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지나도 잘 잊혀지지 않는 관악기의 리드미컬한 음색과 함께 시작되던 드라마 ‘수사반장’.
이젠 찾아보기도 힘든 고전이 되었지만,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정통 범죄수사물을 보며 자라왔고, 후대의 제작자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살인의 추억’에도 오마주가 등장하지요.
요즘은 장르가 다양해지고 또 융합되는 시대입니다.
특히나 추리물이나 범죄물처럼 장르적 성격이 뚜렷한 소설에서는 그런 경향들이 두드러지는데, ‘로맨스 스릴러’나 ‘미스테리 로맨스’같은 수식어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고, 또 어색하지도 않습니다.
이런 시대에 정통성을 찾는다는 건 어찌 보면 답답해 보일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런 이유로 더욱 정통성을 갖춘 작품을 찾게 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 범죄수사물의 경우, 장르적인 색채가 아주 강하고 특유의 그 향을 잘 살려내야 멋진 작품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범죄물을 생각할 때 함께 떠올리는 작가는 모리무라 세이이치입니다. 그의 ‘증명’ 시리즈는 오늘의 독자분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 만한 재미도 갖추고 있지만 무엇보다 범죄수사물의 전형과도 같은 전개를 꾸준히 그리고 단단하게 밟아나가는게 큰 매력입니다.
사건이 발생하고 수사관들이 범죄를 인식한 후 여러 방식의 수사과정을 거쳐 사건 해결!
이번에 브릿G의 독자분들께 소개드리고 싶은 작품은 모리무라 세이이치를 머리속에 소환시키는 탄탄한 구성의 범죄수사물 ‘재림’입니다.
이야기는 크게 두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앞으로 이 작품의 중요인물이 될 세 남녀에 대한 소개의 형식에 가까운데, 그렇다고 중심이 되는 사건의 무게와 몰입도가 또한 가볍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에서 합법적으로는 존재할 수없는 직업, 탐정이 되기로 의기투합한 두 사람. 실종된 여성을 찾아 영국까지 온 독 소장과 승주는 마침 영국에서 활약중인 뛰어난 탐정 권민을 만나게 되고, 그녀의 도움으로 사건을 해결한 후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던진 스카웃 제안을 권민이 덥석 받아들이면서 세 사람의 사건수사일지가 시작됩니다.
각자의 스토리와 뚜렷한 개성을 가진 세 사람의 케미가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이야기의 호흡을 가볍게 해 주고, 수사물의 최대 매력이라 할 수 있는 오밀조밀한 수사의 과정들이 너무 자세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술술 뛰어넘어가는 부분도 없이 독자에게 잘 전달되는 것도 이 작품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장점이라고 생각되네요.
수사물은 ‘누가’보다는 ‘어떻게’에 집중하는 장르이다보니 무엇보다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중요한데, 작은 부분도 놓치지 않으려 하시는 작가님의 세밀함이 돋보이는 부분이 여기저기서 보여서 몰입도를 높여주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에피소드가 나올 거라 기대가 되는데(그러실 거죠?) 다음 에피소드에서는 주인공 세 사람간의 분량 조절(작가님의 권민사랑이 제게도 보입니다. 사실은 저도 권탐정 좋아라 합니다.)과 사건의 전개과정에 비해 약간 생략된 듯 보이는 초동수사와 범인을 밝혀내는 과정에도 분량을 좀 더 할애해 주셨으면 하는 개인적 소망이 있습니다.
특정 부분에서 대화가 길게 이어지는 부분이 있는데(승주가 기독교인 두 사람과 벌이는 종교논쟁 부분이 그렇습니다.), 팽팽하던 긴장이 풀어질 수도 있는 시점이라 생각되었습니다. 물론 충격적인 결말로 가기위한 작가님의 복선이라 생각하지만, 긴장감을 쭉 유지해야 하는 부분에서 약간 늘어지는 느낌을 약간 받았거든요.(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이런저런 장광설을 늘어놓긴 했는데, 결론은 이 작품이 아주 훌륭한 그리고 정통의 범죄수사물이라는 것이고, 기분이 매우 안 좋은 상태에서 읽기 시작했는데 다 읽을 무렵에는 왜 기분이 나빴는지도 잠시 잊었을 정도로 아주 재미있는 소설이라는 겁니다.
최근의 범죄소설은 굳이 구분을 짓자면 ‘범죄스릴러’라고 봐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범인이 밝혀지는 순간까지의 긴장과 스릴에 힘을 주는 작품이 많지요.
‘재림’은 ‘정통범죄수사물’입니다. 세 명의 탐정들은 독자와 함께 수사를하고 단서를 찾아서 그것들을 통해 범인을 찾아냅니다. 사건의 해결로 가는 꼬인 전선들을 하나하나 풀어가는 재미를 브릿G의 독자분들께도 권해드리고 싶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