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책

  • 장르: 판타지, 호러
  • 평점×65 | 분량: 103매
  • 소개: 헌책방에서 ‘대박 책’을 우연히 손에 넣은 한 무명작가 이야기. 더보기

처음부터 끝까지 사로잡는다 공모(비평) 브릿G추천 공모채택

리뷰어: 뿡아, 5월 16일, 조회 87

 

* 주의 *
이 리뷰는 소설의 전체 내용과 결말을 포함합니다.
작품을 감상하신 후, 리뷰를 보시길 권합니다.

 

 

TMI

이 작품을 처음 읽은 것은 갑진년 새해가 밝고 얼마 지나지 않은 2024년 1월 5일이었습니다. 어째서 날짜를 이렇게까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냐면, 소설이 매우 재미있어서 읽고 난 후 짤막한 감상을 콤퓨타에 써두었기 때문입니다. 읽으면서 좋았던 점, 또 배우고 싶었던 점을 두루 모아 기록한 그 감상문의 제목은 이러했습니다.

<대박 책, 처음부터 끝까지 사로잡는다>

무슨 광고 카피마냥 강렬한 이 문구는 ‘나중에 리뷰 쓰면, 이런 제목으로 써야지’라는 저의 수줍은 다짐이 깃든 제목이었다고나 할까요. 당시의 저는 다른 작가의 글에 감히 리뷰 쓸 엄두는 내지 못한 채 그저 단문응원을 달고 공감버튼이나 누르는, 그저 부끄럼 많은 독자일 뿐이었습니다.

몇 주가 지난 어느 날이었습니다. 저는 평소와 다름없이 그날도 브릿G의 중단편 목록을 뒤적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날따라 올라오는 새 작품이 얼마 없어 하릴없이 헤매던 중, 문득 예전에 저에게 강렬한 재미를 선사해 준 작품 ‘대박 책’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모름지기 명작이란 그 결말을 알면서도 다시 찾게 되는 법 아니겠습니까. 또 한번 예전과 같은 그 즐거움을 만끽하고 싶었던 저는 검색 창에 ‘대박책’이라고 입력한 후 엔터키를 딱 쳤습니다. 그러나 검색 결과엔 제가 찾는 작품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당황한 저는 다시 한번, 띄어쓰기를 포함하여 또박또박 ‘대박 책’이라고 키워드를 입력하고 검색을 해보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혹시나 싶어 작가님의 계정 페이지에 들어가 보았지만, ‘대박 책’은 작가님의 작품 목록에서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없어진 것은 그 작품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대박 책’ 말고 다른 몇몇 소설까지 작가님의 작품 목록에서 함께 어디론가 사라진 게 아니겠습니까. 그걸 보고 저는 직감했습니다.

이야, 드디어 이 소설이 책으로 출간되는구나. 단편집으로 묶여 나오면 보나 마나 책 제목은 ‘대박 책’이 되겠구나. 훗날 서점에 책이 쫙 깔리게 되면 ‘내 진작부터 이리될 줄 알았지’라며, 어느 눈 밝은 편집자에게 발굴되기 전에 작품의 진가를 먼저 알아본 내 안목을 자랑할 수 있겠구나. 가수는 노래 제목 따라간다더니, 소설도 매한가지로구나. 하는 온갖 상상을 해가며, 마음 속 저 깊은 곳에서 작가님께 때 이른 응원과 축하의 메시지를 날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 예상과 달리 작품이 출간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대박 책’은 슬그머니 다시 모습을 드러냈고, 저는 마치 성공해서 고향을 뒤로한 채 외국으로 떠나 앞으로는 영영 볼 일이 없다고 생각한 친구를 동네에서 다시 마주친 듯한, 반가움과 아쉬움이 뒤섞인 미묘한 감정에 젖어 들고 말았습니다. 따지고 보면 그저 혼자서 지멋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친 것뿐인데 말이죠. (그치만 이렇게 착각하는 제 모습도 어딘가 작가…같지 않습니까. 아 네. 죄송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고향으로 돌아온 떠돌이 협객 같은 작품 ‘대박 책’이 리뷰 공모에 걸리게 되자, 언젠가 리뷰를 쓰려고 다짐했던 그날이 드디어 도래했음을 느끼고, 강호의 도리를 지키기 위해 부족하나마 이렇게 몇 자 보태려고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리뷰를 어떻게 쓸지 고민을 좀 해봤습니다.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저는 이 작품의 매력이 무엇보다도 ‘이야기로서의 재미’에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어째서 이 이야기가 재미있었는가를 저 나름대로 탐구해 본 내용을 중점적으로 전달해 드리려고 합니다. 물론 이 감상은 다른 독자님들의 생각과는 다를 수도 있습니다. 작품을 재밌게 읽으셨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리뷰도 함께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힘찬 이야기의 출발

먼저 이 이야기는 소설 써서 먹고사는 일이 그리 만만한 게 아니라는, 출판 업계의 냉혹한 현실을 들려주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작중 화자는 마치 일타 강사처럼 구체적인 숫자와 예시를 들어 이 바닥의 산업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하며 우선 독자를 자리에 앉혀둡니다.

이 화자의 설명에서 이야기의 핵심적인 정보 두 가지가 드러납니다. 하나는 매력적이긴 하지만 무진장 되기 어려운 대박 작가라는 ‘목표’이고, 다른 하나는 내가 대박 작가가 아니라는 불운한 ‘출발선’입니다. 즉, 조금만 눈치 있는 독자라면 이 소설이 ‘대박 작가 되기’라는 내용으로 전개될 것임을 쉽사리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독자는 일단 초반부터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어디서 들은 건데, 독자를 사로잡으려면 목표를 최대한 빨리 제시하라는 작법 조언이 있더라구요. 의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 소설은 그런 ‘초반에 휘어잡기’ 전략을 충실히 따르고 있습니다.

귀에 쏙쏙 박히는 설명을 듣다 보면 대박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란 걸 절실히 깨닫게 됩니다. 하지만 아직 여기서 끝난 게 아닙니다. 이 노련한 작가는 독자를 손쉽게 놓아줄 생각이 없습니다. 이야기를 더 끌 새도 없이, 눈앞에 목표를 이루게 해주는 ‘대박 책’이 단번에 나타나거든요.

 

 

아이템이 획득되는 과정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이야기에서 ‘마법의 아이템’은 단골 소재로 등장합니다. 흔한 소재인 만큼 그 아이템을 손에 넣는 과정 또한 자칫 식상하게 그려지기 쉽습니다. 가령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거나, 그냥 ‘우연히 어디서 뭘 주웠다’라고 해버릴 수도 있을 테죠. 이렇게 우연에 기댄 설정은 설득력도 부족하거니와 흥미롭지도 않습니다. 그렇다고 무슨 옛날 동화처럼 ‘착한 일을 했더니, 그 보답으로 진귀한 물건을 주더라’고 하는 방법도 고리타분합니다. 그런데 주인공이 헌책방에서 발견한 이 ‘대박 책’은 그렇게 거저 얻어지는 물건이 아니라,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상품’으로 등장합니다.

그럼 이 상품의 대가로 무엇을 내놓아야 할까요? 무슨 목숨이나 영혼 같은 걸 요구한다면, 어딘가 찜찜하기도 하고 이 또한 판에 박힌 듯 진부하지 않겠습니까. 아니면 뭐 무난하게 정해진 액수 얼마를 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 소설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대신 아주 그럴싸하고 절묘한 방법을 사용하는데요. 헌책방 주인은 책값으로 ‘쉽게 지불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마냥 쉽지만은 않은 – 그냥 오백 원도 아니고 자신이 태어난 해의 동전’을 요구합니다. 확률적으로 주머니 상에 그런 동전이 들어있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만은 않거든요. 게다가 자신이 태어난 해에 발행된 화폐라니, 어떤 운명이 깃들어 있을 것 같지 않습니까.

마침 주인공의 주머니에 자신이 태어난 해에 발행된 오백 원짜리 동전이 있었고, 이는 대박 책이 주인공의 손에 들어오게 하는 필연적 해결책으로 사용됩니다. 이로써 주인공은 (그게 얼마가 되었든 간에) 판매자가 요구한 대가를 치름으로써 미심쩍음을 해소하고 소유자로서의 정당한 권리를 획득하게 되죠.

(나중에야 알게 되겠지만, 이 거래의 모든 과정은 단순히 소설의 장치일 뿐만 아니라 주인공이 대박 책을 경계심 없이 손에 넣을 수 있도록 공들여 설계한 이조부의 작품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이 대목이 대사가 아닌 지문으로 처리되어 있다는 점도 이번에 새로 읽으면서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본문 내용을 그대로 옮겨와 보겠습니다.

“못 하겠으면 말고.”

“아, 아닙니다. 할게요. 산다고요. 얼만데요?”

“자네 몇 년생인가?”

뜬금없는 질문이었지만 어려운 질문은 아니라 쉽게 대답했다. 그러자 노인은 더 실없이 그 년도에 발행된 동전을 갖고 있느냐 물었다. 지갑을 뒤져보니 신기하게도 내가 태어난 1979년에 발행된 500원짜리가 있었다. 노인은 옳지, 하더니 500원을 받아들고는 말했다.

“이거면 됐어.”

“됐다고요?”

자, 앞부분에서는 대사가 있는 그대로 쓰인 반면, 거래의 핵심 부분인 ‘돈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는 대사를 지문 속에 녹여두었습니다. 왜 ‘대사’가 아닌 ‘지문’으로 처리한 걸까요?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대사는 문장이 따옴표로 감싸지고, 끝나는 순간 발화자가 다른 사람으로 넘어가며 잠깐 흐름이 끊깁니다. 그러면 이때 잠깐 생각할 여지가 생겨버립니다. 하지만 이 부분을 ‘지문’으로 구성하여 하나의 문단으로 처리한다면 혹시 미심쩍은 느낌이 들어도 조금은 매끄럽게 넘어갈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대사로 이어진 앞부분과는 다르도록 리듬감에 변주를 주어 독자가 지치지 않도록 쉬어가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거래의 과정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느껴지도록 상황을 연출합니다.

저는 소재나 방법 면에서, 그리고 그 서술 방식에서 이와 같이 아이템 획득 과정을 효과적으로 그려낸 것이 개성 있고 또 설득력 있다고 느꼈습니다.

 

 

이야기의 단서를 조금씩 풀어가는 전개 방식

아이템을 획득한 후, 이야기는 마치 특급열차에 올라탄 것처럼 속도감 있게 뻗어나갑니다. 이쯤에서, 소설의 전체적인 내용을 대강 정리해 보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대박 책 등장 및 구입 – 유튜브 동영상 시청 – 집 문 앞에 의문의 낯선 사람 등장 – 대박 책에 글 쓰고 효과 확인 – 도서관에서 책 읽다가 김천만 발견 – 교정고에 대한 불만과 대박 책의 추가 기능 확인 – 대박 책으로 최종퇴고본 완성 – 공모전 제출 도중 괴한에 습격 – 이조부 등장 – 공모전 당선 및 침체기 – 이조부와의 재회 및 계약 – 계속하여 대박 책으로 글쓰기 매진 – 과로사 및 비하인드 스토리 공개

저는 이 전개 과정에서 어떤 소재가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치고 빠지는 구성이 잘 되어있다고 느꼈습니다.

예를 들어 ‘김천만’이라는 인물이 나오는 흐름을 살펴보겠습니다. 그가 처음 등장하는 대목은 <대박 작가의 실체>라는 제목의 유튜브 영상에서입니다. 이후 그는 현소민 작가가 읽은 도서관의 책에서 다시 나옵니다. 그러다가 현소민 작가가 원고를 완성하여 우체국에 가는 도중에 기습을 하며 또다시 등장합니다. 이때 이 김천만이라는 사람이 집 앞에다 글씨를 새겨놓은 사람과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이 습격 장면은 김천만이라는 인물에 대한 정보가 점차 쌓여 위기감이 최고조에 이른 상태에서 펼쳐집니다.) 그리고 나중에 현소민 작가의 장례식 때 이조부와 도민준이 나눈 대화 속에서 김천만은 다시 나옵니다.

이것은 다른 인물과 소재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이조부라는 인물이 등장하고 퇴장하는 것과, 대박 책의 기능이 조금씩 드러나는 과정도 필요할 때 나왔다가 들어가는 형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어떤 소재와 다른 소재가 하나씩 번갈아 가며 나오고, 그 정체가 하나둘 밝혀지는 짜임새가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여담으로, 지금까지 읽은 작가님의 작품 중에서 제 취향에 잘 맞고 가장 흥미진진했던 작품 두 개를 골라보라면 ‘대박 책’과 ‘코지 하우스’를 꼽겠습니다. 사실 이 ‘대박 책’을 읽게 된 계기는, 먼저 읽은 ‘코지 하우스’라는 작품이 재미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느끼기에 이 두 작품은,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야기 진행이 전략적으로 짜여있는 것 같습니다. 그 말은 소위 얘기하는 떡밥이 적당한 타이밍에 제시되고 회수된다는 것인데요. 이에 관해선 언젠가 따로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생생한 묘사들

이건 작가님의 다른 작품에서도 공통으로 나오는 특징인데요, 작품들이 하나같이 묘사가 손에 잡힐 듯 생생합니다. 어떤 소설을 읽다 보면 정말로 목욕탕에서 오이 냄새가 나는 것 같고, 다른 작품에선 괜히 목이 간질거리고, 어떤 글에선 또 발끝이 아려옵니다. 이 작품 ‘대박 책’도 예외는 아니어서, 눈에 선하게 그려지는 장면과 오감이 그대로 전해지는 표현이 작품 전반에 고루 담겨있어 한층 더 읽는 맛이 있습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주인공이 카페에서 얼마쯤 시간을 보낸 장면이 있는데, 여기서는 ‘다섯 시간이 지나도록’ 이런 식으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대신 ‘종이 빨대가 눅눅해질 지경이 되도록’이라고 표현합니다. 시간의 경과가 단박에 체감되도록 감각적인 언어로 표현한 이런 묘사는 독자가 작품에 더 실감 나게 몰입하도록 합니다.

그 외에 인상적이었던 묘사를 몇 가지만 더 짚어보자면 카레를 부어서 밥을 먹는 장면과 연필을 꺼내들자마자 다음에 종업원이 “손님”하고 부르는, 시간을 건너뛴 묘사도 좋았습니다.

 

 

생각해 볼 만한 문제

하나의 책을 놓고 많은 사람의 사용기가 교차되면서 이야기는 끝납니다. 이럴 결말은 독자로 하여금 과연 이러한 책이 있다면 어떻게 할까, 죽음으로 몰아간 삶이 행복하다고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저마다의 상상에 잠기도록 합니다.

저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만일 나라면 어땠을까 하고요. 뭔가 오로지 자기 힘으로 얻어낸 작품이 아니라, 템빨을 받았다는 생각에 거부감이 들지도 모르지만, 또 홀린 듯 쓴다는 게 궁금하여 유혹을 참지 못하고 손을 뻗었을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말로 대박 책을 갖고 싶냐고 누가 묻거든, 결국은 ‘아니오’라고 답하겠습니다. 소설 내용 대로라면 현소민 작가가 집필하면서 당시의 기억이 삭제된 것으로 보이는데, 저는 글쓰는 재미를 잃어가면서까지 대박을 치고 싶단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제가 글을 써서 큰돈을 만져 본 적도 없고, 소민 작가처럼 궁핍하거나 절실한 게 아니라 이렇게 생각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글쓰기와 출판의 전 과정에서 사실 가장 짜릿한 것은 아무래도 글을 써내려가는 바로 그 순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좀 거칠게 비유하자면, 창작의 즐거움이 없는 작품 생성은 곧 ‘섹스 없는 임신’과도 같다고 봅니다. 그 과정의 즐거움이 없다면 너무나 서운하지 않겠습니까. …네? 아, 물론 글쓰기 말하는 겁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저는 글쓰기를 AI에 맡기고 싶지도 않습니다. 머리 쥐어 뜯어가며 고민하고 또 해결하고 창조해 가는 재미가 없다면 글을 뭐 하러 쓰겠습니까. 그러고 보니 대박 책은 일종의 AI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이 작품이 AI 버전으로 만들어지면 어떨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더 나아질 여지 : 문장 표현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작품에 더 나아질 여지가 있다고 보는데요. 그건 다름 아닌 문장 표현입니다. 사실 재미 삼아 두 번 읽을 때까지도 표현상에서 이상한 점이 있다는 것을 잘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작품을 거듭해서 읽다 보니 눈에 띄는 문장들이 있었습니다. 제가 프로 작가나 문창과 교수가 아닌데도 ‘문장’에 대해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리뷰 공모를 내시기 전에 표현상의 퇴고는 한번 정도 거쳤을 것이며 그 과정에서 문장을 다듬었음에도 놓친 부분이 있었을 거라는 저의 단순한 짐작 때문입니다.

물론 여기서 ‘이 문장이 이랬으면 좋겠다’고 하는 건 순전히 저의 주관적인 견해이므로 참고 정도만 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럼 몇 가지 짚어보겠습니다.

 

맞춤법

여기는 단순한 오타 또는 실수 같습니다.

헌책방에 팔 수 있는 건 다 갔다 팔았는데

‘갔다’가 아니라 ‘갖다‘가 맞는 표현 같습니다. 단순히 맞춤법이 틀린 것 같다는 걸 리뷰에 써도 되나 싶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짚어보는 김에 언급을 드려봅니다.

 

긴 문장

여기서는 아마 문장을 쓰거나 수정하다가 꼬인 것 같습니다.

첫 장편은 초반에는 잘 팔리나 싶었지만 문학상 수상이라는 타이틀의 반짝 홍보 효과가 끝나자 더 이상 팔리지 않아 겨우 인세나 회수한 수준이었지만 태국, 일본, 미국에 판권이 팔리고 영상화 계약이 되면서 돈을 벌어다 주었다.

‘지만’ 이라는 표현이 두 번 나와서 조금 헷갈리는데 아래처럼 한 번 끊는 것은 어떨까요?

첫 장편은 초반에는 잘 팔리나 싶었지만 문학상 수상이라는 타이틀의 반짝 홍보 효과가 끝나자 더 이상 팔리지 않아 겨우 인세나 회수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두 번째 장편은 태국, 일본, 미국에 판권이 팔리고 영상화 계약이 되면서 큰 돈을 벌어다 주었다.

 

중복된 단어의 사용

세상만사 염증 나는 기분이 된 나는 노트북을 끄고는 침대에 벌렁 드러누웠다.

여기에는 서로 뜻이 다른 ‘나는’이라는 단어가 두 번 나옵니다. 제가 독해 능력이 좋지 않아 좀 헷갈리는 걸 수도 있는데, 약간 단어 간의 간섭 같은 게 느껴집니다. 단어가 겹치지 않도록 쓴다면 저 같은 독자도 더욱 글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뜬금없는 질문이었지만 어려운 질문은 아니라 쉽게 대답했다.

문득 모든 게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며 누군가와 싸워봐야 내 에너지만 나간다는 생각에 (후략)

위에선 ‘질문’과 ‘생각’이란 같은 단어가 두 번씩 쓰이고 있습니다. 같은 단어를 반복해서 쓰는 게 꼭 나쁜 건 아니라고 봅니다. 때로는 리듬감을 살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반복을 하는 경우도 있겠지요. 하지만 필요에 따라 바꿔 쓰거나 하나로 줄여서 쓴다면 더 매끄러운 글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은 ‘이야기’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입니다. 그런데 반복해서 읽어보니 ‘글’로서는 표현이 좀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들이 보이고요. 그게 다듬어진다면 더욱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품을 쓰신 지 꽤 되셨고 ‘쿨다운‘ 시킬 타임은 어느 정도 지났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쯤 원고를 찬찬히 다시 살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이 글의 표현을 고치더라도 힘 있는 느낌은 유지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글이란 게 다듬다 보면 좀 부드러워질 수 있는데 이 소설에 나온 내용처럼 퇴고하다 자칫 생동감 넘치는 표현이 줄어들지 않을까 염려스럽습니다. 하지만 워낙 표현력이 좋으시니, 작가님이라면 작품의 장점을 해치지 않고서도 충분히 잘 다듬으실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듭니다.

 


 

이야기가 길었네요. 저에게는 정말로 재미있었고, 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왕성한 창작 활동 이어 나가 주시길 부탁드리며, 작품 제목처럼 부디 대박 나시라는 응원과 함께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