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단편소설이라 빨리 읽을 수 있을 거 같아서 선택하여 읽게 된 소설이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흥미진진했는데 개인적으로 토속적인 소재와 현실적인 소재를 결합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거든요. (예를 들면 일본 소설가 미쓰다 신조 풍의 작품 같은 것들.)
추리소설에서는 토속적이고 초자연적인 요소를 사건을 덮기 위한 페이크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전의 진상이 밝혀지기 전까진 독자 입장에선 사실을 알 수 없기 때문에 거기서 비롯되는 공포 분위기가 흥미롭다 생각돼요. 다만 소설의 종류에 따라 사건을 덮기 위한 초자연적 소재 자체가 아예 트릭이었다고 밝혀지는 부류랑 그래도 미스터리가 남는 부류가 있는데, 소설 ‘물뱀’은 전자에 해당합니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은 딸이 죽은 장소를 찾다가 그 장소에 얽힌 전설이나 민담과도 같은 이야기를 전해듣게 되는데, 이때의 묘사가 딸의 죽음 때문에 주인공이 겪는 죄의식과 환상이 섞여 마치 한편의 미스터리물을 읽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현실인지 진짜인지 모를 환각과 공포가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후반부에 제대로 밝혀지지만요.
아마 사건의 진상을 빨리 밝혀낼 수 있었던 원인에는 주인공이 의사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 같네요. 주인공이 본 환각, 사람들이 강에 갖는 공포심의 정체가 밝혀지는 부분은 시골 사회 특유의 폐쇄성과 그런 곳에서 일어날 수 있는 범죄를 잘 보여주는 것도 같고요. 어떤 의미에서 이런 사건의 배경이야말로 더 공포스러운 점일지도.
딸의 죽음 때문에 파탄 직전까지 간 가정이 그 죽음의 진상을 밝혀내고 사건을 해결하면서 화해에 이르는 과정도 슬프긴 하지만 훈훈한 결말이었다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