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꺼림칙하잖아? 죽은 사람 물건을 들고 간다는 게…….”
일상의 무료함에 젖어 있던 세 명의 대학생은 우연히 발견한 선배의 차를 몰래 빌려 즉흥적으로 여행을 떠난다. 무작정 차를 몰고 가던 중 끔찍한 교통사고를 목격하게 되고, 사고의 규모에 비해 유난히 멀쩡했던 ‘내비게이션’을 발견하고 이를 뜯어 차에 달기로 한다. 새로운 동반자가 된 기계 음성의 안내에 따라 다시 길을 떠난 이들의 여정은, 이때부터 출구 없는 불길함으로 점철되기 시작한다.
「안전운전 하십시오」는 ‘내비게이션’이라는 지극히 일상적인 소재를 이야기에 던져 넣은 뒤, 그것에 깃든 관성적 믿음이 뒤틀릴 때마다 얼마나 공포스러워질 수 있는지를 점층적 서사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내비게이션의 길 안내가 틀릴 리 없다는 믿음이 배반당할 때마다, 안내를 따라갈수록 방향성을 잃고 길 위에서 기괴한 순환을 반복할 때마다, 그들이 느끼는 감정적 불안의 층위는 높아지며 상황은 점점 극한으로 치닫는다. 예상 가능했던 이들의 불운이 불가항력적인 공포로 점차 뒤바뀌어 나갈 때,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영민한 장르적 기교가 비로소 빛을 발한다.
한국적 소재와 상황을 활용해 기묘한 분위기를 고조시켜 나가는 수작으로, ‘네이버 오늘의 문학’과 ‘한국 공포 문학 괴담선’에 동시 게재된 바 있다. 영화 「내비게이션」의 원작 소설이기도 하다.