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밤은 한 쌍생아(雙生兒)로부터 시작된다.
한 몸으로 태어난 남매의 이름은 아길라와 에녹.
그들의 나선형으로 꼬인 운명이 서로를 사랑하고, 증오하며, 집착하게 한다.
아길라는 순수한 악이 어디까지나 추악하고 아름다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반대로 에녹은 선을 형상화한 것처럼 사랑스럽다.
아길라와 에녹의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낸 것이 바로 모리세이다.
그는 아길라에게 동질감을 느끼면서도 거부하나, 에녹에게는 어쩔 수 없이 끌린다.
그는 아길라와 에녹이라는 두 선악이 마주보기 위한, 또는 서로 닿을 수 없게 하는 경계선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