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대신 작은 꽃을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검은 고양이와 참치 다섯 통조림 (작가: 엄성용, 작품정보)
리뷰어: present, 20년 11월, 조회 84

첫 번째로 이야기를 접했을때는 당연하게도 메인인 주인공과 주요 캐릭터 둘까지 그 셋에게 집중했습니다. 슬픈 장면도 있지만 셋에게는 완벽히 해피엔딩이죠. 하지만 두 번 세 번 이야기를 읽다보면 잠깐 등장했다 퇴장한 두 요괴 캐릭터가 점점 신경이 쓰입니다. 쓰레기 말고는 먹어 본 적도 없어 고작 캔 참치를 무척이나 맛있게 먹는 게, 분명 주인공 입장에서는 다행이지만 어딘가 안쓰럽습니다.

인과응보라는 말이 있지요. 주인공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지만, 작중 요괴들이 인간을 증오하게 된 것은 분명 인간의 탓입니다. 별 생각 없이 가볍게 쓰레기를 던져두고 갔을 수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어렵지 않게 그려집니다. 누군가 쓰레기를 던져놓고 나면 두번째 세번째 쓰레기는 순식간에 쌓입니다. 그중 누구도 죄책감을 품지 않고요. 동물들에게 독약을 먹인 사람과는 또 다르게, 별 다른 악의는 없었으리란 게 더 악질적입니다. 죄책감은 커녕 기억이나 할까요.

주인공은 무사하고 다음 중요 캐릭터 둘도 각자 나름 행복하게, 해피엔딩으로 결말을 맞았지만… 고양이가 이야기 해 주는 ‘과거의 그들’에 대한 이야기는 기어코 마지막까지 씁쓸함을 남깁니다. 인간으로 인해 본래의 모습을 잃은 것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오물신이 된 채 등장했던 강의 신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강의 신은 치히로의 도움으로 본신의 모습과 힘을 찾아 기쁘게 돌아가지요. 작중 요괴 둘은 마지막까지 그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요.

그 밖에도 크게 다른 점이라면 강의 신은 오물신이 되어버린 상태에서도 인간을 증오하지 않던 것이 있네요. 실은 증오란 굉장히 힘든 감정입니다. 자비와 용서가 쉬운 것은 아닙니다만 증오는 품으면 품을수록 자기 자신을 괴롭게 만드니까요. 그들이라고 그런 감정에 잠식되고 싶지는 않았겠지요. 그래서 언젠가 그들의 마음은 구제받을 수 있었는지, 혹은 영원히 증오의 감옥에서 나갈 수 없었을지…

고양이 친구가 후에 그들도 구해줄 수 있었을까요? 인간이 준 상처이니 인간이 메워주어야 아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요. 가능하다면 그들에게 쓰레기 대신 작은 꽃을, 오물 대신 달콤한 사탕을 안겨주고 싶습니다. 언젠가 그들의 마음도 구제받을 수 있길 기대하며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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