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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발밑에는 영원한 밤이 찰람거리고 있을지니’

밤의 세계에 얽힌 자들의 폭풍 같은 운명이 교차하는 매혹적인 환상 소설 「언제나 밤인 세계」는 새로운 장소를 무대로 한 본격적인 2막이 한창 진행 중이다. 모리세이의 도움으로 미로에서 벗어난 아길라는 십 년 전 수도원으로 쓰였던 그린델 병원에 도착하고, 그곳에서 마그나스 율이라는 새로운 친구를 사귀게 된다. 하지만 치료시설이라 볼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과 의구심이 생기는 사람들 때문에 아길라는 또 한 번 불안감에 휩싸이는데…….

이야기는 윌스턴 가의 쌍둥이 남매와 집사 루퍼슨, 세인트 카빈의 모리세이 교수, 수도원의 마그나스 등 밤의 세계에 얽힌 인물들이 보다 다채롭게 구성되는 한편, 어느덧 살갗으로 느껴질 만큼 강력해진 밤의 존재를 드러내며 그 실체에 점차 접근하고 있다. 여전히 한 편 한 편 밀도 높은 서사로 호흡을 움켜쥐는 이야기를 자아내는 작가에게도 깊은 응원을 보낸다.

2018년 6월 2차 편집부 추천작

하지은 작가가 그려내는 밤의 세계, 그 은밀한 매혹 속으로

태어났을 때부터 하반신이 하나로 붙어 있던 ‘에녹’과 ‘아길라’ 쌍둥이 남매. 에녹의 몸체에 붙어 있던 아길라의 죽음을 전제로 한 분리 수술이 진행되지만, 기적적으로 두 아이 모두 살아남아 목숨을 구한다. 죽음이 예견된 존재였던 아길라는 자라며 두 다리를 잃게 된 과거의 진실에 대해 알게 되고, 갈수록 이성을 잃고 히스테릭한 모습으로 변해간다. 한편, 불온한 어둠의 안식처에서 떠나온 세 남자가 한데 모인다. 이세계의 아우라를 지닌 이들은 불결한 땅에 머무르는 각자의 일과를 논하기 시작하는데….

「얼음나무 숲」으로 환상적인 미학 세계를 열어젖혔던 하지은 작가가 신작 장편으로 돌아왔다. 출간 전 연재 중인 「언제나 밤인 세계」는 베일에 감춰진 ‘밤의 일족’들을 중심으로 그들이 인간의 땅에서 마주하는 사건들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나간다. 생명을 잉태할 수 없는 밤의 세계, 탄생과 죽음이라는 경이와 비극을 동시에 품고 태어난 샴쌍둥이, 차원을 넘나드는 밤의 일족 등 환상적인 존재와 세계에 얽힌 이야기는 점차 밀도를 높이며 달려가는 중이다. 특히 작가가 섬세하게 직조한 세계의 일부 중 『얼음나무 숲』과의 반가운 연결고리도 엿볼 수 있는데,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 아득하고도 탐미적인 정취로 가득한 밤의 세계를 천천히 탐방해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