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지옥

갑질하는 놈이 더 끔찍한 놈한테 잡아먹히는 소설 감상 브릿G추천

리뷰어: 이사금, 20년 8월, 조회 104

파리지옥은 직접 본 적은 없었어도 어떤 식물인지는 익히 알고 있는데 아마 어린 시절에 본 다큐에서 살아있는 곤충을 잡아먹는 식물이라고 끈끈이 주걱이랑 같이 대표격으로 나왔기 때문에 더 선명하게 기억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정적인 이미지인 식물이 직접 움직여 살아있는 곤충을 잡아먹는다는 특징은 공포 매니아들에게 묘한 영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여기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간들은 어쩌면 하나같이 정감이라곤 가지 않는 인간들이 다인데, 보통 소설 속에서 주인공이 원하지 않는 고난에 빠지게 되면 대개 사람들은 주인공 시점으로 사건을 보고 그 감정에 이입하기 마련이니 주인공을 안타깝게 여기거나 그가 고난을 극복할 수 있도록 응원을 하게 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 소설 속의 주인공은 전형적인 열폭+갑질형 인간이기 때문에 연민이나 감정이입보다는 혐오와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특이 케이스에요.

보통 주인공이 이렇게 하자 많은 성격이라면 주인공의 반대편에 있는 인물들, 대개 빌런이라 부를 수 있는 인간들이 상대적으로 나아보이는 평가를 받는 케이스도 왕왕 있는데 재미있게도 이 소설 속의 살인마 역시 딱 봐도 제정신은 아닌 놈이라 감정이입이고 공감이고 다 차단해 먹는 놈이라는 게 재밌습니다.

갑질하는 인간들이 혐오스러운 거야 똑같지만 아무래도 소설은 허구니까 대리만족 비슷하게 보게 되는 걸지도…? 그런데 이게 살인범한테 공감한다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적어도 소설 속에 나오는 놈들은 그 밥에 그 나물이라 멀찍히 떨어져서 싸우는 꼴 구경하는 심리에 가까운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