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언컨대 이 소설, 소개글이 다했다. <공포 액티비티룸에서 알바하는 무당, 그게 바로 나다.> 무당이 알바한다는 것도 재밌는데 공포 액티비티룸이라니, 방 탈출 게임 뭐 그런 건가?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단숨에 읽었다. 분량이 54매로 짧고 사건 전개도 빠른 편이라 출근길 지옥철에서 즐겁게 끝까지 읽고서 리뷰를 남긴다. 사람으로 바글거리는 지옥철 안에서 ‘재미’를 느끼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에… 이 리뷰에는 좋았던 점 3가지와 아쉬웠던 점 3가지 모두 남겨두었다. 좋았던 점 먼저 이야기해 보겠다.
첫째, 말도 안 되는 강령술을 해대는 인간들 탓에 피로한 무당 캐릭터의 특색을 잘 살리는 ‘통통 튀는 대사’들이 많았다. 이를테면, 남자귀신의 억울한 호소에 응수하는 도입부 장면이다. 제 발로 와서 강렬술까지 했는데 자기 몸 빼앗아 달라는 말 아니냐는 호소에 주인공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맞는 말이야”라고 말하고는 곧이어 한 마디를 덧붙인다. “처 맞는 말”이라고. 주머니에서 복숭아 나뭇가지를 꺼내 녀석의 몸을 후려치는 장면까지 흐름이 자연스러워서 나는 출근길 지옥철 안에서도 ‘그 장면’을 그려보며 픽 웃었다. 바글대는 사람들 틈에서 웃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장기는 소설이 끝날 때까지 쭈욱 이어진다.
둘째, 호러 매니아들의 성지로 급부상한 놀이공원 구석탱이에 자리한 ‘귀신의 집’이라는 장소가 좋았다. 귀신의 집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가 봤던 곳이라 이미지가 잘 그려지고, 공간이 ‘제한되어 있어’ 주인공의 행동이 더 박진감 넘치게 느껴졌다. ‘핵심 사건’에 해당하는 혼숨 장면의 경우, 귀신의 집으로 장소가 한정되어 있다 보니 귀신 들린 곰인형이 이쑤시개 들고 쫓아오는 상황에서 쫓고 쫓기는 연출씬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졌다.
셋째, ‘나’의 시점 외 ‘사장의 시점’이 있어서 입체적이었다. 일인칭 시점이 갖는 제한이 확실한데, 파트를 나눠서 사장의 시점으로도 유쾌하게 그려내서 조금 더 입체적으로 사건이 보였다. 툴툴대는 말투에 좀 어벙한 캐릭터성이 코믹에 한몫하기도 했다. 그 외 뉴스 장면 역시 재밌었는데, 어떤 상황인지 잘 그려지지 않는다는 게 아쉬웠다. 맥락상 실제 현장에서 촬영 중이던 리포터가 이 화면을 보도해 주는 게 아니라, SNS 같은 곳에 올라온 영상을 앵커가 ‘흥미로운 영상 토픽’으로 발췌하여 짧게 보도해 주는 거 같기도 했는데 상황이 잘 보이지 않다 보니까 “이게 뭐지? 갑자기?” 하는 의문이 남았다. 장면 자체로 흥미롭긴 한데 갑자기 들어간 느낌이랄까. 아쉬운 점에서 이야기하겠지만 이 장면이 들어가면서 꼭 필요한 장면이 빠진 느낌이라, 마지막까지 다 본 이후에도 놀이공원 구간이 다소 튀어 보였다.
이와 같은 필요한 설명이 부족한 부분은 후술할 아쉬운 점과도 연결이 되어 있어서 자연스럽게 넘어가볼까 한다. 아쉬운 점 역시 3가지였다.
첫째, 설명이 좀 부족한데 특히 공간의 묘사, 공간 전환에 대한 부분이 라이트해서 몰입이 깨어질 때가 있었다. 귀신의 집이라는 공간 측면에서 보자면, 3층 건물에 내부 장소가 꽤 많은 걸로 보인다. 그런데 공간과 장소 전환에 대한 묘사가 부재하다 보니 전체적으로 어떻게 생겼는지, 각 층마다 뭐가 어느 장소에 있는지, 인물들이 어디서 어디로 어떻게 이동하는지 방해물이나 지형지물은 어떻게 구성됐는지, 기계로 움직이는 구조물(튀어나오는 손 같은 것)은 몇 개나 있는지 등 디테일한 요소가 잘 보이지 않아서 ‘추격씬’과 ‘액션씬’을 보면서도 “그래서, 여기가 어디야? 뭐가 뭐야? 어디로 가는 거지? 정확히 무슨 장면인 거지”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게 되었다.
둘째, 주인공과 사장, 전체 설정에 대한 이야기나 단서가 부족하다. 이는 분량이 짧아서 그럴 거 같기도 한데, 2년차 무당이 알바하는 게 단지 사장의 설득 때문이라는 것에서 ‘설명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거부할 수 없는 돈을 사장이 줄 정도면 그만한 값어치가 있는 일이어야 한다는 건데 3대째 내려오는 가문의 얼에 담긴 곳이라는 말 빼고는 이야깃거리가 없었다. 설명적으로 ‘우리 가문이 말이야~ 귀신이 말이야~’ 이럴 정도까진 없는데 하다못해 선조의 보검이 있다던가, 무령(무당이 쓰는 방울)이나 신칼, 부적 등과 같은 사연이 있다던가 하는 게 있고, 그런 이야기가 사건과 엮여서 보여졌다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무당이 왜 알바를 해, 그것도 귀신의 집에서? 라면서 시작한 건데 그에 대한 이야기가 부족하다 느꼈다.
셋째, ‘갑자기 분위기 반전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솔직히 말하자면, 곰인형이 허우적대며 달리기만 하던 순간부터 왠지 곰인형에 든 게 귀신이 아니라 인간의 혼인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가 환하게 웃었다는 묘사를 보고는 그 생각에 확신이 들었고, 어떻게 풀어갈지 지켜보게 되었다. 하지만 그 뒤로는 뉴스장면과 후일담이 나왔고, 마지막에야 ‘반전’처럼 사건의 실상이 나와서 아쉬웠다. 차라리 뉴스 컷을 빼고 관련한 장면이 조금 더 나왔다면 어땠을까, 제령 장면에서 ‘실수’한 게 이스터 에그처럼 숨겨져 있다가 마지막에 밝혀져도 좋았을 거 같다.
흥미롭게 읽었던 만큼 아쉬운 점도 생겼다. 통통 튀는 말빨과 캐릭터, 흥미로운 설정과 장소로 이야기가 한바탕 재미나게 놀 수 있도록 판을 짠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기획 방향대로 결말까지 끌고 가는 것도, 하나의 이야기를 완결 짓는 것도 참 어려운 일이다. 그 어려운 일을 해낸 이 소설! ‘너 홀로 숨바꼭질’이라는 제목에 숨겨져 있는, 리뷰에서 ‘맛’만 살~짝 보여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지금 바로 쓰윽 읽어보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