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번 정도는 글쓰기를 꿈꾸거나 시도해봤을 것이다. 그것이 어떤 장르의 글이든지 간에. 그리고 깨닫는다. 읽는 것과 쓰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나도 몇번 시도해보았고, 내가 재능이 없다는 걸 깨달았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았다. 내가 읽고 싶은 이야기가 시중에 없으면 스스로 직접 써야 한다는 말이 있는 관계로. 언젠가는 한번은 다시 써보리라 생각은 하고 있다, 생각은.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내가 글로 밥벌이를 하는 입장은 아니어서 이렇게 여유를 부리는 것일 수도 있고,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글쓰기에 대한 욕구가 절실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다.
안팔리는 작가 소민은 나보다는 글쓰기에 대한 욕구가 절실하다. 본업이 작가인 관계로, 글을 통해 밥벌이를 해야 하는데 책 한 권 출판한 것이 다인지라 생계에 심각한 위협을 느끼고 있는 중이다. 작품 도입부에서 소민이 글로 성공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절절하게 설명해놓은 걸 보면 저절로 혀가 내둘러진다. 나도 막연하게나마 글을 써서 성공하기가 어렵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인세와 2차 저작권 등과 관련된 소민의 구체적인 설명을 보고 있자면 내가 알고 있던 건 빙산의 일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거기다 글은 그림이나 음악 등에 비해 접근성이 훨씬 좋으니-종이와 펜, 컴퓨터, 심지어 요새는 핸드폰만 있으면 누구나 글을 쓸 수 있으므로-경쟁자도 많을 것이고, 경쟁자가 많다는 이야기는 살아남기 치열하다는 뜻이기도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소위 말하는 대박만 치면, 증쇄는 물론이고 2차 저작권을 통한 영상화 등이 진행된다면, 일반 직장인들의 연봉은 우스울 정도로 벌어들일 수 있기도 하다. 나도 그런 작품을 꽤 알고 있기도 하고.
그러니 소민과 천만 등, 글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대박 책>이라는 공책에 집착하는 것도 매우 이해가 간다. 손으로 직접 써야한다는 번거로움이 있긴 하지만, 노트만 펼치면 이야기가 술술 적히는데 그게 대수인가. 만약 내가 그들과 같은 입장이었더라면, 나도 절대로 <대박 책>을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공책에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것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그게 대수인가?
<대박 책>이 어떤 원리로 작가들의 잠재력을 끌어내는지는 작품 속에서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단지 작가들에게 내재되어있는 잠재력과 생명력을 양분삼아 작품을 탄생시키는 건 아닌지 나혼자 짐작만 할 뿐이다.
대박 책으로 사람을 유혹하고, 목숨을 잃는 것도 아랑곳않는 이조부와 민준은 사람인지 인외의 존재인지 알 수는 없으나, 소민을 포함한 수많은 작가들에게는 구세주나 다름없었을지도 모르겠다.
내 앞에도 <대박 책>이 나타났으면 좋겠다. 그러면 내가 읽고 싶은 이야기를 막힘없이 술술 써내려갈 수 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