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받지 않았다

  • 장르: 호러
  • 평점×48 | 분량: 44매
  • 소개: 엄마가 숨을 쉬지 않는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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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 소금달, 9월 15일, 조회 77

플로베르는 [마담 보바리]를 신문에 난 실제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어 썼다고 했습니다. 그러한 점에서, 소설은 그 시대를 비추어 보는 확대경 역할을 할 때도 있겠구나 생각합니다.

이 소설 또한 그러한데요, 작가님이 댓글로 밝히셨듯이 실제 사건에서 아이디어를 얻으신 듯 합니다. 노령연금이나 기타 경제적 이득 때문에 노부모의 시신을 숨기는 일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닌거 같더군요. 일본에서는 우리보다 훨씬 흔하다고 들었습니다. 심지어 시신을 캐리어에 담아 지하철 물품보관소에 방치한 사건도 있더라구요.

글 속 인물 역시, 모친의 사망 후 시신을 방치합니다. 다만 그녀의 경우 좀 수동적입니다. 제목에 있듯이 [아무도 (연락을) 받지 않았]죠. 그녀는 사회 생활 능력이 좀 부족해 보입니다. 가족 외에 누구에게 도움을 구하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잘 모릅니다.

그런 면에서, 그녀의 캐릭터성은 일관되고 확고하단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녀에게 ‘적극’ 내지 ‘자발’이란건 없죠. 그녀는 어떤 정물이나 자연 환경처럼 그저 배경으로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그녀에 대해서 작가님은 서두에 친절하게 충분히 설명을 해 줍니다. 덕분에 독자로서 아주 받아들이기 편했어요.

시신 방치 이후 그녀의 삶도 수동적입니다. 그녀는 놓여진대로 살아가죠. 그런점에서 무척 ‘식물’같은 사람이라고 느꼈습니다. 언제나 적절한 [자기자리]를 찾지 못했던 그녀는 유일한 안식처였던 집마저 사체에게 내어준 후 더더욱 떠돌게 됩니다. (이때는 민들레 홀씨가 떠올랐습니다.) 그녀가 결국 제자리를 찾는 것도 다른 이의 안내와 인도 덕분이었으니, 이 캐릭터의 일관성은 참으로 확고하구나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인물 외에 부분으로는, 뒤편의 주요 내용을 위해 (스포가 되지 않기 위해 말을 아끼겠습니다) 앞쪽에 슬쩍 슬쩍 복선을 깔아두는 솜씨가 빼어나시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릴적 숨은그림찾기를 하다보면, 어떤 것은 너무 드러나게 그려놓아 시시하고 재미가 없었고 어떤 것은 너무 꼭꼭 숨겨놔 결국 하다가 짜증을 내며 밀쳐두었거든요. 가장 좋은 것은 대놓고 잘 그려져있되 주변과 아주 조화로워 그걸 찾아야 할 그 대상 자체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였습니다.

이 글이 그렇다고 저는 생각했는데요. 저도 늘 추리소설 (내지는 반전소설)을 꿈꾸는지라 이리 저리 머리를 굴려보지만 참 쉽지 않더라고요. 이렇게 쓰자니 너무 노골적이고, 저렇게 쓰자니 너무 음습(?)해 읽으시는 분이 알아차릴 수 없을 것 같거든요. 그런데 작가님은 이걸 자연스럽게 해 내십니다. 

중간에 한번 힌트를 더 주는 것도 좋았고요. 그래서 뒷 부분의 이야기가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다고 느꼈습니다.

글 외적인 부분에서는, 아들러의 심리학이 떠올랐습니다. 그는 공동체감의 발달과 중요성을 언급하며 주요 요소로 ‘안정감’과 ‘소속감’을 들었는데요, 작품 속 인물이 딱 그에 적절한 예시가 아닌가 합니다. 그녀는 항시 자기의 자리를 찾지 못해 어느 공동체에서도(심지어 가족도) 온전히 그 속에 속해있다는 안정감과 소속감을 갖지 못하죠. 그것이 열등감으로 이어지고 낮은 자존감으로 연결되며 그녀는 고립되어 갑니다. “아니, 다 큰 성인이 어떻게 저렇게밖에 행동 못 해?”라는 의문을 날려버리는, 아주 자연스러운 인물 심리 표현이 아닌가 싶습니다.

조금 아쉬웠던 것은, 초반부에 비해 중요 사실이 드러난 뒷부분 이후가 좀 작위적이라고 느꼈습니다. 그 전까지가 매우 사실적이라 더 그렇게 느껴졌지 싶어요. 

마무리를 향해 달려가기 위해 빠르게 갈등 요소들을 정리한다는 느낌이었어요.(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입니다. 혹여라도 작가님 상처받지 않으시길요!!ㅜ)

끝으로, 이 사건이 실화 모티브라는 사실을 꼭 짚고 싶습니다. 현실에 저런 분들이, 실제로 계신거겠죠. 어디에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해 적절한 자기 자리를 찾아 떠도는 분들- 그것이 꼭 자립 능력이 없는 중년의 여성이나 고립된 독거 노인만은 아닐 것 같습니다. 저를 대입시켜보자면, 저도 직장을 잃으면 저런 기분을 느낄 것 같습니다. 사실 직장은 ‘나’라는 사람에 붙어있는 몇가지 특성일 뿐인데 ‘벌어야 먹고살 수 있는’ 세상에서 그렇게 여기기가 참 쉽지 않네요. 자리를 찾아 떠도는 분들이 모두, 나름의 그런 저런 연유로 힘드신거겠죠? 그 분들이 편안히 머물 수 있는 자기 자리를 꼭 찾으셨으면 합니다. 이 글의 주인공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