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끝, 색다른 좀비물을 만나다! 비평

리뷰어: 피오나79, 17년 2월, 조회 92

단편 <옥상으로 가는 길>을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장편으로 개작 출간된 <난쟁이가 사는 저택>도 매우 궁금했습니다. 몇 년 전에 <조커가 사는 집>이라는 작품집에서 처음 단편으로 만났었는데, 당시에 쓴 리뷰에도 이야기를 이야기를 확장시켜 장편으로 발전시켜도 좋을 만큼 재미있었다고 썼기도 하고요. 좀비물이지만 오로지 그것에 집중하기 보다 인간들이 처한 상황에 대한 깊이 있는 고뇌가 돋보이는 작품이었거든요. 사회에서는 소외받던 왜소증 난쟁이 사내가, 종말의 세상에서 생존자들의 유일한 희망이자 그들의 생사를 쥐고 흔드는 권력자가 된다는 설정이 정말 매력적이었으니까요.

세상이 망하고, 특정한 공간에 갇히게 된 생존자들, 살아있는 인간들은 모두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건물에 숨어서 겨우 버텨내고 있고, 바깥은 좀비가 된 시체들이 무법하고 있는 세상. 유일한 식량 보급 루트가 좀비들로 인해 막히고 모두 굶어죽을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사람들에게 천대받던 선천성 왜소증을 앓고 있는 난쟁이 사내가 자신을 작은 체구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가 만들어내는 플롯도 멋지고요. 인간들 내면에 깃들어 있는 탐욕과 질투와 위선, 욕망, 권력욕 등등이 비좁한 공간에서 한정된 인물들의 관계로만 드러나는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밀폐된 공간에 갇힌 인물들이 각자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며 파멸하는 이야기는 그동안에도 종종 있어왔습니다. 특히 공포 영화에서 자주 보이는 설정이기도 하고 말이고요. 하지만 이 작품으 가지고 있는 재미와 힘은 그런 여타의 작품들과는 다른 매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좀비가 배경이 되는 시대와 정상이 아닌 인물의 탐욕과 그것을 이용하려는 인간들의 이기심이 굉장히 흥미진진하게 그려져 있고, 마치 영화처럼 장면, 장면에 몰입감을 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고요. 특히나 장편에서는 주인공 성국이 살아남게 된 과정부터 다른 생존자들과 만나게 되는 이야기가 모두 확장되어 펼쳐져 더욱 몰입감을 주는 작품으로 재탄생하게 된 것 같습니다. 이야기 자체가 가진 매력도 충분하지만, 탄탄한 상황 묘사와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힘있는 문장들도 작품에 빠져들게 만들어 주는 요인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