취직을 하지 못한 채 가족에게 얹혀사는 처지’이다. 이는 허상으로써의 남성성을 폭로함과 동시에 인물들의 사람으로서의 평범함을 강조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이미 [영상을 올린 몇몇 곳에서는 우리 민증 사진까지 같이 올렸다]라는 이야기는, 가해자의 범주가 상상 이상으로 넓다는 뜻임과 동시에, 그 사실조차 모르는 진성 일행의 모습을 통하여 얼마나 유희적인지를 보여준다. 그렇기에 사회적인 통념 바로 아래에 놓여진 금기가 어떤 식으로 희석되어있으며, 그 금기를 어기는 것이 얼마나 끔찍하면서도 가벼운지를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선배 넣어도 돼요?”를 대비한 예쁜이 수술], [“싸주세요···” 개꿀 편의점 남알바]처럼 성적인 은유가 들어간 광고가 버젓이 달려있기에 [※음란물, 차별, 비하, 혐오 및 초상권, 저작권 침해 게시물은 민, 형사상의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라고 경고하는 문구는 한 쪽으로 치우쳐진 채로 공허해 보인다. 그 공허함 속에서 위화감도, 공포도 느끼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공고하게 가부장제가 지배하는 현실 아래기 때문에 그렇다. 그런 커뮤니티에서 진성의 흔적을 정리하고 로그아웃하는 행위는 일종의 탈출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머리달린여자>는 가해자들의 연대가 어떻게 이루어지는 가를 조망한 소설이다.

그 과정에서 사회의 면면들을 주목하여 이들이 무대로 올라올 것을 요구함과 동시에, 호러적인 이미지와 테마들로 변주함으로써 주제의식을 형상화한다. 이 과정에서 유령이라는 테마를 통해 하늘이 어떤 식으로야만 존립할 수 있는지를 역설적으로 그려냄으로써 작품의 긴장을 부여한다. 마지막으로 복수를 통해 이 연대에 통렬한 반성을 요구함과 동시에 이들의 생존이 얼마나 생존의 끔찍한 순간이라는 것을 이미지적으로 조망한 소설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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