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 뒤에 연애」 안치우 작가 인터뷰

2017.2.16

“‘극한 상황에서의 사랑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습니다. 극한 상황의 최고봉은 뭐니 뭐니 해도 ‘종말’이겠지요?
등장인물들의 고민거리는 종말이 아니라 ‘연애’랍니다. 연애 문제는 전능한 외계인도 해결해줄 수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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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치우 작가님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히 작가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A. 2010년에 제1회 ZA문학상을 통해 「도도 사피엔스」로 데뷔했습니다. 2014년에는 추리소설 『재림』을 발표했습니다.

 

Q. 클로즈베타 때 브릿G의 초기 서비스 형태를 함께 살펴봐주셨는데요, 오픈 베타 직후 「종말 뒤에 연애」라는 신작을 직접 연재해주고 계세요. 브릿G에 작품을 등록하셨을 때 타 사이트와 다르게 기대되거나 우려되는 바는 없으셨는지 궁금합니다. 

A. 브릿G가 론칭될 거라는 소식을 듣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황금가지 출판사는 국내 장르문학에 꾸준히 투자해 왔기 때문에 웹소설 플랫폼에서도 그런 역할을 해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걱정되는 부분은 아무래도 신생 사이트라는 점이겠지요. 이미 웹소설 사이트가 많아진 상황에서 신생 플랫폼이 성공적으로 안착되려면 시간이 꽤 걸릴 테니까요. 그리고 SF나 추리소설처럼 비주류 장르의 독서 시장이 확대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습니다.

 

Q. 작품 소개가 더 궁금한 독자들을 위해 브릿G에 연재 중이신 새 장편소설 「종말 뒤에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전해주실 수 있을지요. 언뜻 보기엔 ‘종말’과 ‘연애’라니 사뭇 모순된 느낌이라 호기심이 입니다. 이 작품은 어떻게 구상하게 되셨는지요?

A. ‘극한 상황에서의 사랑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습니다. 극한 상황의 최고봉은 뭐니 뭐니 해도 ‘종말’이겠지요?
소설 속에서는 재앙이 덮친 후 70억 인구가 여덟 명으로 줄어듭니다. 그야말로 대멸종이죠. 이 사실 하나만 본다면 너무 비참해서 스토리도 우울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건 실제 현실이 아니라 소설이니까 전혀 뜻밖의 방향으로 전개됩니다. 무간지옥이 될뻔한 상황에서 마술 같은 행운이 끼어듭니다. 외계인 세력이 등장하면서요. 그들은 생태학자라서 종족 보존에 열심인데요, 멸종 위기의 지구인을 보호해주려고 합니다. 덕분에 생존자들은 외계인이 완벽하게 세팅해준 공간에서 안락하게 살아가지요. 등장인물들의 고민거리는 종말이 아니라 ‘연애’랍니다. 연애 문제는 전능한 외계인도 해결해줄 수 없으니까요. 생존자 대부분은 사랑의 실패자들인데 모쏠 노총각도 있고 독신주의자도 있어요. 이들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주로 다뤘습니다.

 

Q. 기존 출간작들을 보면 작품을 풀어나가실 때 상당히 꼼꼼하고 세심하게 집필하신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특별히 좋아하는 스타일의 작가나 작품이 있으신지요?

A. 자연과학 책을 제일 좋아하고, 문화사를 다룬 역사서도 즐겨 읽습니다. 『기이한 동물 추적기』나 『똥, 그 우아하고 영속적인 욕구』 같은 작품들은 웬만한 소설보다 더 흥미진진하지요. 문학 쪽으로는, 셰익스피어, 프레더릭 포사이스, 아이작 아시모프, 김수영, 이문구, 홍석중 등을 좋아합니다.

 

Q. 황금가지에서 단편집과 장편소설 『재림』을 출간하셨습니다. 단행본 출판 작업과 직접 웹 연재 경험의 차이가 있으신지요?

A. 출간의 경우는 편집, 인쇄, 제본 등의 절차가 있어서 독자한테 선보이기까지 기간이 꽤 걸립니다. 반면에 인터넷 연재는 일단 원고만 나오면 즉시 공개할 수 있지요. 독자 반응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요.

 

Q. 브릿G에서 읽으셨던 작품이 있다면 기억에 남는 작품을 간단히 추천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A. Bruce 작가님의 단편소설 「옛법」을 인상적으로 읽었습니다. 태껸을 소재로 한 작품인데 격투술과 관련된 언어 고증이 쫀쫀합니다. 조선시대 민간에서 성행했던 결련태껸 장면이 이채롭고요, 두 태껸꾼의 1대1 대결이 생생합니다.

빅터리 작가님의 추리소설 「캔디걸스」는 묘사력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특히 1편의 권총 묘사 부분이 아주 멋들어지더군요. 위트도 넘쳐서 매회 실실 쪼개면서 읽고 있습니다.

이수한 작가님의 「도화선」은 인트로가 독특합니다. 범죄 피해자를 ‘당신’이라고 지칭하면서 묘사하니까 피해자에 대한 연민이 증폭되는군요. 바로 이런 게 영상에서 볼 수 없는 ‘활자의 힘’이겠지요. 인칭만 바꿨을 뿐인데 분위기가 사뭇 달라집니다. 스토리는 천태일(해결사)과 고영준(형사)으로 나뉘어서 전개되고 있는데요, 이 두 사람이 결국 한 사건으로 엮일 것 같은데 그때가 언제쯤일지를 지켜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입니다.

「캔디걸스」와 「도화선」 모두 남자 주인공들의 포스가 짱짱합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캔디걸스」의 백건우는 익살스러운 상남자고 「도화선」의 천태일은 을씨년스러운 상남자예요. 둘 다 ‘인정머리’까지 있어서 호감이 가는군요. 두 상남자의 활약이 기대됩니다.

 

Q. 준비 중이신 작품의 연재 계획이 궁금합니다. SF 로맨스 <종말 뒤에 연애>를 읽어주실 독자 분들께도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A. 다음 연재작도 SF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종말 뒤에 연애」는 위에도 언급했듯이 암울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냉미남 사랑꾼 ‘채현우’의 순애보가 중심 스토리거든요. 덤으로, 채현우와 외계인 아저씨의 브로맨스도 등장합니다. 또 하나 덤으로, 채현우와 우주백과사전 로봇의 쉬크한 우정도 곁들여집니다. 너무 약만 판 것 같은데 미리 자진 납세 하자면, 연애와 무관한 다소 딱딱한 스토리도 나옵니다. ‘달 정착’과 ‘행성 이주’를 두고 벌어지는 갈등, 인류의 기원에 관한 에피소드나 지구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분량이 꽤 됩니다.

 

Q. 이제 첫 발을 내딛은 브릿G에 조언 한마디 해주신다면 소중히 듣겠습니다.

A. 장수하는 사이트가 되길 바랍니다. 브릿G가 ‘지구 종말 직전까지’ 지속되게 해주십시오.

 

Interviewed by 브릿G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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