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지라는 허상에 맞서 감상

대상작품: [엽편] 버튼 (작가: 알렉산더, 작품정보)
리뷰어: 0제야, 7월 22일, 조회 30

자유의지에는 여러 뜻이 있다. 성년자에게 부여되는 자유로움, 외적인 제약이 없는 상태 등 사전은 그것을 다양한 방법으로 설명한다. 그중 눈에 띄는 것, 그리고 특별히 종교적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것은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자유로운 선택이라는 의미이다. 신은 인간의 삶에 얼마든지 개입할 수 있음에도 자유로움을 주었다. 종교는 인간이 신으로부터 자유로운 의지를 부여받았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신’에서 ‘인간’에게 흐르는 일방적인 수혜를 가리키던 자유의지는 최근 SF 창작물에서 독특하고 새로운 지점으로서 역할을 해내고 있다. 바로 ‘인간’과 ‘기계’를 가르는 경계가 되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유의지는 점점 ‘인간성’의 필수요소로 자리 잡고 있었다. 특정 논리에 대응하여 행동하는 기계와 달리 사람은 ‘신이 부여한’ 자유의지로 인해 스스로 자유롭다고 생각했다. 자유의지는 인간의 기준에서 신에게 적용되느냐 기계에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판이하게 갈린다. 신 앞에서 자유의지는 인간의 ‘종속’을 드러낸다. 자유의지는 삶의 ‘자유’마저 신에게 받지 않으면 안 되는 인간의 천부적 나약함을 부각한다. 하지만 기계 앞에서 인간의 자유의지는 ‘해방’을 드러낸다. 기계의 입출력과 사람의 선택은 다르다. ‘너희’ 기계와 ‘우리’ 사람을 가르는 시작점은 자유의지다. 그렇기에 이 말은 양날의 검과 같다.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해석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다.

자유의지는 세상에서 가장 간사한 단어다. 동시에, 인간의 이중적인 면모를 잘 담고 있는 말이다. 많은 SF 창작물이 말하듯, 그리고 과학적으로 밝혀진 바가 있듯 인간은 전기 신호의 흐름을 통해 생각하고 행동한다. 우리가 ‘선택’한다고 여기는 모든 과정이 사실 ‘경험’과 ‘데이터’에 의해 축적된, 하나의 논리회로에서 촉발된 ‘신호’에 불과하다면 어떨까. 사람과 기계의 차이는 여기에서 허물어진다. 자유의지가 단지 입출력의 결과라면 인간은 단지 ‘효율적인’ (정말 인간이 효율적인가, 라는 의문이 들기는 하지만) 유기물 기계에 불과하다. 이러한 전복적 사고의 시도는 단순히 인간 존재를 낮추는 것 같지만 그 이상의 효과가 있다. 오랜 시간 타자화되던 우리의 동료, ‘기계’가 비로소 삶의 경계 안으로 들어오는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아가, 궁극적으로, 인간만이 우월하다는 생각에서 멀어지는 한걸음은 바로 이런 생각에서 시작된다.

 

 

근데 이 소설에는 기계가 안 나와요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