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몽, 이몽고등학교 (迷夢, 異夢高等學校)

  • 장르: 호러, 추리/스릴러 | 태그: #괴담 #호러 #이몽고 #몽중몽 #꿈
  • 평점×257 | 분량: 17회, 559매 | 성향:
  • 소개: 안개만이 자욱이 낀 어느 깊은 산 둔덕의 기숙학교, 서연은 그곳으로 전학을 오게 된다. 의구심만이 가득한, 존재조차 의문일 학교는 무언지 모를 사건들이 하나둘씩 드러나며 실체가 드... 더보기

unheimlich weiterführende Schule 의뢰(감상) 브릿G추천

리뷰어: 난네코, 6월 11일, 조회 46

unheimlich weiterführende Schule

uncanny secondary School

두려운 고등학교

 

 

 

 

 

 

목차

1. 공포(horror) 장르의 동시대적 변용

2. 비체(abject)가 된 여고생들

3. 마치면서

 

 

 

 

 

 

 

 

1. 공포(horror) 장르의 동시대적 변용

 

第六章 | 흐려진 물안개 속 (p. 87) ‘점차 증폭되는 의구심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나갔다. 현실, 친구, 그리고 나 자신까지도 믿을 수 없으리만큼.’

第十五章 길게늘어진 소리 끝, (p. 57) ‘꽤나 불쾌한 소리는 조심스레 한 칸씩 계단을 내려갈 때 마다 연거푸 울려 퍼졌다. 마치 누군가 발목을 옭아매고 있기라도 한 듯, 발걸음은 점차 무거워져 가는 것 같다.’

 

<미몽, 이몽고등학교>를 재독(再讀)하면서 눈이 가는 문장들을 직접인용 해보았습니다. 서녘 작가님의 장편소설인 <미몽, 이몽고등학교>는 사립기숙여자고등학교에서 벌어지는 꿈처럼 기괴한 이야기를 서술하는 내용입니다. 다른 분들의 리뷰글도 읽어보고 본작을 반복해서 쭉 읽어보며 느낀 점은 <미몽, 이몽고등학교>는 <여고괴담> 시리즈의 동시대적 변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고괴담>은 제가 태어났을 때 개봉되었고, <여고괴담>의 후속 시리즈들은 제가 어렸을 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공포영화 시리즈라서, 서녘 작가님껜 제법 낯설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서녘 작가님을 위해서 설명을 드리자면, <여고괴담>은 한국 영화사에서 현대 공포영화 장르의 시작이라는 평가를 받는 공포영화입니다. <여고괴담>의 흥행은 2000년대에 공포영화를 무시할 수 없는 인기장르로 부상시켰고, 2003년~2008년에는 매년 1편~8편의 공포영화들이 극장에 상영되었으며, 당시 한국에서 공포영화는 하드코어 팬이 아니더라도, 여름철이면 즐겨 보는 상업장르로 통용되다가, 2008년에 <고死: 피의 중간고사>의 흥행 이후로 공포영화는 2010년대에 이르러 제작자도 수용자도 거의 손을 놓은 장르가 되어 버렸습니다.

<여고괴담>은 바닥으로 떨어진 학생들의 인권, 교사의 폭력적인 언행, 대학입시라는 무한 경쟁에 내몰린 여고생들의 불안한 상황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여고괴담>의 복도 점프컷과 핏빛 비가 내리는 교실 등 시각적인 기법과 심미적인 미장센이 오랫동안 대중들의 머릿속에 회자되었습니다. 현재 <여고괴담>은 넷플릭스로 볼 수 있습니다. 워낙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영화라서 관련된 연구들도 많습니다. <여고괴담>을 공포 장르의 변곡점으로서 고전 공포영화의 흐름과 역사를 되짚어본 연구들도 있습니다.

또한, <여고괴담> 전후 1990년대∼2000년대 공포영화의 장르 관습을 탐구한 연구들과 <여고괴담> 이후의 공포영화에서 IMF 이후 가족의 붕괴, 모성 재현의 문제, 비체(abjection)로서의 여성성 등 주로 페미니즘적 관점에서 사회문화적 의미를 탐구하거나 <여고괴담> 등장의 사회적 배경을 1990년대의 불안이라는 관점에서 진단한 연구들도 있습니다. 학술적으로나, 대중적으로나 <여고괴담>은 공포장르를 메이저로 끌어올린 대작이라고 볼 수 있지요. 서녘 작가님의 <미몽, 이몽고등학교>는 대작의 후신(後身)으로서 매우 가치있는 호러 장르 소설입니다!

 

[그림 1] 여고괴담 시리즈

 

 

 

 

 

 

2. 비체(abject)가 된 여고생들

 

第一章| 피어오르던 짙은 안개 (p. 28) ‘그러니까, 강혜린과는 어렸을 때부터 같이 지낸 친구 사이였다. 비록 고등학교로 올라가며 학교가 갈라져 찢어지게 된 것이었지만. 그전까지는, 방학까지만 해도 연락도, 만나는 것도 가능했던 사람이 갑자기 그 이후로는 실종이라도 된 건지 연락조차 되지 않았었기에 더욱 황당할 따름이었다. 어쩌면 당연해야 할 어색한 기류조차 없어 보이는 그의 모습은, 어딘가 이상해 보일 지경이다. 혜린은 그저 말간 웃음을 지어보이며 말을 이었다.’

第???章| 여린경계를 허문다. (p. 27) ‘누군가 학교에만 거대한 질량을 던져두기라도 한 듯이, 느리게만 흘러가던 시간은 어느샌가 정오에 다다랐다.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은 늘 시끄러웠고 이에 따라 교실과 복도는 여러 대화와 발소리로 소란스러워져만 갔다. 뭔 이 학교는 급식에 치즈만 나오냐고, 며칠째 좋아하지 않는 급식 메뉴에 오늘도 역시나, 급식실로 향하는 이들과는 달리 매점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언니-” 등 뒤편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리니 시야에는 익숙한 모습이 보여왔다.’

 

<미몽, 이몽고등학교>의 배경은 어느 깊은 산 둔덕에 있는 기숙학교입니다. 서녘 작가님께 이몽고등학교에 대해서 좀 더 여쭤보았는데, 이몽고등학교는 서녘 작가님의 모교를 바탕으로 창작한 사립여자기숙고등학교라고 답하셨습니다. 서사를 이끌어가는 주인공과 등장인물들이 모두 대한민국의 고등학생들을 모티브로 삼아서 그런지, 작품을 반복해서 읽는 동안 짠한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학교에서 누가 죽었을지도 모르는 소문이 돌고 있으며, 꿈과 현실의 경계가 흐려지는 기괴한 현상이 벌어지는데도, 다들 학교에 나와서 수업듣고 있는 묘사도 있고요. 

여자기숙학교라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고등학생이라는 예속된 신분으로서, 시각적 · 청각적으로 공포적인 느낌을 주는 묘사들 때문에,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주체성이 배제되고, 대상으로서 캐릭터성도 모호해진 느낌을 받았습니다. <여고괴담>은 여자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일어나는 당시의 현실적인 문제들을 짚고 있는데, 학교라는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공간에서 따돌림, 학교폭력, 성추행 등의 문제를 호러라는 장르에 녹여 일상성이 주는 공포를 표현했습니다. 이러한 공포 장르의 특징이 부각되어서 여고생들이 비체화된 느낌을 받았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가장 강렬하게 두려운 낯섦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는 죽음, 시체, 죽은 자의 생환이나 귀신과 유령 등이 연상되며, 이러한 느낌을 독일어의 unheimlich(집과 같지 않은, 편하지 않은)와 영어의 uncanny(기괴한, 기분 나쁜)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여고생들은 주체(主體, subject, 서브젝트)도 객체(客體, object, 오브젝트)도 아닌 비체(卑體, abject, 아브젝트)가 됩니다. 여기에 접미사 -tion이 붙은 아브젝시옹(abjection)은 ‘나’라는 존재를 생성하는 경계 그 자체로서 모호할 뿐만 아니라 소멸과 생성을 계속하며 유동합니다.

음식물, 오염, 쓰레기, 배설물 같은 것들은 경련이나 구토와 같은 혐오를 동반한 육체적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아브젝시옹(abjection)은 음식물 혐오와 시체로 대표되어 제시됩니다. “우유 표면의 이 표피 즉, 담배의 종이 같이 얇은, 손발톱의 조각처럼 위험하지는 않은, 이 표피가 눈에 나타날 때, 혹은 입술을 접촉할 때, 성문(glotte)의 경련과 좀 더 아래, 위, 배, 모든 내장의 경련은 육체를 수축시키고 눈물과 담즙을  짜낸다. 심장이 박동하고 이마와 손을 방울지게 만든다. 시선을 흐리게 하는 현기증과 구토가 나를 휘게 한다.”

 

[그림 2] POUVOIRS DE L’HORREUR : Essai sur l’abjection

 

 

 

 

 

 

3. 마치면서

 

미미한 미물인 난네코에게 리뷰의뢰를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서녘 작가님께선 <미몽, 이몽고등학교>뿐만 아니라 <해왕성에서 전해온 이야기>, <꽃다발>, <원래, 신이 이런 존재인가요?>, <안녕, 네버랜드>, <나의 우울에게>, <물망초>, <찰나,>, <동녘고등학교 행동 강령>, <기억의 잔향>, <파랑주의보>, <전염병 사태 행동강령>, <Nightmare>, <심해>를 창작하여 브릿G에 업로드 하셨습니다. 앞서 언급한 작품들을 모두 읽어본 제가 감히 판단하기로, 앞으로도 좋은 작품들을 계속 창작할 수 있는 잠재력이 뛰어난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불가리아-프랑스 출신의 철학자 겸 정신분석학자 겸 문학비평가 겸 소설가이자 파리 시테 대학교의 석좌교수인 줄리아 크리스테바(Julia Kristeva, 1941년~현재)가 1980년에 출간한 pouvoirs de l’horreur : essai sur l’abjection은 한국어로 번역하면 ‘공포의 권력 : 아브젝시옹에 관한 에세이’입니다. <공포의 권력>은 영문, 국문으로 번역되어 있으니, 국어 비문학 공부용으로 읽어보시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서녘 작가님께서 하시고픈 이야기를 모두 풀어낼 수 있기를 고대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만, 글을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