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이 몰아쳤다. 어두운 하늘에 천둥이 치고 벼락이 어디론가 떨어졌다. 윤식은 아랑곳하지 않고 질척해진 땅을 파고 또 팠다. 구덩이의 깊이가 깊어질수록 윤식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숨소리 또한 점점 거칠어졌다. 모든 것은 순식간에 이뤄진 일이었지만, 어쩌면 누구나 한 번쯤은 예상했을 일이었다.
‘슈퍼 집 여편네는 단언까지 했었지.’
그러나 쉬쉬하는 그들의 머릿속은 오늘 일을 전혀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여편네는 오늘 집을 나간 거니까.’
윤식은 구덩이 안에서 기어 나와 쩔뚝거리며 검은 물체를 끌고 왔다. 물체가 진흙 위로 길게 길을 내자 빗물이 그 길을 덮었다. 번쩍이는 번개가 온 사위를 밝혔다. 서슴없이 검은 비닐에 쌓인 물체를 구덩이 안으로 던진다. 또다시 천둥이 지척을 흔들어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