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다시는 헤어지지 않아, 다시는 버림 받지도 않을 거야”
어째서 일까요, 수 많은 사람들을 위협하고 실제로 무수히 용서받지 못한 짓을 한 아길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길라를 볼 때면 마음 한켠이 쓰린 기분입니다. 아길라는 버림 받는다는 것에 대해 극도로 분노하고, 동시에 극도로 두려워하는, 아직도 그 어린 날의 일곱을 벗어나지 못한 채로 그대로 성장했고 그것은 그 자신을 에녹이라 말해야하는지, 아길라라고 말해야하는지 어려워진 상황 속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토록 원하던 다리를 얻었음에도 아길라가 행복하지 못한 이유는 어쩌면 아길라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이 다리가 아닌 누군가의 특별한 존재, 버림 받을 수 없는 존재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누군가는 자신이 사랑하거나 특별하게 생각하는 존재 어느 날의 쉐이든 박사, 그리고 작금에 와서는 모리세이, 그리고 에녹이겠지요. 저는 그 존재가 에녹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알다시피 쉐이든 박사와의 끝은 그렇게 되었고 모리세이는 아길라의 진면목을 안다는 점에서는 에녹과 같지만 그가 미소하는 존재는 아길라가 아니라 에녹입니다.
그러나 에녹, 태어나면서부터 아길라와 함께였던 동생, 그리고 아길라의 모든 것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았고 그리하여 완연히 알고 있는, 그리고 아길라가 사랑하여 언제나 특별하게 여겨왔던 존재. 에녹만이 아길라를 구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언제나 밤인 세계”, 영원한 밤을 걷고 있어 그 어둡고 음울한 마음을 벗어나지 못하는 제 누이를요. 에녹에게 가기 위해 한 아길라의 행동을 보면 아길라의 선택도 에녹이니까요.
아길라의 진실된 마음, 그것은 단연코 32화에서 모르세이가 읽은 마음들이겠지요. 저는 그 대목을 가장 좋아합니다. 강렬한 글자 속에 조각조각 들어간 아길라의 가장 순수하고 여린 마음들을 말이지요. 사랑받고 싶고 사랑해주었으면 하는. 결말이 어떻게 될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에녹이 어떤 선택을 할지도요. 다만 바라건대 아길라가 그 끝에서는 그 밤에서 벗어날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