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1차 편집부 추천작

온통 짐승의 울음소리만이

폭풍이 울고, 어두운 하늘에 벼락이 번쩍일 때마다 마당에 삽질하는 한 사람의 인영이 비친다. 검은 비닐에 싸인 아내의 시체를 묻는 윤식의 모습은 이미 짐승이나 다름없다. 그런 그의 모습을 담에 매달린 옆집 여자 순이가 지켜보고 있다. 윤식 역시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만 아이를 잃은 이후로 미쳐 버린 순이를 신경 쓰지 않는다. 그는 마누라의 자리를 탐내던 양귀비 마담 장 씨를 생각하며 웃음을 짓는다.

작가는 플롯을 비틀거나, 반전을 선사하거나, 모호한 묘사로 혼선을 주는 일 없이, 직설적으로 온통 암울한 비린내만이 가득한 짐승의 마당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한때는 잘나갔다던 남자의 과거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윤식의 인생은 밑바닥이다. 술을 마시고, 아내와 자식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이웃에게 욕설과 폭언을 퍼붓는다. 납작한 담으로 둘러싸인 낡은 집들이 들어찬 산동네에서 윤식의 가정사는 이웃들의 입방정에 오를 소재는 될지언정 그의 손길에서 가족을 보호할 방패는 되지 못한다. 정신 나간 이웃집 여자에게 아들을 방임하다시피 하는 아비에게는 어떤 구원의 여지조차 보이지 않는다. 권선징악과는 거리가 먼 결말이지만 스산한 분위기와 이미지를 생생하게 그려내는 작가의 장기가 여지없이 발휘되어, 독자에게 선사하는 흡인력이 대단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