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은, 언제나 밤인 세계
기괴하되 우아하다. 그것이 첫인상이었다. 문장이 나아감에 거침이 없다. 그러나 그 결이 거칠지는 않다. 일상의 언어로 일상이 아닌 영역을 표현한다. 어느 하나 튀는 문장도 없이 침착하게 한 마디 한 마디 내뱉는 듯하지만 묘하게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그렇게 사람을 빨아들이는 진행은 호러라는 장르를 돋보이게 한다.
판타지 장르에서 자주 느끼는 괴리가 남아 있기는 하다. 입에 쉽게 붙지 않는 이름과 지명 같은 것들에서 오는 거리감을 말하는 것이다. <언제나 밤인 세계>의 세계관이 작가의 전작과 일부 맞닿아 있음을 모르지 않는다. 또한, 에녹이라는 이름에 담겨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종교적인 의미도 이해한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더 익숙한 이름과 지명, 그리고 그들을 기반으로 하는 익숙한 배경 위에 판타지 장르가 존재할 수는 없을까에 대한 고민을 이 작품을 읽으면서도 해야 했다는 것이 조금 아쉬웠음은 부정할 수 없겠다. 물론 작가의 역량에 관한 이야기는 전혀 아니다. ‘어둠’으로 불리는 세계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작가가 보여준 탄탄한 세계와 촘촘한 구조, 그리고 우아한 표현은 장르문학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까지 혼을 쏙 빼놓으며 홀릴 것이다. 그리고 이는 그렇게 홀린 이의 리뷰이기도 하다.
차분하게 한 단계씩 문장을 쌓아가면서 긴장감을 고조하는 <언제나 밤인 세계>의 독특한 표현법이 캘리그라피로도 표현이 되었기를 바란다. 에녹(의 몸을 가진 아길라)이 가지고 온 것은 무엇이었는지, 모리세이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루퍼슨과의 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지, 마그나스의 역할은 무엇일지 기대된다. 앞으로도 기분 좋게 이들의 이야기에 홀릴 준비가 되어 있으니, 부디 자유롭고 단단하게 연재 이어가 주시기를 바란다. 건강히 오래 연재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