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받은 새는 둥지를 부순다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그네 (작가: 사마란, 작품정보)
리뷰어: 글 쓰는 빗물, 20년 9월, 조회 60

*작품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마란 작가의 <그네>는 어린아이의 실종이라는 사건을 중심으로 한 공포물이다. 많은 공포물이 그렇듯, ‘복수’가 사건의 동기가 되는데 다만 죽어서 귀신이 된 이가 아닌 그를 죽인 인물을 이끄는 동기가 복수심이다. 복수는 보복의 주체와 대상 모두를 파괴한다. 그럼에도 소설에서, 또 현실에서 수많은 이들이 자신의 인간성을 포기하며 피해자에서 가해자가 된다. <그네>의 등장인물 성욱과 ‘나’ 역시 그러하다.

 

사람은 어떨 때 복수를 결심할까. 물론 처절한 가해를 당했을 때다. 그러나 더 중요한 이유는 가해자가 어떠한 벌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스템의 무능은 개인을 사적 복수로 이끈다.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 나를 지켜주지 않은 사회의 시스템을 내가 지키고 따라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것이다. <그네> 속 화자의 남편은 아내를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아들 앞에서 강간까지 하지만, 밖에서는 ‘좋은 사람’으로 통한다. 어린 성욱을 괴롭히는 민재 역시 어른들에게 칭찬받고 또래 사이에 힘을 가진 아이다. 이들에게 고통받는 화자와 아들 성욱은 가장 극단적인 방법으로 가해자를 스스로 응징한다.

 

<그네>는 복수가 대물림되는 광경을 충격적으로 그려낸다. 엄마와 아들은 서로의 비밀을 알고 은폐해준다. 그리고 이들이 죽인 인물들은 이들을 계속해서 따라다닌다. 죽은 민재는 매일같이 성욱의 집 앞 그네에 앉아 성욱을 쳐다본다. 성욱의 엄마는 사건이 일어난 곳에서 이사를 가면 모든 게 해결될 거라 말하고, 성욱은 이제 민재가 자신을 때리지 않으니 괜찮다고 말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둘은 알게 될지 모른다. 성욱은 앞으로 어떤 놀이터에서도 민재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그들이 행한 범행의 은폐가 아닌, 고통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가해자에 대한 응징 아니었을까. 카타르시스를 느낀 독자들이 떠난 자리에서 계속될 인물들의 삶을 그리며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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